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쿠데타 미화’ 제주 516로…이번에도 이름 못 바꿨다
12·3 내란을 계기로 군사쿠데타를 미화하는 제주 ‘516로’의 명칭 변경이 추진됐으나 결국 무산됐다. 박근혜 ‘국정 농단’ 사건 이후인 2018년에 이어 두 번째 실패다.
제주도는 도민 의견을 수렴한 결과, 도로명인 ‘516로’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10일 밝혔다. 앞서 제주도는 1월부터 도민 토론회(2회), 주소 사용자 대상 설명회(2회), 도민 설문조사(1회)를 잇따라 진행했다.
이런 의견 수렴 과정에서 명칭 변경 반대 의견이 더 많이 나왔다. 4월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 369명 중 209명(57%)이 도로명 유지, 160명(43%)이 변경을 선택했다. 516로라는 도로명을 쓰는 세대주와 건물주를 대상 조사에서는 반대 의견 비율이 더 높았다. 주소 사용자 1238명 중 179명이 조사에 응했는데, 117명(65%)이 유지, 62명(35%)이 변경을 원했다.
516로라는 이름을 계속 쓰자는 이들은 도로명이 바뀌면 혼란스럽고, 행정적·경제적 부담이 늘 수 있다고 걱정했다. 제주도 주택토지과 관계자는 “도로명이 달라지면 거주자는 주민등록증을 재발급받고 사업자는 간판을 바꿀 때 비용이 들 수 있다. 제주도도 도로명판을 교체해야 한다”며 “이를 행정적 낭비라고 생각하는 주민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5개월 만에 마무리된 공론화 절차는 12·3 내란을 계기로 시작됐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뒤 군사정권을 상징하는 도로명을 폐기하자는 주장이 제주도의회를 중심으로 제기된 것이다.
516로라는 이름은 5·16 군사쿠데타에서 나왔다. 한라산을 가로질러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잇는 지방도 제1131호선(5·16도로)은 1932년 일제강점기에 목재를 나르기 위한 임도로 개발됐다. 그러다 1961년 쿠데타에 성공한 박정희 정권은 이듬해 노동력을 강제로 동원해 험준한 산악 지형에서 확장·포장 공사에 들어갔다. 1969년 정식 개통된 도로는 ‘5·16도로’로 불리며 군사정권의 개발 성과를 상징해왔다. 아직도 이곳에는 ‘五一六道路’(오일육도로)라는 박정희의 친필 기념비가 있다.
40년간 관행적으로 쓰이던 호칭이 공식 행정 체계 안으로 들어온 때는 2009년이다. 이명박 정부 때 총 40.56㎞인 5·16도로 중 31.61㎞ 구간에 516로라는 도로명 주소가 부여된 것이다.
하지만 2016년 박근혜 정부 국정 농단 사건으로 박정희 정권의 잔재인 ‘516로’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졌다. 5·16도로 기념비에 누군가 빨간 페인트로 ‘독재자’, ‘유신망령’이라는 낙서를 하기도 했다. 결국 2018년 서귀포시는 관내 516로 주소 사용자를 대상으로 도로명 변경 의견 수렴에 나섰다. 하지만 응답이 적어 논의가 더 나아가지는 못했다.
도로명을 바꾸려면 제주도가 아니라 주민들이 적극 나서야 한다. 도로명주소법은 주소 사용자의 5분 1 이상이 변경을 신청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원하는 새 도로명도 제시해야 한다. 이후 제주도 주소정보위원회의 심의를 거친 뒤 주소 사용자 과반이 서면으로 동의하면 변경 절차가 마무리된다. 박재관 제주도 건설주택국장은 “주소 사용자의 선택을 존중해 현행 명칭은 유지하고, 관련 민원과 의견은 계속 살피며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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