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미투자법 시행, ‘상업성’ ‘환율 안정’ 최우선으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의 관세협상 결과로 제정된 한미전략적투자특별법이 18일 시행된다. 이 법에 따라 한국 정부는 대미 투자금 2천억달러와 조선협력투자 1500억달러 등 총 3500억달러(약 529조원)를 집행할 예정이다. 국민 세금과 외화 보유액 등 막대한 재원이 투입되는 만큼 정부는 ‘상업적 합리성’ 원칙에 따라 투자 대상을 신중히 선정해 국익을 지켜야 한다. 또한 미국-이란 간 종전 합의에도 불구하고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500원을 웃돌고 있는 만큼 외환시장 상황을 고려하며 투자를 집행해야 한다. 대미 투자 규모는 우리나라 명목 국내총생산(GDP. 지난해 2676조원)의 약 20%에 이른다. 여기에 기업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임 기간 중 추진하기로 한 직접투자 1500억달러까지 합하면 총 5천억달러, 지디피의 28% 수준이다. 재정·외환·산업 구조 전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규모다. 정부는 외환시장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우려해 연간 투자 한도를 200억달러로 설정해 놓긴 했다. 하지만 기업 직접투자까지 동시에 진행되고 있어 외환시장에선 불안 신호가 감지된다. 지난해 평균 1422원이었던 환율이 최근 1500원을 넘어선 데는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도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하지만, 정부와 기업의 대미 투자 계획 역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총 5500억달러의 대미 투자 계획 가운데 지난 2~3월 두 차례에 걸쳐 주로 에너지 분야에 1090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하는 프로젝트를 확정했다. 미국은 한국에도 투자 속도를 높일 것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준기축통화국인 일본과 달리 한국은 외환시장 안정성 측면에서 여건이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설명해야 한다. 한-미 간 합의된 팩트시트에도 대미 투자가 외환시장 불안을 초래할 경우 투자 시기와 규모 조정을 요청할 수 있으며, 미국은 이를 신중히 검토하도록 명시돼 있다. 정부는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실질적 대책을 미국 쪽에 요구해야 한다. 1호 투자 대상을 발표하되, 투자 집행 시기나 규모를 유연하게 조정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대미 투자는 정부가 합의하고 국회가 동의한 사안인 만큼 이행 약속은 지켜야 한다. 그러나 미국 산업 부흥을 위해 한국 경제가 과도한 부담을 떠안는 구조가 되어서는 안 된다. 국회 역시 특별법에 규정된 사전 보고·동의, 의견 제시 권한을 적극 활용해 정부의 투자 집행을 면밀히 점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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