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의 축제’, 미국 비자에 막혔다
북중미 월드컵 개최국인 미국이 해외 관중은 물론 선수들과 심판, 대표팀 관계자들에게까지 비자 발급을 거부하거나 입국을 막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입국 심사를 강화하면서 세계 최대 스포츠 축제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10일(현지시각)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반이민 정책 강화와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 등의 여파로 일부 본선 진출국 국민들의 월드컵 관람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아이티와 이란, 세네갈, 코트디부아르 국민들은 미국 비자 발급이 사실상 제한된 상태이며, 이라크 국민들도 현지 미국 영사 서비스 중단으로 비자 발급에 큰 제약을 받고 있다. 에볼라 확산 여파로 콩고민주공화국 출신 입장권 소지자들도 미국 입국을 거부당했다. 지난 7일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이번 월드컵 본선 진출국 가운데 4분의 1 이상 국가의 국민들이 미국 비자 발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전쟁 중인 이란 선수들과 대표팀 관계자들도 문전박대를 당하고 있다. 이란 대표팀 선수들만 입국 허가를 받았고, 대표팀을 지원하는 스태프 15명은 결국 미국 비자를 받지 못했다. 선수들 역시 경기가 있는 당일에만 미국 내 경기장에 갈 수 있고, 일정을 마친 뒤 바로 멕시코 등 다른 국가로 이동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컨디션 조절이 중요한 선수들에게는 최악의 상황이다. 이란 축구협회는 최근 자국 응원단 몫으로 배정된 월드컵 티켓 할당이 취소됐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다른 선수들도 힘겹게 미국 땅을 밟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라크 공격수 아이만 후사인은 시카고 오헤어 국제공항에서 몇 시간에 걸친 심문 끝에 입국했고, 스위스 대표팀의 브릴 엠볼로도 과거 전과 기록으로 추가 심사 끝에 입국 허가를 받았다. 아이티 대표팀의 우덴스키 피에르 역시 미국 비자 발급이 늦어져 평가전에 출전하지 못했지만, 이후 입국 허가를 받고 대표팀에 합류했다.
국제축구연맹(FIFA·피파)이 배정한 심판도 입국을 거부당해 논란이 일었다. 소말리아 출신 주심 오마르 아르탄은 유효 비자와 외교관 여권을 소지하고 있었음에도 지난 7일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공항에서 입국을 거부당했다. 그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정말, 정말 실망했다”며 “내 인생 최대 꿈인 월드컵 무대에 서기 위해 노력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에이피(AP) 통신은 미국 당국자를 인용해 세관국경보호국(CBP)이 추가 심사 과정에서 테러 조직 용의자들과의 연관성 등 부정적 정보가 확인됐다는 이유로 입국을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취재진도 비자 장벽에 직면하고 있다. 주로 중동과 아프리카 출신 기자들이 대회 취재에 필요한 미국 비자를 발급받지 못했다고 뉴욕포스트는 전했다. 이라크의 국가대표팀 사진작가 탈랄 살라흐도 10시간 이상 억류되었다가 결국 미국 입국이 거부됐다. 한국에서도 개그맨 이경규씨가 현대자동차 응원단장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하려다가 비자 발급 문제로 출국이 무산됐다.
이런 논란에도 미국 정부는 현행 입국 심사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취재진과 만나 입국 비자 규제와 관련해 “올바른 사람들이 들어올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 Kayn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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