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탈모 건보 추진에…“취업·관계에 영향” “중증질환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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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모약을 먹고 있는데 9개월에 16만9천원이라 큰 부담이 없다. 다른 위험한 병부터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29·박아무개씨) 정부가 청년 탈모 치료에 건강보험 적용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환자단체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건강보험제도의 기본 취지를 흔들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혜택을 받게 될 청년층에서도 반대 의견이 나온다. 논란이 불붙은 건 지난 11일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이재명 정부 출범 1년을 맞아 연 정책간담회에서 올해 하반기에 탈모 치료 건보 급여 확대를 추진한다고 밝히면서부터다. 지난해 12월 이 대통령이 복지부 업무보고 때 탈모 치료제의 건보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뒤 나온 조처다. 복지부는 청년기본법상 청년 연령에 해당하는 20~34살을 우선 적용 대상으로 검토하고 있다. 현재 자가면역질환인 원형탈모와 지루피부염 등 질환으로 발생한 병적 탈모에는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으나, 유전·노화로 인한 탈모는 비급여다. 환자단체는 탈모 건보 적용에 반대하고 있다.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대표는 “생명과 직결된 중증질환 치료제 급여화는 재정 부족을 이유로 몇년씩 미뤄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탈모 급여를 확대하는 것은 건강보험의 근간인 ‘의학적 필수성’과 ‘급여 우선순위’를 정면으로 뒤흔드는 위험한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나백주 을지대 의대 교수(예방의학과)도 “지원이 시급한 (중증)질환부터 건보 적용이 이뤄져야 한다”며 “도대체 어떤 기준으로 (건보 적용 순서를) 결정하는 건지 모르겠다. 공론화를 통해 건보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년층에서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4년째 탈모 치료를 하고 있는 이아무개(37)씨는 “병원에 가면 탈모 증상이 덜한 사람들도 관리하려고 약을 먹는 경우도 있다”며 “건보 적용이 되면 이런 분들도 혜택을 받게 된다. 재정 낭비가 아닌가 싶다”고 했다. 탈모 건보 적용을 긍정적으로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대표는 “탈모의 건보 적용도 보장성 강화 측면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라며 “재정부담이 크다면 건보를 적용하되, 약값을 선별급여로 처리하는 방법도 있다. 선별급여는 가격을 공단이 통제하지만 약값의 환자 부담율을 50~80%로 높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현 서울대 간호대 교수는 “젊은 층에선 탈모 때문에 취업, 대인관계 등에서 고통을 받고 있다”며 “삶의 질에 영향을 주는 탈모에 대해 건보 적용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부는 사회적 논의를 거쳐 탈모의 건보 지원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행정안전부는 다음달 4일 국민 200명이 참여하는 ‘모두의 토론회’ 첫 주제로 ‘탈모 치료제의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다룬다. ‘모두의 토론회’는 국민 관심도가 높고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한 정책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만든 공론화 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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