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브로’ 마케팅 속내 [한겨레 프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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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10월 말 방한하며 “한국이 기뻐할 발표가 있다”고 했을 때 한국 언론들은 이를 ‘선물’로 표현했다. 이번 한국 방문에서도 그는 “4가지 비즈니스를 갖고 왔다”고 했지만 언론들은 ‘4개의 선물’이라고 했다. 사업하러 왔다는 그에게 언론이 왜 “선물 가져왔냐”는 질문을 했는지 모르겠다. 분명한 건 사업인지 선물인지 애매한 상황을 만드는 젠슨 황의 행보가 매우 전략적인 마케팅 차원에서 이뤄진다는 것이다. 지난해 회동 장소는 ‘깐부치킨’이었고, 올해는 ‘형님 저요’였다. 회동을 마친 일행들은 모여든 시민들에게 간식을 나눠주며 던지기도 했다. 선물은 그렇게 던져주는 것이 아니다. 부끄럽고 난감한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언론들은 젠슨 황의 쇼맨십이 대단하다고 한다. 그는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그의 전기 ‘엔비디아 젠슨 황, 생각하는 기계’에서 묘사된 모습은 워커홀릭이며 소리를 질러대는 가혹한 시이오였다. 그랬던 그가 어느새 만면에 웃음을 띤 ‘인공지능 전도사’가 돼 있다. 인공지능 기술 발전 국면에서 그가 어떤 존재인지 궁금해 챗지피티에 물어봤다. 젠슨 황이 기술적으로 직접적 역할을 한 바가 없다고 했더니 인공지능은 “지나친 단정이다. 그는 딥러닝 알고리즘을 발명한 연구자는 아니지만, 지피유 컴퓨팅 플랫폼과 쿠다(CUDA: 지피유를 과학연산에 활용할 수 있게 해주는 소프트웨어) 생태계 구축을 통해 인공지능 발전에 매우 직접적인 기술·산업적 기여를 했다”고 답했다. 정말 그럴까. 그의 전기를 보면, 엔비디아는 2009년 제프리 힌턴 교수로부터 “머신러닝 연구용 지피유를 제공해줄 수 있느냐”는 요청을 받았지만 거절했다. 젠슨 황은 힌턴 연구팀이 2012년 혁신적인 신경망 모델 ‘알렉스넷’을 발표한 뒤에야 인공지능이라는 새로운 시장에 눈떴다. 엔비디아의 지피유와 소프트웨어 쿠다가 기계학습에 사용된 것을 확인한 그가 챗지피티 답변처럼 쿠다 생태계 구축에 집중 투자한 것은 맞다. 다만 이 쿠다 생태계가 인공지능 기술 개발에 기여했는지, 오히려 엔비디아의 지피유에서만 작동하도록 독점하는 ‘록인 효과’를 불러왔는지는 논란이 있는 대목이다. 인공지능 기술은 뭔가. 한마디로 머신러닝, 즉 ‘딥러닝’이다. 그것도 ‘데이터’를 학습시키는 지도학습까지다. 그다음 이른바 ‘자기학습’ 단계는 인간의 능력 너머에 있다. 그래서 공포를 얘기하는 것이다. 인공지능에 관한 한 ‘모른다’가 맞지만 젠슨 황은 ‘다 안다’는 쪽이다. 서울대에서는 “이건(인공지능은) 엄청난 기회다”라고 했을 정도다. 그가 서울을 누비던 비슷한 시각, 미국과 유럽에서는 인공지능에 대해 걱정과 우려가 쏟아졌다. 지난달 25일 바티칸. 레오 14세 교황이 첫 회칙을 발표했다. 인공지능을 바벨탑에 비유하면서 “인공지능을 무장해제 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 5일 인공지능 기술 선도 기업 앤트로픽은 “인공지능이 인간의 개입 없이 스스로 진화하는 단계로 가고 있다”며 “세계가 공동으로 개발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인공지능 산업 전반에서 진지하게 제기되는 우려와 공포를 그에게서는 발견할 수 없다. 왜 그럴까. 그의 전기를 쓴 스티븐 위트는 이렇게 결론 냈다. “그에게 인공지능은 그저 소프트웨어이고, 엔비디아가 판매하는 하드웨어에서 실행되는 프로그램일 뿐이었다.” 젠슨 황은 세계 최고의 슈퍼갑이다. 그런 그가 만면에 웃음을 띠고 찾아와 쇼맨십까지 보여줘야 하는 진짜 사정을 꿰뚫어 볼 때가 됐다. 지난해 방한 땐 엔비디아 주가의 가파른 상승세가 멈추던 시기였다. 엔비디아는 그간 지피유로 벌어들인 거대한 자본으로 여러 기업을 인수하며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하는 중이다. 16일엔 엔비디아가 자금 조달을 위해 200억달러어치 채권을 발행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것이 위기라는 뜻은 아니다. 더 이상 쿠다의 독점이 작동하지 않게 된 나머지 새로운 생태계가 필요하기 때문은 아닐지. 마냥 환호하고 있을 때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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