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편화된 해양생물 자료…범부처 통합 관리해야 [왜냐면]

📌 Diğer 📰 Hankyoreh (KR) 🕐 7 saat önce

국가 생물종 목록 6만종 시대가 열렸다. 환경부 발표에 따르면 국내 자생 생물종이 지난해 말 기준 6만2604종을 돌파했다고 한다. 외형상 의미있는 성과처럼 보이지만, 기후 변화의 직접적 영향권인 해양 생태계 현실은 다르다. 생물다양성의 근간이 되는 해양 생물 기초 자료가 체계적으로 정리되지 못하고 부처별 목록도 엇갈리면서, 해양 생물 관리 체계에 혼선이 커지고 있다.

문제는 기후 변화 속도를 데이터 구축과 관리 체계가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지난 57년간 한국 해역의 표층 수온 상승률은 약 1.58도로, 전세계 평균보다 2배 이상 높았다. 이로 인해 남해의 상징이었던 소라가 동해 울진까지 북상해 정착하고, 열대성 어종과 아열대성 생물들이 한반도 전역에서 발견되고 있다. 특히 한반도 연안 생태계의 기초 생산자인 해조류 군락 붕괴는 이미 시작된 바다 생태계 이상 징후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연안 조사 암반의 37%가량에서 바다가 하얗게 사막화되는 ‘갯녹음(백화) 현상’이 확인됐다. 특히 수온 상승이 가파른 동해안의 경우 피해율이 49%로 절반에 육박하며, 제주(39%), 남해(17.6%) 등 전 해역에서 단위 면적당 해양 생물량(현존량)이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다. 해양 생물의 산란장이자 서식처가 급격히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바다 생태계를 보여주는 국가 데이터는 제각각이다. 부처마다 생물종 분류가 다르고, 자료 관리 기준도 통일돼 있지 않다. 예를 들어, 환경부의 ‘국가 생물종 목록’과 해양수산부의 ‘국가 해양수산생물종 목록’ 사이에는 여전히 분류 기준과 종 표기가 다른 경우가 적지 않다. 이를 총괄 조정할 전담 조직이 없다 보니, 기관별 오류와 누락도 제대로 바로잡히지 않고 있다. 기존 자료의 정리조차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열대성 생물의 유입이 증가하면서, 이것이 기후 변화에 따른 ‘자연적 북상’인지, 선박 평형수 등을 통한 ‘외래 침입종’인지, 혹은 ‘기존에 있었으나 기록되지 않았던 종’인지조차 명확히 판별하지 못하고 혼선이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정보의 혼선은 고스란히 경제적, 생태적 재난으로 직결된다. 지중해담치나 유령멍게 같은 외래종이 토착종인 홍합의 서식지를 잠식하고 양식 시설에 부착해 막대한 피해를 주는 것은 물론, 고수온 여파로 노무라입깃해파리 같은 대형 해파리가 대량 출현하며 어구 파손과 어획물 품질 저하를 일으키고 있다. 이에 대한 정밀한 모니터링 체계는 기초 자료 부실과 유관 부처 간 소통 장벽으로 인해 번번이 한계에 부딪힌다. 고수온으로 인한 수산 피해가 연간 1천억원대를 넘어서는 가운데, 어가와 지역 경제 전반이 큰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국가 생물종 목록는 단순한 학술적 기록이 아니라, 생물다양성 보존을 위한 ‘나고야의정서’ 시대에 자국의 생물 자원을 보호하고 권리를 주장하기 위한 ‘전략적 자산’이다. 우리 바다에 무엇이 살고 있고, 어떻게 소멸하며 변하고 있는지 명확히 입증하지 못한다면 국제적인 자원 분쟁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제 숫자 늘리기식 목록 작성에서 과감히 벗어나야 한다. 환경부와 해양수산부 등으로 파편화된 기관별 데이터를 통합하고 강제할 수 있는 범부처 차원의 컨트롤타워를 확립하는 것이 급선무다. 단순 유전자 분석 수준을 넘어 유전체 분석 기술을 전면 도입해 종 판별의 정확도를 획기적으로 높이고, ‘바다 숲 붕괴’가 극심한 동해와 제주 등 거점 해역을 중심으로 실시간 생물상 감시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기초 자료의 기반이 취약하고 부처 간 정책 연계가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생물다양성 정책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바다의 변화를 읽지 못하는 국가는 결국 해양 자원도, 어민의 삶도 지켜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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