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금 대출·식비·토익 응시료가 빚 6120만원으로…‘성실하게 망한’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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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직 공무원인 아버지가 서울 사립대에 입학한 아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마지막 지원은 기숙사비였다. 이 청년은 기숙사비가 부모가 자신을 위해 마련해 준 마지막 방어선임을 알고 있었다. 아르바이트만으로는 부족해 학자금·생활비 대출을 받았다. 졸업과 동시에 4000만원의 빚이 쌓였다. 2년간의 구직 끝에 취업에 성공했으나 빚은 6120만원으로 불어 있었다. 0.7평 고시원비 45만원과 자격증 응시료, 식비 등을 대출로 메웠기 때문이다. 고생 끝에 중소기업에 취업했지만 첫 월급은 240만원에 불과했다. 대출 상환액, 고시원비, 카드값 등이 순식간에 빠져나가고, 통장에는 20만원만 덩그러니 남았다. 지난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만난 박기태 변호사가 최근 회생 상담을 했던 청년의 사례다. 그는 “이 청년은 그저 혼자 힘으로 성실하게 살아가려고 했을 뿐”이라며 “제가 만난 청년 채무자들 상당수는 무책임하거나 방탕한 사람들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12년째 회생·파산 사건을 다뤄온 그는 최근 청년들의 부채 문제를 다룬 책 ‘청년 파산’을 펴냈다. 책에는 학자금·생활비 대출, 전세 사기, 보이스피싱 등으로 빚의 굴레에 빠진 청년들의 이야기가 담겼다. 박 변호사는 이들을 ‘성실하게 망해버린 사람들’이라고 불렀다. 박 변호사는 몇 년 전부터 개인회생·파산 상담을 받으러 오는 청년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했다. 회생·파산을 신청하려면 소득과 부채, 지출 내역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그는 “청년들의 카드 사용 내역에는 화려한 소비의 흔적이 아니라 편의점 3500원, 스터디 카페 4000원 같은 소박하고 치열한 기록들이 빽빽하다”고 했다. 물론 빚투(빚내서 투자), 코인, 국외 취업 사기처럼 사회적으로 비판받을 만한 선택을 했다가 빚을 진 청년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박 변호사는 이를 개인 탓으로만 돌려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성실하게 일해도 안정적인 삶에 도달하기 어렵다는 절망, 자산 격차를 노동소득만으로 따라잡기 어렵다는 현실이 청년들을 더 위험한 선택으로 내몰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청년들이 무지해서, 금융 지식이 부족해서 이런 선택을 한다고 보지 않았다. 박 변호사는 “기성세대는 청년들의 선택에 혀를 차지만, 청년들은 바보가 아니다. 이는 냉정하게 계산한 결과”라며 “노동과 적금만으로는 100% 확률로 상대적 빈곤이 확정되고, 코인 빚투로 1%의 가능성이라도 생긴다면, 0%와 1% 중 무엇을 고르겠나. 안전한 선택의 결과가 확정적 패배라면 작은 희망을 택하는 쪽은 무모함이 아니라 이성적 선택이 된다”고 변호했다. 그를 찾아오는 청년들은 희망을 잃은 채 빚을 졌다는 자책감에 스스로를 죄인처럼 몰아세운다고 한다. 박 변호사는 이들에게 개인회생·파산은 채무자의 권리인 만큼 죄책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설명한다. “채무자가 내는 이자는 금융회사가 연체 위험을 감수하는 대가로 받는 일종의 보험료”라며 “보험료를 꼬박꼬박 내다가 사고를 냈을 때 보험금을 받으면 보험사에 미안해하지 않는다. 대출도 마찬가지다. 이자를 성실히 냈다면, 더는 갚을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고 해서 자책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이어 그는 “개인회생은 당신의 권리이자 국가가 제공하는 패자부활전”이라며 “부디 혼자 버티다 무너지지 말고 제도의 도움을 받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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