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도 재생에너지도 확대한다지만…전문가들 ‘충돌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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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영덕군과 부산 기장군이 신규 핵(원자력)발전소 부지로 사실상 확정되면서 이재명 정부의 원전 확대 계획이 본격적인 추진 단계에 들어갔다. 정부는 인공지능(AI) 산업과 데이터센터 확대에 따른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원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원전 밀집도 심화와 송전망 부족,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과의 충돌 우려는 여전하다. 이번 사업은 지난해 2월 윤석열 정부가 확정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의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이재명 정부가 그대로 유지하기로 하면서 본격화됐다. 애초 이 대통령은 신규 원전 확대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도 “원전을 짓는 데 최소 15년이 걸리고 지을 데도 없다”고 말했지만, 정부는 지난해 말과 올해 초 공론화 과정을 거치면서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면서도 원전을 활용하는 ‘에너지 믹스’를 선언하며 신규 원전을 짓겠다고 밝혔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지난 1월 “기후 대응을 위해 재생에너지와 원전 중심의 전력 운영이 필요한데, 다른 국가들과 달리 우리나라는 ‘에너지 섬나라’이면서 동서의 규모가 짧아 재생에너지의 주력 전원인 태양광만으론 어렵다”며 ‘방향 전환’을 공식화했다. 정부는 일단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함께 확대하겠다는 구상이지만, 전문가들은 두 전원이 전력계통 안에서 충돌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제11차 전기본에 따르면 원전 발전 비중은 2030년 31.8%에서 2038년 38.2%로 늘어나고, 재생에너지 비중도 같은 기간 18.8%에서 29.2%로 증가한다. 원전은 출력을 유연하게 조절하기 어렵지만, 태양광과 풍력은 발전량 변동성이 크다. 이 때문에 전력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시간대에 태양광 발전량을 제한하는 출력제어가 더욱 빈번해질 수 있다. 성원기 강원대 명예교수(전자공학)는 “생산한 전기를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야 경제성이 나오는데, 태양광부터 출력제어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면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뿐만 아니라, 현재 국내 가동 원전 26기 가운데 20기는 부산·울산·경주·울진 등 영남권 동해안에 몰려 있다. 여기에 영덕 신규 원전 2기와 부산 소형모듈원전까지 추가되면 영남권의 원전 벨트는 더욱 촘촘해진다. 특히 영덕이 속한 경북의 전력 자립률은 228%로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높다. 부산 역시 170%로 상위 다섯번째다. 결국 영남권에서 생산한 전력을 수도권으로 보내는 구조가 유지되는 셈인데, 이를 뒷받침할 송전망은 이미 한계에 가깝다. 전력당국은 동해안에서 생산된 전력을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한 초고압직류송전(HVDC)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주민 반발 등으로 지연되고 있다. 특히 원전이 없는 영덕에 신규 원전이 들어서면 추가 송전선로와 변전소 건설은 사실상 불가피하다. 부산에 건설될 소형모듈원전의 경우 출력이 대형 원전의 4분의 1에 불과해 전력 수요 변화에 따른 출력 조정이 상대적으로 쉽지만, 아직 상업 운전에 성공한 나라가 없다. 부지 선정 절차를 둘러싼 논란도 이어진다. 원전 후보지를 선정한 부지선정위원회는 한국수력원자력 내부 규정에 따라 구성된 사외위원 9명으로 운영되고 있다. 한수원은 이들이 외부 전문가들로 꾸려져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다지만, 탈핵단체들은 ‘국가 에너지 정책의 핵심 사업인 신규 원전 부지를 선정하는 일을 공기업 내부 규정에 의존하는 것이 적절한 것인지’ 의문을 제기한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은 “법적 근거도 없는 위원회가 사실상 부지를 확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신규 원전이 건설되면 생길 추가 송전선로 등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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