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청소년 자살률 2035년 절반으로”…전문가 “근본 대책 빠져”
정부가 2035년까지 청소년 자살률을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위기 청소년 감지 시스템 구축, 사회정서교육 강화 등을 담은 범정부 대책을 내놨다. 현장에서는 고위기 청소년에 대한 개입 강화와 입시 경쟁 완화 등 근본 대책이 빠진 지엽적인 정책 나열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왔다. 교육부는 9일 ‘10대 청소년 자살예방 범정부 추진 대책’을 발표했다. 지난달 6일 국무회의에서 논의된 ‘9개 분야별 자살예방 대책’ 중 첫 번째 발표로, 15개 부처가 합동으로 마련했다.
청소년 자살 사망자는 2016년 273명에서 2025년 396명으로 꾸준히 늘었고, 정신과 진료를 받은 청소년은 같은 기간 27만4천 명에서 43만1천 명으로 급증했다. 교육부는 “청소년 자살은 강한 충동성에 기인한다는 특징이 있다”며 ”진로 고민 및 학업 스트레스, 가정·학교에서의 갈등, 온라인 유해 정보 및 자살 보도 등 복합적 원인에 영향을 받는다”고 했다.
이번 대책은 예방·감지·개입·회복·기반 조성의 5단계 전략에 따라 구성됐다. 이를 통해 정부는 2024년 기준 인구 10만명당 8명인 청소년 자살률을 2030년 6.5명(2020년 자살률), 2035년 4.2명(2015년 자살률) 이하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10년 뒤 청소년 자살률을 약 절반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것이다.
우선 정부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마음건강 교육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6차시로 운영 중인 사회정서교육을 17차시로 확대하고, 체험·활동 중심의 체육·예술 교육을 운영한다. 아동수당·부모수당 수급 보호자에게 성장 단계별 양육 정보와 교육 콘텐츠를 안내한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온라인상 자해·자살 유발 정보를 24시간 모니터링하고, 청소년 자살 보도를 금지해 위반 시 벌칙 조항 마련도 검토한다.
위기 감지를 위해 인공지능을 활용한 위기징후 발굴 시스템을 올해 말까지 구축한다. 그동안 상담사들이 온라인에 자살 관련 키워드를 직접 검색하는 방식으로는 신조어나 이미지 형태의 위기 신호를 잡아내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인공지능을 도입하면 신종 은어나 이미지, 영상까지 탐색 범위를 넓힐 수 있고, 24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해져 상담사는 상담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자살예방법을 개정해 경찰·소방이 확보한 자살 시도자 정보를 시·도교육청과도 공유할 수 있도록 추진한다.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에서 운영하는 자살예방·위기대응 교육인 ‘마음 시피알(CPR) 교육’을 받은 교원·청소년도 확대한다.
개입 단계에서는 청소년 전용 병동 신설, 외상이나 정신 병력이 확인되지 않아 응급실에서 보호할 수 없는 고위기 청소년을 위한 일시보호 시설 신설과 임시보호 공간 확보 등을 검토한다. 지자체와 교육청이 참여하는 ‘청소년 생명지킴 지역 안전망 협의회’를 구성해 고위기 청소년 대상 사례를 관리하고 신속 대응 체계를 마련한다.
정책 기반 강화를 위해서는 ‘학생마음건강지원비’를 현재 보통교부금의 0.25%에서 1% 수준까지 늘리고, 교육청 소속 학생 마음건강 지원 업무 전담 인력도 200명 확보한다. 내년부터 청소년 심리부검 사업을 본격 운영하는 동시에 자살 사망자가 남긴 디지털 정보와 사망자 통계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겠다고도 밝혔다. 또한 인공지능 상담에 의존하는 청소년이 늘어나는 추세를 고려해 인공지능 과의존 가이드라인을 안내하고, 교량·고층 건물 등 자살 장소 관리에도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심민철 교육부 학생건강안전정책국장은 “이전의 (10대 자살 정책이) 학교·교육청 중심이었다면 이번엔 성장 환경 전반의 (자살) 유발 요인을 분석하고 관련 부처가 모두 참여해 마련한 점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우선순위를 제대로 고려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예방교육 확대나 온라인 모니터링도 중요하지만 가장 시급한 건 고위기 학생 대책”이라고 짚었다. 이어 “학교 안에서 외부 전문가와의 연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이 핵심 문제”라며 “주로 성인을 대상으로 한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처럼 고위기 학생 대응을 중심으로 하는 강력한 컨트롤 타워를 지역교육청 중심으로 둬야 한다”고 했다.
청소년 자살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과열 경쟁을 해소할 대책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논평을 내어 “청소년을 극한 경쟁으로 내모는 교육 현실은 그대로 둔 채 상담과 치료, 위기학생 관리 대책을 확대하는 데 그쳤다”며 “청소년 자살 문제를 진정으로 해결하려면 입시 경쟁 완화, 학교 공동체 회복, 정서위기 학생 지원 체계 구축이라는 근본 과제에 국가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김상인 한국교원대 교수는 “이번 대책에는 청소년들에게 어떻게 정서적 지지 체계를 만들어줄지에 대한 고민이 빠져있다”며 “교사와 학부모가 함께 테이블에 앉아서 공동체적 고민을 할 수 있는 장을 교육부가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9개 분야 자살예방 대책이 순차 발표된 뒤 보건복지부는 9월 중 이를 종합한 5개년 기본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각 부처는 이에 따른 연도별 시행계획을 마련해 시행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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