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성평등교육 어떻게?…“지원법·국가 교육과정 먼저”
‘여성 혐오를 다룰 때, 백래시와 저항이 심해 도저히 수업을 하기 어렵다’, ‘일베, 남초사이트, 게임 언어를 교실에서 남발’, ‘사립의 경우 관리자에 따라 압박과 탄압이 존재’, ‘장난, 성대결, 혐오 등의 역동이 시작되면 어려워짐’ ‘민원이 문제’ 학교에서 성평등교육을 했을 때 어려움이 무엇인지를 묻자 교사들은 이렇게 답했다. 16일 탁틴내일과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은 국회에서 ‘혐오와 갈등의 시대, 청소년 성평등교육의 과제’ 토론회를 열었다. 발제에 나선 김지연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부위원장은 지난달 13일부터 27일까지 공·사립 학교에서 성평등교육을 하는 초·중등 교사 2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공교육 내 성평등교육 현황’ 조사를 통해 학교 현장에서 어떤 어려움으로 성평등교육이 이뤄지지 않는지 등을 발표했다. ‘초·중·고에서 성평등교육이 잘 실시되고 있는지’에 대해 22명 중 20명의 교사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 가장 많이 나온 응답(복수응답)은 “교육과정 및 교재에 성평등 교육의 내용이 부족해서”(20명 중 14명)였다. 현재 성평등교육의 근거가 되는 법률은 교육기본법, 양성평등기본법,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등에 흩어져있다. 김지연 부위원장은 “성평등 교육의 근거가 되는 법률은 존재하나 실행 주체가 각기 다르고 구체적·체계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교육과정도 없다시피 하다. 제7차 교육과정 이후 기술·가정, 보건, 사회, 도덕 교과에서 범교고 학습 주제로 들어가있고 창의적 체험 호라동으로서 성평등교육이 실시되고 있다. 김지연 부위원장은 “일부 교과 중 일부 단원에만 편성되어 범교과 학습주제로서 효과성은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현재 학교 교육과정 중 연간 15시간을 성교육으로 의무화하고 있지만,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 성평등교육 등이 혼재되어 있으며 실제로 15시간이 어떻게 실시되는지 현황 파악이 되거나 관리·점검도 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성평등교육을 실시했을 때 민원과 저항이 거세다. 위 조사에서 20명 교사 가운데 12명이 ‘민원과 저항’을 성평등교육 실시가 어려운 이유로 꼽았다. 김병성 중학교 교사(인권을 위한 교사모임 ‘샘’)는 “2024년 말 ‘성혁명교육반대학부무연합선교회’라는 외부 단체로부터 ‘성혁명교육 개정교과서 채택 중단 및 삭제 요청’이라는 공문이 학교에 온 적이 있다. 이들은 성소수자 인권, 청소년의 성적 자기결정권 관련 내용을 ‘성혁명 교육’으로 규정하고 학교를 압박했다”며 “최근까지 서울 곳곳에 걸려 있던 ‘퀴어 동성애 교육 아웃’ 현수막에 담긴 혐오가 교문 안까지 그대로 스며들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성평등교사모임 ‘아웃박스’의 김수진 교사도 “일부 학부모들이 성평등 교육에 대한 무기로 ‘기계적 중립’을 내세우며 혐오 표현을 제지하는 교사에게 사실상 ‘교실 내 혐오할 권리’를 묵인하라는 압박도 있다”고 전했다. 이때문에 양질의 성평등교육을 위해선 성평등교육 계획 수립과 평가를 의무화하고, 각종 민원으로부터 교사들을 보호할 수 있는 법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컸다. 박진영 탁틴내일 연구소 연구원은 “환경, 진로, 학교 체육 등이 개별 입법을 통해 중장기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전문인력 및 지원 인프라를 보장받는 것과 달리 성평등교육은 독자적인 법적 안전망이 전무하다”며 “국가 교육과정 전반에 성평등 성취기준이 올바르게 반영되었는지 상시 검증하고, 양성평등교육심의위가 실질적인 통제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성평등교육지원법’ 입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수진 교사는 “생활지도 고시 내 교사의 갈등 중재 권한을 명시하고 교사의 교육적 개입이 아동학대로 역고소되지 않도록 하는 면책 요건의 명확화도 법률 개정을 통해 뒷받침돼야 한다”고 했다. 아동·청소년 성보호법에 따라 전국에서 운영 중인 성교육 전문기관을 지역 허브로 삼아 학교와의 협업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김병성 교사는 “교사 개인이 모든 민원과 조직적 압박을 혼자 감당하다 소진되는 구조는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 특히 지역 사회 성문화센터와 같은 전문 기관과의 협력 체계를 공식적 행정 시스템으로 연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선 토론회 참석자들은 인공지능(AI) 발전에 따라 청소년들의 삶이 이미 디지털 공간을 중심으로 재편됐기에, 그에 걸맞은 성평등 교육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공감대도 형성됐다. 인공지능의 데이터 성별 편향 문제, 딥페이크 성범죄 등 온라인 기반 젠더폭력 대응 등이 새로운 교육 내용으로 들어와야 한다는 말이다. 김수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은 이를 개발한 사람들의 편향을 반영하며, 성차별은 현재 생성형 인공지능이 표출하는 다수 결과물에서 발견되고 있다. 딥페이크 성범죄 및 개인정보를 활용한 사이버 괴롭힘이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용이해지며 더 많은 청소년이 괴롭힘에 가담하는 문제도 있다”며 “인공지능 시대에는 사회의 기술문화 변화를 성평등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고, 성평등 관점에 기반해 인공지능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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