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재고 빠르게 감소 중…하반기 석유 위기 가능성?
중동전쟁 이후 석달 동안 국제유가는 공급충격에도 불구하고 예상보다 낮은 가격수준을 유지하고 변동성도 덜한 편이다. 충분하게 비축된 글로벌 석유 재고 덕분이지만, 재고가 감소하는 속도가 최근에 점점 가팔라지고 있어 올 하반기에 재고발 석유 대란이 우려된다는 전망이 나온다.
10일 석유수출국기구(OPEC) 자료에 따르면, 전쟁으로 원유 수출길이 막힌 걸프 지역 5개 산유국의 원유 생산은 전쟁 기간(3~5월) 중 하루 1100만배럴 안팎씩 대거 감축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세계 석유공급은 지난 3개월 동안 10% 이상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쟁 직후 급등했던 국제유가는 지난 석달간 공급충격 속에서도 당초 시장 예상보다는 낮게 유지되고 변동성도 전쟁 초기보다 완화된 모습이다.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가격은 4월초 배럴당 112.95달러까지 치솟았으나 그후 80~100달러 초반에서 등락을 반복하다 5월 후반부터 90달러 안팎으로 후퇴했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최고치(2022년 6월초 120.9달러)보다 낮고, 시장이 호르무즈해협 봉쇄를 전제로 제시했던 당초 예상치(최대 200달러)를 크게 밑돈다. 국제에너지기구 사무총장 비롤이 “이번 공급 충격이 1970년대 두 차례 오일쇼크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천연가스 충격보다 더 클 것”이라고 우려한 것과 달리, 유가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인 까닭은 전쟁 전에 충분하게 비축된 글로벌 석유재고 덕분이다.
세계 석유재고는 전쟁 이후 감소세를 보였음에도 아직 양호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자료에 따르면, 전세계에서 관측 가능한 석유재고는 중동 전쟁 직전인 2월말 82억배럴(전세계 수요 78.5일분)로 5년 래 최고치를 기록중이었다.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지난 4월 말에는 79.5억배럴로 약 3% 줄었으나 세계 수요의 76.1일분이 잔존하고 있었다. 미국에너지청(EIA) 추정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세계 석유재고는 75억배럴로 세계 수요의 70일분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여러 국제 기관들은 글로벌 석유의 ‘적정 재고 수준’을 30~65일분으로 제시하고 있다.
문제는 3월 이후 유례 없이 빠르게 진행중인 재고 감소 속도이다. 미국에너지청에 따르면, 세계 석유재고 감소폭은 3월에 하루 평균 -527만배럴, 4월 -862만배럴, 5월 -900만배럴로 역대 최고 감소폭을 계속 경신중이다. 5월의 하루 감소분은 세계 3위 석유 소비국인 인도 수요의 1.6배에 맞먹는다. 3~5월 누적 감소분(7억배럴)은 작년 연간 세계수요의 1.9%에 달한다. 이런 속도라면 올 하반기에 글로벌 석유재고 대란을 피하기 어려울 거라는 우려가 시장에서 나온다.
재고 감소 문제는 선진국보다는 중국·일본 등 아시아 신흥국에서 더욱 심각하다. 반면 미국의 원유 재고는 지난 5월22일 기준 4억4200만배럴로 전쟁 직전보다 오히려 0.5% 증가했고, 유럽도 수입 다변화로 아시아만큼 재고 상황이 심각하지는 않는 것으로 평가된다.
수요 쪽을 보면, 전쟁으로 세계 석유 수요가 크게 감소해 원유공급 충격을 어느 정도 상쇄시킬 거라는 전망이 제출됐으나, ‘수요 파괴’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국제에너지기구가 올해 전세계적 석유 수요가 하루 42만배럴 감소할 거라고 예상했으나, 오펙 등은 오히려 수요가 전년보다 늘어날 거라고 전망하고 있는 등 파괴적 석유수요 감소가 나타날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석유수요는 지난달 22일 기준 하루 2019만배럴로 최근 5년간 평균 대비 2.5% 증가했다.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경유 등 운송연료를 중심으로 석유재고가 빠르게 소진되면서, 하반기에는 석유 위기를 촉발하는 잠재적 위협이 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세계 석유재고 감소 속도가 3~5월 수준을 지속할 경우 오는 9월이 되면 세계 석유 수요의 65일분을 밑돌면서 시장 불안이 크게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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