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권토중래의 시간 [아침햇발]

📌 Diğer 📰 Hankyoreh (KR) 🕐 1 saat önce

정치부 말진 시절, 성대모사를 기막히게 잘하는 동료 기자가 있었다. 그가 의원들의 흉내를 낼 때면 언제나 빵빵 큰 웃음이 터지곤 했다. ‘제물’이 된 의원들도 “아니, 내가 언제 그랬다고 그래” 눈을 흘기면서도 싫지만은 않은 눈치였다.

어느 날, 중진 의원 ㄱ이 섭섭하다는 듯 그에게 말했다고 한다. “ㄴ기자, 왜 내 성대모사는 안 해?” ㄱ의원이 대통령 선거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가 파다하던 때였다. “경력과 능력, 리더십에 온화한 인품까지, 뭐 하나 빠질 게 없는 ‘준비된 리더’”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지만, 정작 차기 대선 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그의 지지율은 좀처럼 오르지 않았다. ‘정치인에겐 무플보다 악플이 낫다’는 말이 진리다. 결국 그는 대선 후보가 되지 못했다.

십수년 전 옛일이 떠오른 건 6·3 지방선거 다음날 김어준씨의 유튜브 방송 발언 때문이었다. “어쩌면 좋아. 이렇게 되면은 보수 진영에는 대선 후보가 두명이나 살아 돌아오는 셈인데. 한동훈과 오세훈. 그리고 이 진영에서는 김경수와 조국이라는 대선 후보급이 낙선하게 되는 것이고….”

이번 선거 핵심 격전지였던 서울과 부산 북갑, 경기 평택을 선거에서 범여권 패배 의미를, 김씨는 이렇게 해석했다. 그의 말마따나 오세훈 서울시장과 한동훈 의원 그리고 김경수 전 경남지사와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는 꽤 오래전부터 야권과 여권의 잠재적 대선 후보로 꼽혀오긴 했다. 새삼스레 마음속에 근본적 질문이 떠올랐다. ‘대체 어떤 사람이 대통령감인가?’

문민정부 이후 8명의 대통령에게서 답을 찾아봤다. 그들 모두 ‘확실한 캐릭터’로 전국적 인지도를 얻었다는 공통점이 있었고, 강력한 카리스마나 인간적 매력에 강력한 개인 서사를 갖췄다. 중요한 건, 이들이 당대의 ‘시대정신’을 대변했다는 점이다!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은 1970년대부터 국민과 함께 군부독재 정권과 싸워온 ‘민주화 지도자’였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권위주의 정치와 강고한 지역주의에 무모할 정도로 도전한 ‘바보 노무현’이었다. 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전 대통령은 각각 ‘경제성장을 이끌 성공한 경영인’, ‘박정희의 정치적 상속자’, ‘노무현 정치의 계승자’란 이미지를 내세워 정치권 전면에 섰다. ‘공정과 상식, 법치주의자’라는 거짓 가면을 썼던 윤석열 전 대통령의 수렁에서 벗어나, 지금은 ‘행정 능력을 갖춘 사이다 실용 정치인’ 이재명 대통령의 시대다.

민주주의 ‘선진국’ 미국·영국의 사례를 들며 ‘책임 있는 정당 정치’의 필요성을 강조하지만, 정작 유권자들은 ‘아웃사이더’를 더욱 선호하는 듯하다. 정치권이 신뢰를 주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선거 때마다 정당 밖에서 난세를 타개할 영웅, ‘새 인물 찾기’ 현상이 반복됐다. 다만 ‘돌풍’을 일으키며 ‘혜성’처럼 등장한 새 인물이 꼭 대선 후보로 최종 선택되는 것은 아니었다. ‘글로벌 외교 경험이 있는 중도 통합형 대안’으로 여야 양쪽의 러브콜을 받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대표적이다. 그는 2017년 1월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가 20일 만에 ‘철수’를 선언했다. ‘깨끗하고 혁신적인 전문가’로 신드롬을 일으켰던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2012년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에게 자리를 양보했다. 안 의원은 이후 몇차례 당을 옮긴 뒤, 이제는 ‘아직 가능성은 있는 중량급 정치인’ 정도로 언급되고 있을 뿐이다.

많은 이가 범여권의 낙선한 ‘대선 후보급’ 두 주자의 앞날을 묻는다. 특히 조국 전 대표를 두고선 “2등도 아닌 3등으로 낙선했으니 사실상 정치적 사망 선고가 내려진 게 아니냐”고들 했다. 조 전 대표를 긍정 평가하던 범여권 인사조차 “유권자들이 부르기도 전에 성급히 나선 게 패착이었다”고 했다. 본인이야 억울한 측면이 있겠지만, 법의 심판을 받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출마를 강행한 바람에 그를 따라다니던 ‘내로남불’, ‘위선’이란 비호감 이미지만 더 키워놨다는 것이다.

“한번의 전투에서 졌다고 전쟁을 포기하는 법은 없다.” 조 전 대표는 지난 4일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올리며 권토중래를 별렀다. 흔히들 ‘정치는 생물’이라고 하니 예단할 일은 아니다. 다만 지금으로선 그가 다시금 다수 유권자의 열광적인 호출을 받을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저 자신을 성찰하고 담금질하겠다”고 한 만큼, 조 전 대표 스스로 자신이 지금의 시대정신을 담아낼 그릇이 될 수 있을지 진지하게 들여다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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