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장 생맥주 한 잔 3만원…팬 지갑 털어 13조 벌겠다는 피파
2026 북중미 월드컵 체코와의 첫 경기(한국시각 12일)가 열린 과달라하라 경기장 매점 메뉴판에 적힌 ‘코로나 생맥주 710㎖ 330MEX$(멕시코페소)’를 본 순간 발이 멈춰졌다. 아직 화폐 단위 개념이 익숙지 않은지라, 머리 속 계산기를 한 번, 혹시나 하는 마음에 휴대폰 계산기를 또 한 번 두드렸다. 11일(현지시각) 기준 우리 돈 약 2만9000원. 다소 충격적인 이 숫자는 이번 월드컵의 살인적인 물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바가지요금’이었다. 아무리 월드컵이라지만, 비싸도 너무 비싸다. 현지 편의점에서 파는 710㎖ 캔맥주는 35~40페소(3000∼3500원) 수준이다. 그런데 경기장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같은 제품이 약 8배나 뻥튀기돼 310페소(2만7000원)로 둔갑한다. 10페소(약 900원)면 사는 600㎖짜리 생수 한 병도 80페소(약 7000원)다. 경기장 문을 통과하면 피파(FIFA)가 만든 그들만의 세계에 갇혀버리는 셈이다. 현지인들의 임금 수준을 고려하면 물가는 더 터무니없다. 흔히 말하는 ‘빅맥 지수’, 이곳의 빅맥 세트 가격이 130페소(약 1만1000원) 가량인 것을 생각하면 경기장 물가는 심각한 수준이다. 손흥민이 다녀갔다는 타코 음식점에서 15일(현지시각) 만난 점원 미네르바 테케라(20)는 팁을 포함해 시급으로 50페소(약 4200원)를 받는다고 했다. 테케라는 ‘월드컵 경기를 직관할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 “일반적으로 이곳에서 월드컵 경기 티켓을 살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며 웃었다. 한국과 멕시코의 조별리그 2차전(19일) 경기 티켓 가격은 일반 판매 최저가(265달러·40만원)를 훌쩍 뛰어 넘어 공식 리세일 플랫폼 등에서 최소 3900달러(590만원)에 팔리고 있다. 1만2500달러(1890만원) 하는 티켓도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월드컵을 누구보다 손꼽아 기다려온 멕시코 팬들에게 직관은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다. 광장에서 만난 오소리오(33)는 “월드컵 경기장을 직접 간다는 건 상상도 못 했다”며 “멕시코 경기 티켓은 특히 너무 비싸다. 몇 달을 일해야 제일 싼 자리에서 겨우 볼 수 있을까 말까다. 그것도 혼자서 봐야한다”고 했다. 그는 “그냥 친구들과 모여서 보는 게 낫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경기장의 살인적인 물가는 외신들도 주목하는 부분이다. 이번 월드컵의 과도한 상업주의와 폭리 현상을 일제히 지적하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월드컵 경기장의 식음료 가격은 평소 멕시코 리그 경기 때보다 최대 2배가량 뛰었다고 한다. 미국의 뉴스위크는 월드컵 음식과 맥주 가격이 “터무니없는 수준”이라며 “역사상 최대 규모로 열리는 이번 월드컵이 평범한 팬들은 감당하기 힘든 축제가 되어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논쟁에 불을 지폈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기장 식음료 값은 수많은 원정 팬들이 이미 항공권, 숙박비, 그리고 상당수의 경우 프리미엄이 붙은 입장권 비용까지 부담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기 당일 지출하는 비용에 대한 불만을 촉발시켰다”고 덧붙였다. 피파는 이번 대회를 통해 약 89억달러(약 13조4790억원)의 수익을 기대하고 있다. 팬들의 지갑을 야금야금 착취하는 방법을 통해서 말이다. 피파는 대회 전 경기장 내 물병 반입을 금지했다가 팬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생수 1병은 허용하기로 했다. 피파가 선심 쓰듯 허용한 생수 한 병으로는 2시간 넘게 멕시코의 뜨거운 태양 아래 목을 축이기에 역부족이다. 결국 팬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7000원짜리 물을 집어 들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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