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했노라, 그러길 잘했노라”…20살 반려견 ‘풋코’와의 이별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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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개와 우리의 관계는 사실 개가 살아 있던 때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여전히 우리는 자신의 개를 사랑할 수 있고, 개 덕분에 웃을 수 있습니다.” 20살 반려견 ‘풋코’를 떠나 보낸 뒤 만화가 정우열씨는 이렇게 썼다. 반려견을 잃은 상실감에 도무지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때, ‘개가 없다’는 말만 머릿속에 맴돌 때, 굳이 떠올려 본 ‘장점’이다. 그리고 생각했다. “개를 무척 사랑했다. 그래서 불행해졌다. 그렇게 끝나면 안 되는 거잖아.” 육신은 더는 존재하지 않지만, 자신 안에 “스며들어 남아 있는” 풋코에게 다짐했다. “개를 사랑했노라, 그러길 참 잘했노라. 내가 찾을게, 그런 해피엔딩으로 가는 길을.” 2000년대 초부터 ‘올드독’ 캐릭터로 시사만화, 웹툰을 그려온 29년 차 만화가 정우열 작가를 지난 18일 화상회의 플랫폼에서 만났다. 제주에 사는 정 작가는 그동안 나이 든 반려견과의 일상, 유기견·공장식 축산·기후위기 등 다양한 동물·환경 문제를 웹툰 ‘노견일기’에 담아왔다. 그가 2018년~2023년 온라인에 연재해온 이 작품은 최근 13권의 단행본으로 완간됐다. 비슷한 시기 시사잡지에 연재했던 에세이를 엮은 책 ‘반려인의 하루’(공저)도 지난달 출간됐다. 두 책에는 세상을 떠난 반려견 풋코의 ‘노견생활’뿐 아니라 간병과 죽음 그 이후를 그리고 있다. 반려인이라면 언젠가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동물의 노화, 죽음, 상실이란 주제가 자연스레 담긴 것이다. 반려견을 떠나보낸 지 3년, 그는 ‘해피엔딩으로 가는 길’을 잘 찾아가고 있을까. “갯과 동물의 둥글면서 뾰족한 주둥이와 그 끝에 맺힌 까맣고 촉촉한 코”만 봐도 떠나보낸 개가 그리워 욱신거리던 마음은 좀 나아졌을까. “이제 조금 적응이 되어갑니다. 초반에는 개가 없는데도 ‘집에 빨리 가야 한다’라는 조바심이 들었는데, 지금은 집에 나갔다가 계획에 없던 외박을 하기도 해요.” 그렇다고 완전히 자유로워진 것은 아니다. 인터뷰 날도 그의 집에는 개 한 마리가 머물고 있었다. “주인이 있는 ‘마당 개’인데, 다친 뒤에도 방치되고 있었대요. 개를 가엾게 여긴 분이 치료를 받게 했는데, 회복 기간 지낼 곳이 필요해서 제가 임시보호를 하고 있어요.” 비록 내 개는 떠났지만, ‘개가 없진 않다’. 반려견의 죽음 이후, 그는 이렇게 도움이 필요한 개를 보호하거나 유기견 입양을 돕고, 자리를 비운 친구들의 개를 돌봐주고 있다. “펫로스(Pet Loss, 죽음 등으로 인한 반려동물과의 헤어짐)를 겪은 사람이야말로 가장 좋은 펫시터(반려인이 부재한 동안 동물을 대신 보살피는 사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란다. 사실 이런 활동은 전작인 ‘노견일기’의 첫 에피소드에도 등장한다. “세상에는 말이야, 개를 능숙하게 잘 돌보지만 자기 개는 없는 사람. 그런 사람이 좀 필요한 거 같아. 개 키우는 사람들은 어디 갈 때 개 맡기기가 참 어렵거든. 그리고 가끔 유기견 임시보호할 사람도 있어야 하고. 그래서 너 죽으면 내가 그런 사람이 돼볼까 한다.” 지난해 9월부터 네이버 웹툰에 연재 중인 ‘펫로스클럽’에는 그가 이런 돌봄 활동으로 만난 여러 개의 사연이 그려진다. “지금은 소문이 나서 (개를 맡기겠다는 사람으로) 문전성시입니다.” ‘펫로스클럽’은 작가가 만나게 되는 개의 사연과 더불어, 그가 극 중에서 그리는 만화 ‘상실의 잠수교실’이 번갈아 등장하는 액자식 구성을 취하고 있다. 실제 생활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일상 만화와 프리다이빙 강사이기도 한 그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창작 만화가 어우러지는 식이다. 독특한 형식을 내놓기까지, 고민도 많았다. “‘풋코’가 떠난 뒤 ‘펫로스’를 주제로 하는 작품을 만들어 보자는 제안을 많이 받았어요. 괴로움이 크다 보니 정면으로 들여다볼 자신도 없었지만, ‘동어반복’ 같아서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2년 동안 작품을 쉬고, 프리다이빙 강사로만 일했다. 정신적으로는 평화로운 시기였지만, 마음 한편에 남아있는 미련을 발견했다.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전에는 제가 더 빛나는 창작물을 만들 거라 생각했거든요. 내 최고·최선은 무엇일까. 거기까지 가봐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에 다시 만화를 그리게 됐어요.” 그렇게 다시 펜을 잡고 ‘펫로스클럽’을 시작하게 됐다. 전작 ‘노견일기’처럼 독자들은 여전히 댓글로 반려동물과의 여러 경험을 털어놓았다. “독자분들이 스스로 말할 수 있는 공간이 조그맣게라도 생겨 다행이에요. 단점이라면, 너무 적은 분들이 보신다는 것? (웃음)” 앞으로 그에게 또 다른 반려동물이 찾아올까. “다른 동물은 키우지 않겠다고 결심했어요. 제가 분명히 흔들릴 걸 아니까.” 그러나 만약, 지금의 모든 상황을 겪은 뒤 20년 전으로 돌아가 ‘개를 입양할래?’라고 묻는다면 그는 망설임 없이 입양할 것이라 했다. 돌고 돌아, 그는 다시 같은 질문에 도달한다. ‘반려동물을 몹시 사랑했다, 그래서 그들이 떠나자 결국 불행해졌다’는 어딘가 잘못된 결론이 아닐까. 이미 그는 답을 알고 있었는지 모른다. ‘풋코’가 세상을 떠나기 전인 18살 무렵 그는 이렇게 적었다. “사랑하는 거랑 비슷하지 않나요? 어떤 사랑이든 결국은 이별로 끝날 걸 알지만 그래도 우리는 다들 사랑을 하고 마음을 내어 주면서 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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