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새의 구애 법…유리·플라스틱·수갑까지 ‘너에게 줄게’
오스트레일리아(호주) 고유종인 큰바우어새(Great Bowerbird)는 번식기인 8~12월 나뭇가지를 모아 ‘나무그늘’(bower)이라 불리는 정교한 터널형 구조물을 만든다. 이 구조물을 화려한 ‘장식품’으로 치장해 암컷을 유인하는데, 구조물이 단단하고 장식물이 많을수록 번식 성공률이 높아진다. 최근 이 바우어새 가운데 도시에 사는 새일수록 장식물로 자연물이 아닌 인공물을 더 선호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근 영국 엑시터대 생태·보전연구센터의 박사과정생 케이틀린 에번스 등 연구진은 “큰바우어새가 암컷을 유혹할 때 인공물인 플라스틱과 지폐, 유리 조각, 심지어 수갑 등의 다양한 물건을 활용한다”고 밝혔다. 도시에 사는 바우어새들은 시골에 사는 동종들보다 더 크고 화려한 장식품으로 구애하고 있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왕립학회 공개과학’에 지난 3일(현지시각) 실렸다.
에번스 연구원은 “구조물은 오직 짝을 유인하기 위해 만들어지며, 수컷은 자신의 깃털 색이나 구조물 자체와 대비를 이루는 장식물을 선택한다”고 엑시터대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그는 “암컷이 도착해 구조물 안에 서면, 수컷은 암컷의 시야 안으로 물체 하나를 던진 뒤 머리 뒤쪽의 깃털을 펼쳐 보이고, 다시 다른 물체를 던지는 식의 행동을 반복한다”고 구애 과정을 설명했다.
연구진은 도시화가 바우어새의 구조물 장식 방식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기 위해 2023년 9~12월 오스트레일리아 퀸즐랜드주 타운즈빌의 바우어새 구조물 35개와 인근 목장지대에 있는 구조물 26개 등 총 61개를 면밀히 관찰했다. 그 결과, 시골에 사는 바우어새는 녹색 잎, 씨앗, 유리 조각 등을 장식품으로 가장 많이 활용하고 있었다. 도시 새들 역시 녹색 유리를 가장 좋아했지만, 붉은 전선을 더 좋아해서 씨앗이나 잎, 녹색 플라스틱보다 큰 인기를 누렸다. 도시 새의 장식물 중엔 플라스틱 포장재, 지폐, 인근 풋볼경기장에서 날아온 안전용품과 함께 수갑 한 쌍까지 발견됐다.
또한 도시 새들은 시골 새보다 더 많은 장식물을 가져다 놓고 있었다. 도시 새들은 평균 90개의 물건을 구조물 앞에 가져다 놓았는데, 이는 시골 새들(평균 20개)보다 4.5배 많았다. 한 도시 새는 자신의 구조물에 300개가 넘는 물건을 모아두기도 했다.
관찰 기간 중 연구진이 각각의 환경에 사는 바우어새에게 자연물과 인공물을 함께 제시하는 실험을 하기도 했는데, 도시와 시골을 막론하고 새들은 인간이 만든 물건에 강한 선호를 보였다. 에번스 연구원은 “농촌 지역에서도 새들은 인간이 만든 물건을 찾아냈는데, 농장 쓰레기통이나 차고 등을 뒤지거나 다른 새의 구조물에서 훔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왜 수컷 바우어새들은 원서식지인 농장과 숲에서 얻을 수 있는 물건보다 쓰레기통이나 차고에서 나온 물건을 더 좋아하는 걸까.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조류생태학자 다니엘라 발다사르레 박사는 “(구애나 영역 표시 등의) 신호로 주로 밝은 색상을 이용하는 조류 종의 경우 새롭고 비자연적인 색상을 선호한다”고 미국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플라스틱이나 금속 물체가 ‘긴 수명’을 지닌 점도 인기의 이유일 수 있다. “열매처럼 광택을 잃어버리는 물건과 달리 교체품을 찾을 필요가 없다”(에번스 연구원)는 것이다.
📌 Kayn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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