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자신의 극한직업과 싸우고 있다 [아침햇발]
폐플라스틱으로 난방용 기름을 생산하는 업체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19~20살 작업자 3명은 3도 화상, 22살 작업자는 2도 화상을 입었다. 원료를 집어넣는 과정에서 다량의 인화성 분진과 가스가 누출됐고, 바로 옆 열분해로가 폭발했다. 작업이 끝난 열분해로를 충분히 냉각한 뒤, 인접한 열분해로를 작동시키는 것이 원칙이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한 장소에서 3기의 열분해로가 동시에 운전되고 있었다. 인화성 물질 제거 규정은 없었다. 원칙은 ‘3개 조 3교대’인데 2개 조가 주간·야간 맞교대 근무를 했다.
골판지 상자 업체 소속 70살 노동자가 1톤 소형 트럭에서 떨어졌다. 물건을 실으러 온 화물 차주를 돕고 있었다. 트럭 아래 차주와 고정벨트를 주고받으며 화물을 결박했다. 차주가 벨트를 힘껏 당기자 종이상자가 크게 흔들렸다. 남자도 따라 흔들렸다. 적재함에서 운전석 지붕 위로 이동했는데, 중심을 잃고 1m97㎝ 아래 바닥으로 떨어졌다. 작업자용 안전벨트와 안전모는 지급되지 않았다. 나흘 뒤 사망했다.
60살 도장공은 조경 업체 공사 현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했다. 바퀴 달린 이동식 작업 발판 위에 올라갔다. 도장이 잘되도록 3m 높이 구조물 표면을 물걸레로 청소하기 위해서였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떨어졌고, 일주일 뒤 사망했다. 작업 발판은 가로 1m87㎝, 세로 1m26㎝, 높이 1m84㎝ 크기였다. 있어야 할 안전 난간은 없었다. 현장소장은 안전모를 지급했다고 진술했지만, 사고 당시 쓰고 있지 않았다. 브레이크로 바퀴를 고정했는지 확인되지 않았다. 사고 뒤 업체가 발판을 해체했기 때문이다. 작업대가 쓰러지는 것을 막기 위해 설치해야 하는 지지대는 없었다.
48살 시공사 대표가 굴착기 운전자에게 흙과 골재를 깔아달라고 지시했다. 5분 뒤 골재 운반을 위해 후진하던 굴착기 바퀴에 측량 작업을 하던 대표의 오른쪽 허벅지가 깔렸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사망했다. 피해자는 굴착기 후사경 사각지대에 있었다. 후방 사각지대를 볼 수 있는 카메라와 모니터는 정상 작동하고 있었다. 운전자는 작업에 집중하느라 모니터를 보지 못했다고 한다. 후진 기어를 넣으면 경보음이 발생하는 안전장치가 있었다. 운전석을 180도 반대로 돌린 상태에서 전진 기어를 넣고 후진했고, 경보음은 울리지 않았다. 작업 전 출입 통제나 유도자 배치는 없었다.
플라스틱 제품 업체에서 일하는 58살 작업자는 제품 상태가 이상하다는 동료의 말에 가동 중인 성형 기계 내부로 들어갔다. 좌우 금형 사이 폭은 최대 1.3m, 최소 33㎝였다. 금형 사이에 가슴 부위가 끼여 사망했다. 문을 열면 센서가 이를 감지해 기계가 멈추게 돼 있다. 센서 기능을 정지시키는 자석을 붙인 뒤 점검을 하다 사고를 당했다.
도축 과정에서 나오는 뼈·부산물 분쇄·가공 설비를 수리하는 57살 기술자가 현장 출장을 나갔다. 부품 교체를 위해 사다리를 타고 파쇄기 아래로 내려갔다. 전원은 차단하지 않았다. 뼈를 집어 올리는 크레인 작동 버튼 바로 옆에 파쇄기 조작 버튼이 있었다. 색깔로 구분될 뿐 어떤 작업을 위한 버튼인지 적혀 있지 않았다. 잠금장치는 없었다. 기술자가 크레인을 이동시켜달라고 요청했는데, 설비 조작 경험이 별로 없던 해당 업체 공장장이 파쇄기 버튼을 눌렀다. 몸이 끼인 기술자는 2주 뒤 사망했다.
고용노동부가 최근 공개한 51건의 중대재해 조사보고서는 읽기 힘들었다. 여전히 이렇게 쉽게 죽고 다칠 일인가. 한줄 단신으로 보도됐거나, 그런 기회도 얻지 못한 죽음이 수두룩하다. 출근부터 죽기 전까지 했던 노동의 목록이 정리돼 있고, 발생 원인과 경과, 이행하지 않았던 안전 의무를 텍스트, 사진, 그림으로 비교적 상세하게 기록했다. 떨어짐, 부딪힘, 끼임, 맞음, 무너짐, 화재·폭발, 넘어짐, 깔림·뒤집힘. 아까 그 사고 아닌가 싶을 정도로 죽음의 경로가 비슷하다. 길가에 세워진 트럭 옆을 지나며 봤던, 익숙한 노동의 방식으로 사람이 죽는다. 2024년 사고 가운데 중대재해로 확정 판결된 것만 우선 공개됐다. 공개하지 않은 사고와 죽음이 더 많다. 47건이 영세사업장에서 발생한 사고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에서 2018년, 2019년, 2026년 비슷한 폭발 사고로 모두 13명이 죽고 6명이 다쳤다. 연매출 26조원이 넘은 기업이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이 회사 전략부문 대표여서 안전관리 책임이 없다고 한화 쪽은 말한다. 김 부회장에게 보고서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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