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난민’ 하산 카탄 “때로는 살아남기 위해 영화를 만든다”
하산 카탄은 망명자다. 고국 시리아 알레포에서 ‘아랍의 봄’ 현장과 내전의 참혹한 비극을 카메라에 담던 그는 잠시 방문했던 영국 런던에서 발이 묶였다. 시리아를 떠나 가족과 피난 갔던 튀르키예로의 입국이 거부되면서 함께 왔던 동료이자 오랜 친구 패디와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된 것이다. 영국 정부에 난민 신청을 한 뒤 1년 가까이 하염없는 기다림과 두려움의 시간을 보내던 2024년, 그는 이 모든 과정과 엇갈린 두 인물의 운명을 휴대전화로 찍어 한편의 영화를 완성했다. 17일 서울 서대문구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열린 제10회 난민영화제에서 상영된 ‘피난의 동지들’이다. 오스카 수상 다큐멘터리 ‘화이트 헬멧’(2016)과 에미상 후보에 오른 ‘라스트 맨 인 알레포’(2018) 등에 참여하며 시리아 위기를 국제사회에 알려온 카탄은 이 영화에서 자신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그는 영화가 끝난 뒤 관객들에게 보낸 동영상에서 “친구 패디와 난민 숙소에서 불확실한 시간을 견디며 영화를 찍었다”며 “숫자나 통계, 논쟁이나 정책 대상으로만 존재했던 ‘난민’이라는 단어 너머에 있는 인간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카탄은 “왜 난민이 되기로 선택했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난민은 선택이나 꿈이 아니다”라며 “영화를 만들면서 나 자신의 고통과 마주해야 하는 게 힘들었지만 이 과정은 나를 버티게 해줬다. 우리는 때로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영화를 만들지만 때로는 살아남기 위해 영화를 만들기도 한다”고 말해 객석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카탄 감독이 난민 숙소에서 무력한 날들을 보내면서도 40분짜리 빼어난 다큐멘터리를 만들 수 있었던 건 디스플레이스먼트 필름 펀드(DFF)의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DDF는 분쟁이나 탄압으로 강제 이주한 상태에서도 창작 활동을 이어가는 감독이나 제작자를 지원하기 위해 로테르담국제영화제가 2025년 설립한 국제 영화 제작 펀드다. 이날 감독 대신 관객과의 대화에 참석한 클레어 스튜어트 로테르담국제영화제 운영 총괄 겸 DDF 운영 총괄은 “지난해와 올해에 각각 5편의 작품을 선정해 1만유로씩 제작비를 지원했다”며 “난민을 다룬 작품들은 모두 비극적일 거라고 재단하지만 이 영화가 보여주듯 난민들에게도 일상과 우정이 있다. DDF는 이처럼 다양한 난민들의 삶을 보여주는 작품들을 통해 난민은 낯선 존재가 아니라 어디에서나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걸 알리고자 한다”고 제작 펀드의 취지를 말했다. 20년 전부터 난민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해마다 스타 영화인을 비롯한 유명인들과 협업해 ‘피스 포 올’이라는 메시지의 티셔츠 시리즈를 내온 유니클로는 DDF의 설립 파트너다. 이날 관객과의 대화에 참여한 야나이 고지 유니클로 지속가능경영 부문 총괄은 “2023년 스위스에서 열렸던 글로벌 난민 포럼에서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이자 DDF 공동 설립자인 배우 케이트 블란쳇에게 제안을 받아 펀드 설립에 참여했다”며 “사람들의 시각과 견해를 바꾸는 데 영화만큼 강력한 매체가 없다. 앞으로 재능 있는 난민 창작자들이 본인들의 목소리를 키우고 창의성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더 확대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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