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0조 국민노후자금’ 수익 공고히 할 개혁안은?
국민연금이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이미 되돌릴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2026년 2월 기준 약 1600조원에 이르는 국민연금기금은 국내 주식·채권시장뿐 아니라 국외투자와 대체투자에서 막대한 자금을 움직이는 초대형 투자 주체다. 코스피 주요 기업의 상시 대주주이고, 국채와 회사채의 주요 매수자이며, 국외 주식과 채권을 대량으로 매입하고 환헤지를 통해 외환시장에도 구조적인 영향을 미친다. 원·달러 환율이 출렁일 때마다 “국민연금이 환헤지에 나서느냐”가 시장의 핵심 변수로 거론되고, 주가가 흔들릴 때에는 “연기금이 순매수냐 순매도냐”가 헤드라인을 장식한다. 최근 정부와 한국은행, 보건복지부, 국민연금이 함께 외환시장 동향을 점검하고 외환스와프를 통해 국민연금의 달러 수요를 조정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장면이 더는 낯설지 않다. 원화를 지키고 금융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위기 때마다 “이번에도 국민연금이 나서야 한다”는 기대와 요구가 자연스럽게 따라붙는다. 국민연금은 이제 “국민의 노후를 지키는 심장”이자 “한국 자본시장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 이쯤 되면 질문도 달라져야 한다. 국민연금이 외환·금융정책에 영향을 미치느냐 마느냐를 따지는 것은 이미 한물 지났다. 영향력은 이미 현실이 되었고, 앞으로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제 물어야 할 것은, 기획예산처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 견줄 만한 위상을 전제로 할 때 국민연금을 어떤 규범과 절차 안에 둘 것인가 하는 점이다. 국민연금의 ‘제도운영’과 ‘기금운용’은 애초에 성격이 다르다. 연금제도 운영은 “누가 얼마를 내고, 언제까지 내며, 나중에 어떤 방식으로 얼마를 받게 할 것인가”를 정하는 일이다. 반대로 기금운용은 “이미 모인 돈을 어디에 어떻게 투자해 어느 정도 수익을 내고,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할 것인가”를 정하는 일이다. 앞은 국민적 합의와 정치적 선택이 필요한 사회보험·제도의 영역이고, 뒤는 국내외 시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보고 판단해야 하는 경제정책·투자의 영역이다. 문제는 지금의 구조가 이 차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국민연금제도 운영, 기금 운용, 감독 기능이 깔끔하게 나뉘지 않은 채 보건복지부 주변에 한데 모여 있다. 기금운용의 법률상 최고의결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는 이름과 달리 상시적으로 움직이는 ‘본부’라기보다, 1년에 몇 번 모여 미리 올라온 안건을 빠르게 처리하는 임시 회의체에 가깝게 운영돼 왔다. 전략적 자산배분과 위험 한도, 수탁자책임 활동의 큰 방향을 두고 치열하게 토론하고 결정하기보다는, 정부와 공단이 준비한 안건을 제한된 시간 안에 추인해 왔다는 지적이 반복된다. 투자정책과 자산배분은 정부 주도로 짜이고 대통령 승인까지 받지만, 그 판단의 성과와 실패에 대해 누가 어디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지는 흐릿하다. 반대로 기금운용본부는 감사원 감사, 국정감사, 각종 평가를 동시에 받으면서도, 자신들이 통제하기 어려운 상위 정책 결정과 자기 권한이 얼마나 맞물려 있는지 명확하지 않다. 위에서 큰 방향은 정하고, 아래에서 결과에 대한 책임만 지는 비대칭 구조가 굳어질 위험이 크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개혁 방향은 크게 두 갈래로 얘기된다. 하나는 대통령실 산하에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를 두자는 방안이고, 다른 하나는 국민연금기금운용공사를 새로 만들자는 방안이다. 대통령실 산하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방안은, 연금제도 운영과 기금운용을 법으로 나눠, 기금운용의 최종 책임기구를 보건복지부 밖으로 빼내자는 구상이다. 지금은 보건복지부가 연금재정의 장기 설계, 급여·보험료 조정, 가입규정 같은 정책 업무를 맡으면서 동시에 기금 운용의 방향과 원칙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대통령실 산하 운용위원회는 이 얽힘을 끊어, 연금제도는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심의위원회가 맡고 기금운용은 별도의 기금운용위원회가 책임지는 구조로 바꾸자는 제안이다. 이 구조에서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더 이상 위원장을 겸임하지 않고, 가입자 대표성과 운용 전문성을 함께 반영한 별도 위원회가 공적기금 운용의 원칙과 전략을 맡게 된다. 보건복지부 중심 일원 구조를 바꾸어 “연금제도 운영과 기금운용을 분리해야 한다”는 원칙을 제도에 직접 새겨 넣을 수 있고, 강제가입형 사회보험으로서 대표성은 유지하면서도 위원 구성과 상임위원 도입으로 전문성을 보완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기존 틀을 통째로 허무는 대신 소속과 권한 배분을 조정하는 방식이어서 정치·행정적 저항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현실적 장점도 있다. 다만 위원장과 위원을 어떤 절차와 기준으로 뽑고, 임기와 해임 요건을 법에 어떻게 박아 넣을 것인지는 여전히 숙제로 남는다. 이 부분이 허술하면 “누구로부터 독립됐고, 누구에게 책임지는 기구인가”라는 의문은 끝까지 따라붙을 것이다. 국민연금기금운용공사 설립 방안은 방향이 다르다. 지금 국민연금공단 안에 있는 기금운용본부를 떼어내 기금운용만 맡는 별도 회사(법인)를 만들고, 그 안에서 모든 운용을 책임지게 하자는 구상이다. 이 회사 안에는 이사회 역할을 하는 운용위원회를 두고, 여기서 전략적 자산배분과 운용 원칙, 리스크 관리, 수탁자책임, 인사·보수 체계를 한 덩어리로 다룬다. 이사회가 방향과 원칙을 정하고, 경영진이 이를 실행하며, 감사·위험관리·보상·수탁자책임 체계가 그 과정을 들여다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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