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교육’ 영화판 ‘충충충’…“10대 현실 관심 가지는 작품 꾸준히 나오길”
17일 개봉한 영화 ‘충충충’은 넷플릭스 화제작 ‘참교육’과 유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 먹이사슬로 엮인 교실, 중독의 위험에 빠진 아이들, 아이들을 방치하거나 이용하는 어른과 그런 어른들을 등치는 10대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받아 심사위원특별상을 받은 작품으로, 한창록(35) 감독의 장편 연출 데뷔작이다. 한 감독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전문사 과정 중 내부 공모를 통해 제작 지원을 받아 영화를 완성했다. 어른들은 외면하고 싶은 한국 10대들의 현실을 신랄하게 담고 있지만, 한 감독은 2020년께 접한 미국발 외신 뉴스를 보고 영화를 처음 떠올렸다. 16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만난 한 감독은 “미국 워싱턴주 한 시골에서 전학생으로 인해 좋아하던 여학생과 갈등이 생긴 10대 소년이 살인을 저지르려고 빨간 복면을 쓴 모습이 시시티브이(CCTV)에 잡혔는데 머릿속에 강하게 남았다”며 “짝사랑과 질투라는 전형적인 소년·소녀 이야기와 어두운 현실을 겹쳐 지금 한국의 이야기로 그려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 감독은 “막상 취재에 뛰어들어 보니 온라인으로 전세계가 연결돼 있어 10대들의 생활 방식이나 문화가 어디든 닮아 있더라”며 “그래서 한국화를 위해 바꿀 것이 많진 않았다”고 했다. 특히 2023년 제작이 막 결정됐을 때 연이어 벌어져 사회에 충격을 준 10대 여학생의 투신 과정 생중계 사건, 중3 남학생이 학교에서 동급생을 찌르고 투신한 사건은 시나리오 방향에 큰 영향을 줬다. ‘충충충’이라는 독특한 제목은 지극히 한국적이다. ‘설명충’, ‘맘충’, ‘급식충’ 등 온라인에서 유행어처럼 흔히 붙이는 ‘충’의 의미를 담고자 했다. 한 감독은 “처음에는 제목을 ‘벌레벌레벌레’로 하려고 했는데 영화 제목으로는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있어서 ‘찌를 충’을 가져와 소제목으로도 쓴 ‘충동’, ‘충돌’, ‘충격’이라는 10대의 에너지를 영화에 담고자 했다”고 말했다. 영화는 엄마의 방치로 외롭게 살아가는 용기, 거식증으로 위험한 약에 손을 대는 지숙, 외모와 여자 같은 목소리 때문에 동급생들에게 괴롭힘당하고 온라인에서는 여자 흉내를 내며 남자 어른을 상대로 돈을 버는 덤보, 세 인물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각자의 결핍으로 혼란스러운 10대의 터널을 지나던 이들 앞에 귀공자 같은 국가대표 운동선수 우주가 전학 오면서 아슬아슬한 평온이 유지되던 셋의 관계는 틀어지기 시작한다. ‘참교육’이 사이다 같은 판타지로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견줘 ‘충충충’은 현실의 무게를 그대로 가져가면서도 1990년대 엠티브이(MTV) 스타일이나 왕자웨이(왕가위) 영화의 과장된 앵글과 현란한 편집을 떠올리게 하는 대담하고 도발적인 스타일로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한 감독은 “지금 시대가 염세적인 종말론이 떠돌고 아이엠에프(IMF) 구제금융 사태를 지나면서 미래가 보이지 않던 1990년대와 닮았다고 생각해 당시 스타일을 영화에 적극적으로 차용했다”며 “브이로그, 쇼츠 등 요즘 10대들의 콘텐츠 소비가 오리지널보다는 2차, 3차로 가공하는 방식이 많아 그런 부분도 적극적으로 가져왔다”고 말했다. 한 감독은 “2023년 연이은 10대들의 비극적 사건으로 사회가 들썩였지만 금방 잊혀지고 세상은 바뀌는 게 없다는 데서 문제의식이 쌓였다”며 “논쟁 대상이 되더라도 ‘참교육’이나 ‘충충충’ 같은 작품들이 꾸준히 나와 아이들의 현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식지 않고 논의가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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