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은 존재한다’…확신을 영화로 설득해낸 팔순 거장의 상상력

📌 Diğer 📰 Hankyoreh (KR) 🕐 1 saat önce

10일 개봉한 스티븐 스필버그의 새 영화 ‘디스클로저 데이’는 직역한 해석보다 큰 의미를 담고 있다. ‘디스클로저’(폭로, 공개)는 미확인비행물체(UFO/UAP) 연구자들이 사용하는 용어로, 정부가 오랫동안 기밀을 유지해온 외계 존재의 진실을 대중에게 마침내 공개하는 역사적 사건을 뜻한다.

스필버그의 새 작품은 더도 덜도 아닌, 디스클로저 데이의 긴박함과 무게감을 담은 영화다. 동시에 이 살아있는 전설이 팔순에 이르러 내놓은 영화는 17살 때 제작비 500달러로 만든 첫 장편으로 동네 극장에서 개봉했던 에스에프(SF) 영화 ‘불빛’(Firelight) 이후 그가 품어온 궁극의 영화적 열망을 실현시킨 작품으로 읽힌다. 그 열망이란 외계인의 존재와 인간과의 연결을 영화적으로 설득하고 입증하고자 하는 의지다.

캔자스 지역방송의 기상 캐스터로 일하는 마가렛(에밀리 블런트)은 어느 날 집 안으로 들어온 새를 본 뒤 자신도 모르게 전세계 언어를 구사하게 된다. 거기엔 방송국 직원과 한국인 게스트를 통역해주는 유창한 한국어도 포함된다. 이뿐만 아니라 눈을 마주치는 모든 이의 과거와 마음까지 읽어낸다. 그가 방송 도중 인간의 언어로 들리지 않는 이상한 소리를 내다가 쓰러지자 정부 요원들이 병원으로 찾아온다. 마가렛은 직감으로 외계인과 관련된 정부의 비밀 자료를 들고 도망친 대니얼(조시 오코너)을 찾아가야 한다고 느끼고 행동에 나선다. 74년간 외계인 관련 자료를 기밀로 관리해온 비밀 정부 기관의 수장 노아(콜린 퍼스)와 직원들은 대니얼과 마가렛을 잡기 위한 추격전을 벌인다.

‘디스클로저 데이’는 스필버그가 ‘죠스’로 1975년 전세계를 강타하고 2년 뒤 내놓은 에스에프 영화 ‘미지와의 조우’의 속편 또는 그 영화가 던진 질문에 대한 확신에 찬 답변처럼 맞닿는 영화다. 첫 영화 ‘불빛’을 씨앗으로 해 만든 ‘미지와의 조우’에서 외계인을 만난 주인공 로이는 정부 요원에게 묻는다. “이게 정말 사실인가요?” 스필버그는 개봉 전 인터뷰에서 ‘디스클로저 데이’에 대해 “과학적 허구도, 과학적 추론도 아닌 진실의 영화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지와의 조우’ 제작 준비 당시 겪은 일을 떠올리기도 했다. 나사(NASA)에 요청한 기술 지원을 거절당한 건 물론, 되레 제작 자체를 전면 취소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면서 “정부가 이 영화를 반대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오히려 확신했다. 무언가 일어나고 있다고”라고 전했다. 이 영화가 그에겐 상상이 아닌 신념의 결과물일 수도 있는 셈이다. 영화는 외계인과 관련한 가장 유명한 논쟁인 1947년 로즈웰 유에프오(UFO) 추락 사건과 지상에 거대한 무늬가 만들어지는 크롭 서클 등 다양한 이야기들을 등장시킨다.

영화는 두 갈래로 나눠 전개되던 이야기가 하나로 만나는 구성이다. 한 갈래는 미국 정부가 70년 넘게 숨겨온 외계인 관련 파일을 세상에 폭로하고자 하는 대니얼의 사투다. 이를 고전 정치 스릴러 스타일의 긴박한 리얼리티로 담아낸다. 다른 하나는 외계인과 연결된 마가렛이 겪는 변화, 그리고 마가렛과 대니얼을 잡기 위해 노아가 써먹는, 아마도 외계인에게서 취했을 것으로 보이는 초능력이다. 이 비현실적인 이야기에서는 스필버그의 전작 ‘이티’(E.T., 1982)를 떠올리게 하는 동화적 상상력이 펼쳐진다.

다만 뒤로 가면서 스필버그가 그려내고자 하는 충격 요법이 누군가에게는 철 지난 로즈웰 음모론처럼 참신해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프로젝트 헤일메리’처럼 외계인과의 우정을 그린 영화가 나오는 시대에 ‘디스클로저 데이’의 우주와 외계인에 대한 접근은 ‘이티’ 시절에 머물러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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