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키친’ 얼리샤 키스 “17살 내게 ‘너 자신 믿으라’ 말해주고파”
그래미를 17회 수상한 미국 싱어송라이터 얼리샤 키스가 17살의 자신을 무대 위에서 만난다면 건네고 싶은 말이다. 그는 최근 한겨레와 한 서면 인터뷰에서 “그 아이(17살의 자신)의 눈을 바라보고 손을 잡을 수 있다면, 깊게 숨을 들이쉰 뒤 그렇게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키스의 17살 때 기억이 뮤지컬로 되살아나 한국 관객과 만난다. 다음달 24일 서울 강남구 지에스(GS)아트센터에서 막을 올리는 ‘헬스키친’(11월8일까지)은 키스가 자란 뉴욕 맨해튼 헬스키친 지역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2024년 브로드웨이에서 개막한 뒤 토니상 13개 부문 후보에 오르고 주요 부문을 수상한 화제작으로, 한국 공연은 브로드웨이 이후 처음 선보이는 라이선스 프로덕션이다.
키스에게 헬스키친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다. 그는 이곳을 “집이자 에너지, 가족 같은 공간”이라고 했다. 거칠고 투박하지만, 그 안에는 깊고 따뜻한 온기가 흐른다. 무엇보다 그곳은 그에게 “내 안의 빛을 발견하는 법을 가르쳐준 곳”이었다. 만약 헬스키친을 하나의 음악 장르로 표현한다면 어떨까. 키스는 “솔과 클래식, 알앤비(R&B), 힙합, 재즈, 팝이 한데 뒤섞인 사운드”를 떠올렸다. “여러 재료를 넣고 끓이는 검보(미국 루이지애나 지역의 수프 요리)처럼 다양한 사람과 에너지가 뒤엉킨, 인간적이고 복합적이며 즐겁고 솔 충만한 소리”라는 설명이다.
팝 음악의 문법에 익숙했던 그에게 뮤지컬은 또 다른 창작 언어였다. 그는 그동안 자신이 만들어온 음악을 “하나의 감정을 짧은 순간 안에 담아내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3분30초 안팎으로 상실이나 환희 같은 분위기를 붙잡고 나면 노래는 끝난다. “짧지만 강렬하게 스쳐 지나가는 빛”과 같았다. 반면 뮤지컬에서 감정은 한 곡 안에 머물지 않는다. “인물의 선택을 따라 흐르고, 다음 장면으로 번지고, 이야기 전체를 밀고 나간다”는 것이다. 그는 연출가 마이클 그라이프, 극작가 크리스토퍼 디아스와 함께 작업하며 “한 곡의 감정을 넘어 하나의 큰 서사 전체를 바라보는 법을 배웠다”고 했다.
키스는 2001년 데뷔 앨범 ‘송스 인 에이 마이너’로 세계 팝 음악계에 강렬하게 등장했다. 클래식 피아노를 바탕으로 알앤비, 솔, 힙합 등 다양한 장르를 결합했고, ‘폴린’ ‘노 원’ ‘이프 아이 에인트 갓 유’ 등으로 대중성과 음악성을 함께 인정받았다. 그는 싱어송라이터이자 연주자, 프로듀서, 기업가, 사회공헌 활동가로 활동의 폭을 넓혀왔다. ‘헬스키친’은 그 확장의 한복판에 놓인 작품이다. 자신의 음악과 삶을 브로드웨이라는 더 큰 무대 위에 다시 쓴 결과이기도 하다.
그의 익숙한 히트곡들은 무대 위에서 새롭게 해석된다. 사랑 노래였던 ‘노 원’은 극 안에서 엄마와 딸 앨리 사이의 감정을 대표하는 노래로 다시 태어났다. ‘이프 아이 에인트 갓 유’는 앨리와 아버지 사이의 중요한 감정적 순간을 표현한다. 키스는 “제 음악을 완전히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 경험은 짜릿했다”고 만족해 했다.
새롭게 쓴 넘버도 있다. 1막에 등장하는 ‘세븐틴’은 그가 전통적인 뮤지컬 스타일에 도전하며 쓴 곡이다. 혼자 오래 붙들고 다듬어온 이 노래를 처음 배우들에게 들려주던 순간을 그는 잊지 못한다고 했다. “그 곡이 세상으로 나오는 순간은 여전히 전율”로 남아 있다.
키스는 이야기 안에 자신의 어머니 테리아 조셉과의 관계가 녹아 있다고 했다. 어머니는 그의 가장 가까운 친구였고, 예술과 음악, 공연의 세계를 열어준 사람이었다. 그래서 ‘헬스키친’은 한 소녀의 성장담이면서 동시에 엄마와 딸의 사랑 이야기다. 앨리는 음악을 발견하고 사랑에 빠지고, 많은 10대가 그렇듯 엄마에게 반항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어머니의 사랑이 지닌 힘과 의미를 깨닫는다. 키스는 “엄마와 딸 사이의 유대는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무대 위에서 자주 다뤄지지는 않는다”며 이 관계를 관객과 나눌 수 있어 기쁘다고 했다.
한국 공연에 대한 감회도 남다르다. 키스는 한국 프로덕션의 캐스팅과 음악 디렉팅, 코칭 과정에 깊이 관여했다. 무엇보다 자기 자신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는 “내 노래가 한국어로 불리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다”며 “정말 큰 선물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이어 “한국 배우들의 재능에 놀랐다. 이 훌륭한 캐스트를 한국 관객에게 선보일 날을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키스는 공연을 본 관객이 “각자의 삶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당신의 꿈이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절대 잊지 마세요. 가족과 공동체가 지금의 당신을 만들어가는 소중한 존재라는 것도 꼭 기억해주셨으면 합니다.”
📌 Kayn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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