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초과세수로 피지컬AI 생태계 조성 채비…양극화 해법은 ‘감감’
전날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년 기자회견을 통해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로 인한 세수 증가분을 미래 성장을 위한 발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밝힌 뒤, 정부의 세수 증가분 활용 방안이 빠르게 구체화되는 모양새다. 정부는 피지컬 인공지능(AI) 생태계 완성을 위한 전략적 투자를 목표 삼아, 미래 세대를 위한 국부펀드 조성과 별도 기금 조성 논의를 서두르고 있다. 정부는 메모리에 이어 반도체 투자 대상을 센서 등으로 넓혀 피지컬 인공지능의 핵심 분야를 모두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9일 “자율주행차의 라이다(눈 역할을 하는 기술), 로봇의 시각·촉각 등 피지컬 에이아이의 모든 감각기관에 센서 반도체가 들어간다”며 “메모리에 이어 센서 등에서 성과를 내면 충분히 ‘인공지능 3강’에 들 수 있다”고 말했다. 로봇과 인공지능, 반도체 생태계와 우수한 제조업 환경을 갖춘 보기 드문 한국의 제조업 생태계를 기반으로 피지컬 인공지능으로의 시대적 전환에 제2·제3의 메모리 반도체를 육성하겠다는 의미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데이터센터 냉각 기술의 핵심인 전력 반도체 연구개발(R&D) 지원 등에 예산을 투입한 바 있다. 유사한 사업을 적극 개발해 피지컬 인공지능의 핵심 부품인 센서 반도체를 비롯해 액추에이터(관절), 전력 반도체 등 3대 핵심 부품 산업에 집중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이런 투자사업에는 연구개발 지원 등 재정사업뿐만 아니라, 국부펀드·미래성장기금(가칭) 등 별도 재원 조성을 통한 중장기 투자가 활용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 기획예산처는 초과 세수를 재원으로 전용 기금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미래 세대 투자’라는 특정 목적을 위해 쓸 수 있는 ‘돈주머니’에 세수 증가분을 담아 활용한다는 복안이다. 정부 관계자는 “세입이 녹록지 않을 땐 고정된 의무지출 때문에 미래 성장 투자 관점의 재량지출을 크게 늘리기 어렵다”며 “기금으로 칸막이가 있으면 이런 문제가 해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20조원+α(알파) 규모 ‘한국형 국부펀드’도 기금과 별개로 활용될 예정이다. 이달 중 설립 법안이 발표될 한국형 국부펀드는 정부가 보유한 자산을 미래 산업 및 성장 기업에 투자해 재정을 늘리는 모델이다. 국가가 미래 전략산업에 대한 지분 투자 등에도 나설 수 있는 셈이다. 다만 반도체 초호황으로 인한 온기를 사회 전체에 나누는 방안에 대한 논의는 좀체 구체화되지 않는 모양새다. 최근 한국 경제는 반도체와 비반도체, 수출과 내수 등 영역을 나눠 계층별 격차가 확대되는 추세를 보인다. 앞서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반도체발 초과 세수를 활용한 ‘국민배당금’ 형태의 재분배·복지 방안을 제안한 까닭이다. 다만 이에 대한 추가 논의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 기획처 관계자도 “양극화 해소를 재분배 관점에서 접근하지는 않는다. 산업 간 케이자형 성장이 굳어지지 않도록 다른 산업에 재투자하는 것 역시 양극화 해소 방안”이라고 말했다. 대신 정부는 청년 고용 문제와 인공지능으로 인한 일자리 양극화에 대한 지원은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인공지능 전환으로 인한 충격에 대응하면서 노동시장의 격차 완화에 나선다는 뜻이다. 기획처는 내년도 예산안에 신규 채용 실적이 우수한 기업에 보조율 우대, 정책자금 금리 인하 등의 혜택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청년·지방 인재 채용 땐 인센티브를 더 많이 지원하고, 중소기업·소상공인 등이 청년 인재를 채용하는 경우 활동 수당 및 인건비도 지원한다는 것이다. 향후 미래 성장 투자에 따른 이익을 사회가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성과급 논란과 주식 활황으로 올해는 소득과 자산 격차가 확대되는 불평등 원년이 될 수 있다”며 “국부펀드 등에 따른 투자 이익을 온전히 재투자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안전망 마련 등에 쓸 수 있도록 환류하는 제도를 만드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의 직접 보조금을 받는 반도체 기업이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횡재성 초과이익’을 낼 경우, 보조금의 최대 75%를 미국 정부와 공유하도록 한 칩스법 조항과 유사한 ‘초과이익 공유 방안’ 신설 등 논의가 이어져야 한다는 지적도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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