‘방탄유리 속 트럼프’ NBA 결승 관람…“축제에 찬물” 불만 속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뉴욕에서 열리는 미 프로농구(NBA) 결승전에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최초로 참석했으나 관중들의 야유를 받았다. 자신의 과거 ‘뉴요커’ 이미지를 되살리는 정치 마케팅을 시도했지만, 싸늘한 반응이었다는 평가다.
8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열린 프로농구 결승시리즈 뉴욕 닉스와 샌안토니오 스퍼스 간 3차전을 관람했다. 닉스가 2연승을 거둔 가운데 홈구장에서 열린 3차전으로, 닉스는 이날 111대 115로 패했다. 미 프로농구 결승전은 7전 4선승제다.
이날 경기 시작 전 장내 대형 전광판이 구단주의 초청을 받아 경기장을 찾은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을 비추자, 관중석에서는 일부 관중들의 야유가 크게 터져나왔다. 현직 대통령이 관중 2만명이 모인 경기장을 찾다 보니, 경기장 주변까지도 삼엄한 경비가 이뤄진 탓에 관중들의 불만이 고조됐다.
뉴욕 경찰과 비밀경호국은 일대에 대규모 바리케이트를 치고 티켓이나 신분증이 없는 사람의 진입을 막았다. 가방 반입은 금지됐고, 보안 검색이 강화되면서 입장 대기줄도 엄청나게 길어졌다. 경기장 앞에서 대형 스크린으로 경기를 지켜보며 열릴 예정이었던 응원 행사도 취소됐다. 보안 구역 내 있는 술집은 저녁 시간 동안 문을 닫았다. 한도시 전체를 감쌌던 축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게 현지 언론의 평가다. 경기 전 트럼프 대통령의 차량이 보안 구역 안으로 진입할 때에도 사람들은 야유를 보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중석 중간쯤에 특별히 설치한 투명한 방탄유리로 둘러싸인 특별석에서 경기를 관람했다. 제임스 돌런 뉴욕 닉스 구단주와 더그 버검 내무장관, 숀 더피 교통장관과 함께였다.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손녀 카이 트럼프도 모습을 보였다.
이날 뉴욕 시장인 조란 맘다니도 경기장을 찾았다. 맘다니 시장은 관중석 뒷편, 경기장 천장 가까이 있는 입석 티켓을 1000달러에 구매했다고 밝혔다.
현직 대통령이 프로농구 결승전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현직 시절 농구 경기장을 찾은 적 있지만, 결승 시리즈는 아니고 2015년 시카고 불스와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의 시즌 개막전이었다.
트럼프 대통령과 농구의 인연은 복잡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기 전 사업가이자 리얼리티 쇼 출연자일 때 뉴욕에 거주했었는데, 이때 닉스 팬으로써 농구 경기장을 종종 찾았다고 뉴욕타임스 등은 전했다. 그러나 1기 재임 때인 2017년 경찰이 인종차별적인 진압을 펴는 데에 항의하는 운동이 번져가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많은 농구계와 공개적 갈등을 빚었다.
당시 농구는 아니고 미식축구(NFL) 선수들이 먼저 국가 연주 중 인종차별에 항의하며 무릎을 꿇는 행동을 취하기 시작했는데, 이에 분노한 트럼프 대통령은 “구단주가 ‘저 개자식을 내쫓아’라고 말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비난했다. 이 사건 뒤 농구계에서도 반향이 일었다. 원래 프로농구 우승팀은 백악관을 방문하는 것이 관례였는데, 2016-2017년 시즌 우승팀 소속의 유명 선수인 스테픈 커리는 해당 사건 뒤 백악관 방문을 주저하는 기색을 보였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소셜미디어를 통해 커리를 초청하지 않겠다고 응수했고, 이에 르브론 제임스 등 유명 선수들이 일제히 백악관을 비판하는 사태로 이어졌다.
2020년엔 경찰 강경 진압에 숨진 ‘조지 플로이드 사건’을 계기로 농구계에서 다시 ‘무릎 꿇기’ 시위가 번졌다. 그러자 2020년 8월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농구 선수들이 국가 연주 중 무릎을 꿇는 모습이 싫어 텔레비전을 꺼 버렸다며 “지나치게 정치적인 프로농구를 보는 게 지겹다”, “무릎 꿇기 시위로 농구 시청률이 떨어졌고 다신 오르지 않을 것이다. 야구나 미식축구도 참고하길 바란다”고 농구계를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뉴욕의 농구장을 찾은 것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요인이 있다고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 유에스에이(USA)투데이는 “뉴욕에서 유독 인기가 없는 대통령이 갑자기 경기장을 찾은 것은, 1999년 이후 처음으로 결승에 진출하며 관심이 집중된 뉴욕 닉스 경기에 모습을 드러내 과거 ‘뉴요커’ 브랜드를 되살리고 1천만명 넘는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끌 수 있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진보 성향의 독립매체인 로스토리는 “지지율 하락 속에 관심을 끌기 위해 자신만의 ‘맨해튼 프로젝트’를 시작한 모양인데, 플로리다로 떠난 주제에 뉴욕 시민에게 관심이 있는 척 하는 건 그만둬라”는 진보 성향 유튜버의 비판을 실었다.
📌 Kayn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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