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물가 상당 기간 높은 상승률 이어갈 것”
한국은행이 “올해 하반기 중 소비자물가는 3% 안팎, 근원물가(식료품·에너지 제외)는 2% 중후반의 상승률을 나타낼 것”이라고 밝혔다. 한은은 17일 ‘물가안정 목표 운영 상황 점검’을 통해 이런 전망을 내놓았다. 한은은 1년에 두 차례 물가안정 점검 보고서를 발간하고 설명회를 열고 있다. 한은은 “6월 중순 이후 미국-이란 종전 협상이 최종 타결되더라도 국제 유가는 인프라(기반 시설) 복구, 각국 (석유) 재비축 수요 등으로 전쟁 이전 수준까지 내려가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하반기 이후에도 유가 충격이 석유류 이외의 근원물가 품목으로 파급되면서 높은 수준의 물가 상승세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은은 유가 충격에 더해 “앞으로는 반도체 수출 호조에 따른 소득·자산 효과로 인해 소비가 개선됨에 따라 수요압력 역시 점차 확대될 전망”이라며 “임금 인상이 반도체 이외 부문으로 확산될 경우 비용 인상 및 수요확대 경로를 통해 물가 상방 압력이 추가로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중동 전쟁이 끝나고 유가가 점차 하락하더라도 소비 개선, 임금 상승이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7%로 전망한 바 있다.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 2.0%보다 훨씬 높다. 이는 연 2.50%에 머물러 있는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의 배경으로 거론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1∼5월 기준) 중 소비자물가 또한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2.4%로 높아져 목표 수준을 훨씬 웃돌았다. 중동전쟁에 따라 국제유가가 대폭 올랐던 탓이다. 상반기 근원물가 상승률은 2.2%였다. 한은은 “내년에는 유가 측면의 비용 상승 압력이 줄어들겠지만, 수요측 압력이 점차 확대되면서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 상승률 모두 목표 수준을 상회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한은은 지난 5월 전망 때 내년 소비자물가, 근원물가 상승률을 각각 2.3%로 제시한 바 있다. 한은은 이날 고유가 충격에 따른 분석에서 “충격 장기화(3개월 이상) 국면에서는 유가 10% 상승 시 5개월 후 근원물가는 0.1% 이상 상승”하는 것으로 추정됐다며 “이번 중동 전쟁에서는 고유가 충격이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근원물가에 대한 파급효과도 커질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사례를 대상으로 국제 원자재 가격 충격이 석유류 이외 품목으로 확산되는 간접효과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국제 유가와 공업제품, 전기·가스·수도, 외식제외 서비스 가격 간 상관계수는 14∼18개월 시차에서 정점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 유가 상승에 따른 여타 부문의 물가 상승 영향이 1년 2개월∼1년 반쯤 최고조에 이른다는 뜻이다. 정보기술(IT) 업종 임금상승에 따른 물가 파급 효과에 대해선 “통상적인 경우 특별급여 상승의 파급 영향은 제한적”인 반면, “특별급여가 일부 사업체에 집중되어 지급되는 경우 물가 상방 압력이 커지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한은은 “사업체노동력조사 마이크로데이터로 산출한 기업별 특별급여 분포를 성장·물가·금리 등 거시 변수와 결합해 추정한 결과, 과거 평균적인 수준의 특별급여를 지급하는 사업체가 늘어나는 경우에는 소비자물가가 유의미하게 반응하지 않았으나, 높은 수준의 특별급여를 지급하는 사업체가 늘어나는 경우에는 물가가 유의미하게 상승했다”고 밝혔다. 특별급여의 상승이 일부 사업체에 집중되는 경우 고임금 부문으로 숙련 노동자들이 몰리고, 여타 부문 기업들은 숙련 인력 확보를 위해 임금을 인상하게 된다는 해석이다. 또 노동자 쪽에선 노동시장 참여나 임금 협상 과정에서 선도 부문의 임금 수준을 기준점으로 삼거나, 기대인플레이션이 높아질 경우 더 높은 수준의 임금 인상률을 요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은은 “이런 분석 결과를 고려하면, 내년 중 예정된 정보기술 부문 일부 대기업의 큰 규모의 성과급 지급은 향후 물가 상방 압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이어 “고유가 등 산업별 수익성 여건을 감안하면, 단기간 내 광범위한 임금 상승이 나타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올해와 내년 중 성과급 규모가 과거와 달리 이례적으로 크고 타 부문의 임금 인상 요구도 높아지고 있어, 임금 상승 경로를 통한 물가 압박 위험의 확대에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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