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티지 스피커 경험해보길”…LP 음악감상실이 부활한다
엘피(LP) 음악감상실은 1960~70년대 전성기를 누렸다. 고급 오디오, 대형 스피커로 클래식, 재즈, 팝 등 선호하는 음악을 즐길 수 있어 그 시절 젊은이는 물론 중장년의 사랑방 구실을 했다. 1990년대 중반 엘피 생산이 중단되고 시디(CD)를 거쳐 디지털 음원 스트리밍 시대로 접어들면서 음악감상실도 추억 속으로 사라졌다. 그랬던 엘피 음악감상실이 부활하고 있다. 물성을 지닌 엘피에 대한 관심 폭증, 엘피 발매량이 시디 발매량을 추월하는 ‘레트로의 역습’ 등의 영향이다.
지난 4일 저녁 서울 성수동 ‘와니타 음악감상실’, 젊은이 5~6명이 테이블에 앉아 헤드폰을 끼고 음악을 감상하고 있었다. 2인석부터 3인석, 6인석, 초대형까지 각 테이블에는 턴테이블과 헤드폰이 비치돼 있다. 한쪽 벽엔 가요, 재즈, 클래식 음반이 즐비하다. 직원 추천 코너 등엔 선별한 엘피도 놓여 있다. 문화료 1만6500원을 내면 커피 등 음료 한잔을 즐기며 마음껏 엘피를 골라 들을 수 있다. 항공사 승무원이었던 최희원 사장이 모은 엘피와 빈티지 오디오를 활용해 지난해 열었다.
이곳의 자랑은 따로 있다. 최 사장은 “헤드폰 감상도 좋지만 빈티지 스피커가 있는 대형 청음실을 경험하길 권한다”고 말했다. 매장의 3분의 1 면적을 차지한 제법 큰 규모의 청음실엔 알텍 랜싱 스피커와 럭스만 SQ-38FD 앰프 등이 구비돼 있다. 쪽지에 신청곡을 써내면 엘피가 없을 경우 디지털 음원으로라도 재생해준다. 크랜베리스의 ‘좀비’,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 이글스의 ‘호텔 캘리포니아’ 등 평소 층간 소음 때문에 집에서 마음껏 들을 수 없던 음악을 신청했다. 40년 넘은 대형 빈티지 스피커에서 가슴이 트이는 웅장함과 푸근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최 사장은 “빈티지한 분위기를 즐기는 문화가 유행하면서 음악감상실이 하나둘 늘고 있다”며 “운영 시간이 짧은 우리 감상실도 하루 평균 11팀 정도 꾸준히 찾는다. 엘피를 직접 경험하려는 20~30대가 주 고객이다”라고 말했다.
서울 곳곳엔 나름 유명한 엘피 음악감상실이 있다. 인사동의 ‘뮤직 컴플렉스 서울’, 뚝섬역 인근 ‘바이닐 성수’, 성북동의 ‘리홀 뮤직 갤러리’가 대표적이다. 1만~2만원 정도 기본요금을 내면 음료를 마시며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엘피 2만여장을 갖춘 뮤직 컴플렉스 서울은 엘피 구매는 물론 피자와 주류 주문도 가능하다. 클래식 애호가들은 리홀 뮤직 갤러리를 찾는다. 12만장의 엘피와 1930년대 빈티지 스피커, 진공관 앰프를 갖춘, 넓게 트인 감상실에서 신청곡을 써내면 클래식, 팝, 재즈 등 장르별로 다른 스피커를 통해 음악이 흘러나온다. 이곳에선 가끔 클래식 공연, 인문학 강연도 펼쳐진다.
이런 흐름을 반영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아르코)도 최근 엘피 음악감상실을 열었다. 시민들이 가져온 엘피를 감상할 수 있는 ‘사운드 챔버’다.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 마련한 33㎡(10평) 규모의 공간에 좌석 10개와 초대형 탄노이 웨스트민스터 로열 스피커, 매킨토시 앰프 등을 구비했다. 김민기, 김현식 등의 엘피도 비치했다. 김민기 음반을 재생하자 묵직한 음색이 탄노이 스피커를 통해 생생하게 재생됐다.
이제승 아르코 예술후원·홍보센터 센터장은 “아르코 지하실에 오랫동안 보관했던 스피커와 앰프 등을 정비하고, 직원들이 기부한 엘피·시디 등을 비치했다”며 “이곳은 시민들이 소장한 엘피를 가져와 빈티지 음향 시설로 편안하게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라고 밝혔다. 오는 27일까지 토요일에만 시범 운영 중인데, 쾌적한 감상을 위해 2시간 단위로 최대 9명까지 이용자를 받는다. 이용료 1만원에 커피 등 음료 한잔을 제공한다. 아르코 쪽은 “시범 운영을 거친 뒤 본격 운영에 나설 것”이라며 “대형 스크린을 설치해 대학로에서 공연하는 뮤지컬을 실황 중계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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