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갑잔치에 초대합니다 [똑똑! 한국사회]

📌 Diğer 📰 Hankyoreh (KR) 🕐 7 saat önce

“저, 사실 완주하고 싶은 게 하나 더 있어요.” 도서관 독서모임을 마치려는데, 윤경씨가 불쑥 말을 보탰다. 김금희의 소설 ‘첫여름 완주’를 읽고 감상을 나누던 자리였다. 뜨겁고도 시린 여름의 시간을 무사히 완주해낸 주인공 열매처럼 우리도 완주하고 싶은 것이 있는지, 그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 나누던 중이었다. 윤경씨의 입에서 나온 단어는 뜻밖이었다. “반년 뒤에 돌아오는 저의 환갑잔치를 잘 해내고 싶어요.”

1980년대 대학생 시절부터 지금까지도 외국 배낭여행을 즐기는 세련된 언니가 윤경씨였다. 학습지 선생님을 하는 요즘도 틈틈이 영화제를 찾아다니는 시네필이기도 하다. 그러니 더욱 뜻밖이었다. 어감부터 예스러운 환갑잔치라니. 한국전쟁 전에 태어난 우리 엄마도 ‘촌스럽다’며 손사래 치던 그 환갑잔치 말이다. 이어갈 말을 찾지 못해 당황한 멤버들 앞에서 윤경씨는 창대한 자신의 환갑잔치 계획을 소개하였다.

먼저 윤경씨는 집 근처 상가에 있는 작은 공연장을 예약했다. 피아노가 놓여 있고 간단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공간, 여기서 조촐한 연주회를 진행할 생각이다. 작년부터 배우기 시작한 피아노 취미를 살려 가족 한명 한명에게 어울리는 곡을 선곡해두었다. 아직은 한숨 나오는 실력이지만 잔칫날까지는 악보를 반드시 외우겠다고 다짐했단다. 생일상은 직접 차리기로 했다. 가족과 몇몇 소중한 지인들만 초대해 조촐한 식사를 대접할 생각이다. 모든 비용은 자신이 부담한다. 여건이 된다면 우아한 옷도 한벌 사 입고 싶은데, 예산이 만만치 않아 고민이라 했다. “타인에게 기대하고 싶은 내 마음을 차단하고 싶었어요. 긴 시간 동안 곁에 있어준 사람들에게 고맙다 말하고 싶었고요.” 직장에 다니는 두 딸과 남편에게 기대하고 싶은 마음을 접고 스스로 잔치를 열겠다 마음먹은 이유는 단순했다. 스스로 기뻐하고, 스스로 축하하고 싶어서였다.

묘한 마음이 들었다. 나는 생일이란 남이 차려주는 밥상이라고만 생각했다. 주인공은 나지만 준비하는 사람은 타인이기에, 생일상도 축하도 선물도 누군가 대신 마련해주기를 내심 기대한다. 그러니 삐치고 마음 상하고 때론 남몰래 상처받거나 우울해지는 것이겠지. 하지만 윤경씨는 다르게 마음먹었다. 축하를 기다리는 대신 스스로 축하하기로, 누군가 알아주기를 기대하는 대신 직접 잔치를 준비하고 사람들을 초대하기로 했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삶의 중요한 순간마다 타인을 의식하고 기대하며 살아간다. 누군가 인정해주기를, 먼저 손 내밀어주기를. 무엇보다 남들 눈에 그럴듯하게 보이기를. 나 역시 다르지 않다. 인정받고 싶고, 잘 보이고 싶고, 박수와 응원을 받고 싶다. 그런 마음이 지금의 나를 여기까지 끌고 온 힘이기도 하니 함부로 초라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내 삶의 중심을 스스로가 아닌 타인에게 내어주는 순간부터, 속이 부대끼고 자아가 한없이 줄어드는 나만의 지옥이 시작된다. 이쯤 했으니 대접받아 마땅하다는 보상 심리가 나와 타인을 함께 고통스럽게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였을까. 윤경씨의 환갑잔치 계획은 잔치가 아니라 삶의 태도에 대한 선언처럼 들렸다.

윤경씨는 요즘 피아노 학원에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돌아서면 까먹는 기억력이 원망스럽고, 기대하는 가족들 눈빛도 은근 얄밉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올가을 그의 환갑잔치는 반짝반짝 빛날 것이다. 연주가 완벽하지 않아도 좋다. 음식이 조금 모자라도 괜찮다. 자신의 삶을 스스로 기뻐하고 축하하기로 마음먹은 사람보다 빛나는 주인공은 없으니까. 김금희의 소설 속 열매가 여름을 완주해냈듯 윤경씨도 치열한 예순해의 시간을 완주해 이 자리에 도착했다. 생각해보면 그가 완주하고 싶은 것은 그저 환갑잔치가 아니었는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삶을 스스로 기뻐하고 축하하는 일. 지금까지 살아낸 시간을 향해 스스로 건네는 응원과 박수 말이다. 근사하게 완주하시기를.

📌 Kayn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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