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줌권’은 없다…창고로 전락한 장애인 화장실 [왜냐면]
지난해 10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예지 의원(국민의힘)은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이같이 물은 뒤 “오줌권은 차별 없이 화장실을 이용할 권리”라고 설명했다. 의정 활동과 토론회를 통해 장애인 당사자들이 외친 이 단어는, 비장애인에게는 생리적 현상을 해결할 당연한 권리가 장애인에게는 치열한 투쟁의 대상임을 폭로했다. ‘오줌권’은 단순히 화장실 이용 권리를 넘어,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키고 사회적 활동 범위를 결정짓는 가장 기초적인 인권의 하한선을 의미한다.
당시 김 의원은 법에 규정된 장애인 화장실 설치 기준이 자세하지 못해 ‘오줌권’이 침해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마주하는 진짜 장벽은 규격의 미비보다 더 가혹한 곳에 있다. 바로 장애인 화장실을 설치한 뒤 무책임하게 방치하는 것이다. 통계상 설치율은 매년 상승하고 있으나, 정작 문을 열면 오물 섞인 악취와 적치된 청소 도구들이 우리를 먼저 맞이한다. 이는 단순한 관리 소홀을 넘어, 장애인의 사회적 진입을 가로막는 우리 사회의 무언의 거절이다.
특수학교 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강연자로 연단에 서는 필자의 일상 또한 이 ‘오줌권’과의 사투다. 강연 요청이 오면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은 강연 주제가 아니라 강연장이 있는 건물의 화장실 상태다. 편의시설이 보장되지 않는 장소는 비어 있는 달력을 보면서도 눈물을 머금고 거절할 수밖에 없다. 외출이 결정된 날이면 전날 저녁부터 마른침을 삼키며 수분 섭취를 전면 중단하고, 장의 활동을 강제로 멈추는 약을 먹는다. 강연장에서 쏟아 내는 열정적인 문장들은 사실 전날부터 탈수를 견딘 인내가 만들어낸 결과물인 셈이다
이러한 구조적 폭력을 멈추기 위한 입법적 응답도 시작되었다. 최근 최보윤 의원(국민의힘)이 대표 발의한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그동안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편의시설의 ‘사후 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설치 여부만 따지던 형식적 실태조사를 넘어, 실제 상시 이용이 가능한 상태인지를 면밀히 점검하고 부적정한 관리 상태에 대해 시정명령 등 행정적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장애인 화장실이 잡동사니 창고로 전락하는 풍경은 우리 사회 인식의 접근성을 보여주는 척도다. 불결하고 망가진 공간은 당사자에게 물리적 고통을 넘어 ‘당신은 이곳에서 환대받지 못하는 존재’라는 심리적 모멸감을 심어준다. 고장 난 호출 벨과 잠긴 문 앞에서 느끼는 절망은 사회 통합이라는 구호를 무색하게 만든다. 최보윤 의원의 개정안처럼 설치 이후의 운영 상태를 투명하게 공표하는 시스템은, 이러한 심리적 문턱을 낮추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장애 유무 관계없이 누구나 이용하기 쉬운 ‘유니버설 디자인’은 시혜가 아니라 보편적 안전망이다. 휠체어 이용자가 편한 공간은 결국 노인과 임산부, 일시적 부상자 등 생애 주기 속에서 누구나 마주할 ‘약함’을 보호하는 바탕이 된다. 화장실은 한 인간이 특정 장소에 머물 수 있는 물리적 시간을 결정하는 ‘이동권의 마침표’다. 마침표가 찍히지 않는 이동은 배회일 뿐이며, 관리되지 않는 화장실은 그 배회의 시간을 고통으로 채운다.
교육 현장에서 제자들에게 가르치는 ‘자립’의 가치가 허언이 되지 않으려면 이제 국가와 사회가 실천적 답을 내놓아야 한다. 화장실 내부를 청결하게 유지하고 기능을 보존하는 것은 공간 관리를 넘어 공동체의 인격 수준을 증명하는 일이다. 우리 아이들이 더 이상 갈증을 참지 않고, 닫힌 화장실 문 앞에서 자신의 존재를 자책하지 않는 세상이 진정한 인권의 시작이다.
📌 Kayn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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