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개표사무원이 느낀 한 표의 무게 [왜냐면]
대학생 신분으로 지난 6월3일 지방선거에서 개표사무원으로 개표에 참여했다. 경쟁률이 높았지만 운 좋게도 서울 노원구 선거관리위원회 개표사무원으로 위촉될 수 있었다. 개표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부분이 많다. 나는 투표지 분류기 운영부에서 근무하였다. 여기서는 정리된 투표지를 후보자에 따라 분류하고, 100매씩 투표지를 묶는 역할을 하였다. 개표 전 대기하는 과정에서, 투표지가 도착하는 장면을 보게 되었다. 수많은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도착하는 투표지와, 보호받는 개표소를 보며 신기하기도 하면서 책임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이때 느낀 책임감은 도착한 투표지의 개표 업무를 시작할 때 증폭되었다. 나는 서울시교육감의 투표지를 개표하는 업무를 맡았다. 처음에는 상대적으로 주목도나 관심도가 높은 서울시장 개표가 아니라 아쉽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수많은 국민의 표가 내 손에 들려 있을 때 아쉬움은 사라지고 맡은 일에 대한 압도감과 무게를 느꼈다. 그동안 한 표의 무게를 가볍게 여겼다. 나의 한 표가 나중에 정해질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거라 생각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정치에 대해 크게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 경험으로 나에 대해 많은 반성을 하게 됐다. 한 표씩 모여 국민이 큰 뜻을 이루고, 그것이 결과로 이어지는 흐름은 가볍게 볼 부분이 전혀 아니었다. 그 흐름 속에서 하나의 역할을 맡으며 그 개념이 더 크게 와 닿았다. 투표는 나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권리며, 의무이다. 앞으로도 이 사실을 간과하지 않아야 한다고 다짐했다. 이런 경험을 한 뒤라 이번 부실 선거 논란은 더욱 비극적으로 느껴졌다. 선거 과정에 참여한 일원으로서 너무나도 유감스러웠다. 어떤 이유로도 박탈당하지 말아야 할 국민의 기본권이 용납되지 않는 이유로 박탈당했다. 서울 송파구 등 여러 지역에서 투표지가 없어서 투표를 못 한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은, 선진 투표 시스템을 자랑하던 대한민국 위상에 큰 흠집을 낸 것이다.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는 피로 쓰인 것이다. 수많은 사람이 희생하여 완성하고 지켜낸 가치가 수십년이 지나 다시 무너졌다. 누군가는 그저 몇 표 없다고 해도 큰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본인이 이번 경험에서 느낀 바로는, 투표는 결과 이상의 가치를 가진다. 선관위는 이 사실을 간과하지 않고 단단히 준비해야 했다. 그러나 선관위는 이번 선거 준비에서 너무나도 부실했다. 그들이 헌법으로 보호받는 이유를 스스로 내던진 듯한 모습이었다. 중앙선관위원장부터 직원들까지, 매일 뉴스에 보도되는 그들의 실태는 충격적이다. 대학생 개표사무원도 투표지를 만지며 느낀 책임감을, 시스템 전체를 책임지는 이들이 과연 가지지 못했는지 의문이 든다. 이번 사태는 많은 국민의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주장을 펼치고 있다. 개인들은 자신의 주장을 대자보, 선언문 등의 이름으로 게시하고, 여러 대학 총학생회들은 시국 선언과 성명문을 통해 이번 사태를 규탄하고 있다. 수십년 전 아픈 역사를 반복하지 않고 우리의 잃어버린 권리를 찾기 위한 모습들을 보며 조금이나마 안도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중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잃어버린 권리의 회복’이다. 정치적 쟁점이 아닌, 상식의 영역으로 이번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 가장 먼저 선거 과정에서 모든 부실 사항을 철저히 확인해야 할 것이다. 진상을 규명한 후, 담당자들에게 제대로 된 책임을 물어야만 한다. 이런 일을 다시는 반복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선관위는 헌법으로 보호받는 기관이기에, 이 과정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헌법은 국민을 위한 것인 만큼, 국민이 하나 되어 단합력을 보여준다면, 지난 역사처럼 국민이 또 한번 승리해 낼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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