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미 하원 세출위, 해군 지원함 ‘해외 건조’ 길 일단 열었다
미국 하원 세출위원회 국방소위원회의 2027회계연도 국방예산법안 초안에서 해마다 반복돼온 ‘모든 해군 함정의 외국 조선소 건조 금지’ 조항의 적용 범위가 ‘취역 전투전력 함정’으로 좁혀진 것으로 확인됐다. 전략수송선·벌크연료선·병원선 등 전투전력에 포함되지 않는 지원 함정이 외국 건조 금지 대상에서 빠질 수 있다는 뜻이다.
하원 세출위가 10일(현지시각) 공개한 켄 캘버트 국방소위원장 명의의 초안을 보면, 해군 함정 건조·개조 예산(Shipbuilding and Conversion, Navy·SCN) 항목의 단서 조항이 지난해와 달라졌다. 초안은 이 돈을 ‘대상 함정’(covered ship)을 외국 조선소에서 건조하거나 주요 부품을 외국 시설에서 제작하는 데 쓸 수 없다고 규정했다. ‘대상 함정’은 미 해군 함정등록부에서 공식 전투전력으로 집계된 취역 함정을 뜻한다. 법안은 11일 오전 9시 비공개 국방소위 심사를 거쳐 오는 24일 전체위원회 심사에 오를 예정이다.
지난해까지 문구는 적용 대상이 넓었다. 2026회계연도 해군 함정건조 예산 설명서에 담긴 세출법 문안을 보면, ‘어떠한 해군 함정(any naval vessel)’도 건조하거나 주요 부품을 제작할 때 외국 조선소를 활용할 수 없었다. 2027 회계연도 초안이 통과할 경우 전투전력에 포함되지 않는 지원함뿐 아니라, 일부 지원함처럼 전투전력으로 집계되더라도 군함으로 정식 취역하지 않고 민간 승조원이 운용하는 함정의 경우 외국 조선소를 활용할 여지가 생긴 것으로 풀이된다.
이 변화가 주목되는 것은 미 해군이 2027회계연도 예산에서 지원 함정 건조를 대거 요청했기 때문이다. 행정부의 2027회계연도 해군 함정건조 예산요청은 총 658억2501만7천달러(약 100조원)로, 전투전력 함정 18척과 기타 함정 16척 조달을 포함한다. 비전투전력으로 분류된 기타 함정 16척에는 전략수송선 1척, 벌크연료선 1척, 병원선 1척, 중고 수송선 1척, 특수임무선 1척 등이 포함된다. 특히 미 해군은 예산 설명서에서 전략수송선과 벌크연료선에 대해 “해외 조선소에서 (건조) 기회를 모색할 방침”이라고 명시해, 해외 발주 의사를 공식화했다. 세출위의 문구 변경은 이런 해군의 계획과 맞물리는 조처로 보인다.
예산법이 초안대로 확정되더라도 미 해군 함정의 해외 건조가 곧바로 가능해지는 것은 아니다. 영구법인 미국 법전 제10편 제8679조는 미군용 함정과 선체·상부구조의 주요 부품을 외국 조선소에서 건조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다만 이 조항은 대통령이 국가안보상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예외를 둘 수 있다. 예산법 문구 변경이 확정되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예외로 판단해 해외 건조 길이 열릴 수 있다.
해마다 국방 정책과 예산 사용 권한을 설정하는 국방수권법(NDAA)도 큰 틀에서 발을 맞추고 있지만, 세출법보다는 제한 기준이 조금 더 엄격하다. 앞서 하원 군사위원회는 지난 5일 2027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 심사에서 재러드 골든 민주당 의원이 낸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해군 예산을 외국 조선소에서 건조될 ‘전투전력 함정’ 조달 계약에 쓰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민간이 운용하는 지원함이라도 전투 전력에 포함된다면 해외 건조를 막겠다는 취지지만, 전투전력에 포함되지 않는 지원 함정에 대해서는 문을 완전히 닫지 않는 구조라는 큰 틀은 국방예산법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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