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바꾼 동네의 다정함 [이길보라의 경계에서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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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보육원에 보내기로 했다. 한국의 보육원은 아동양육시설과 같은 보호가 필요한 아이들이 생활하는 곳을 일컫는데, 일본의 보육원은 한국의 어린이집과 같은 개념이다. 0살 반에 입소 신청을 해두고도 너무 일찍 보내는 것은 아닌지, 아이에게 정서적으로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을 거듭했다. 낯을 가리지 않고 누구에게나 잘 웃는 아이여도 주 양육자, 그러니까 엄마만을 찾는 시기가 종종 찾아왔다. 옆에 있는데도 계속해서 안아달라고 하고 화장실에라도 가려고 하면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울었다. 그런 아이를 보며 겁이 났다. 이제라도 마음을 접고 가정보육을 하겠다고 해야 하는지, 그렇다면 일하고 싶은 나와 파트너의 일상은 어떻게 되는 것인지 고민하다 연락을 받았다. 보육원 입소 대상자로 선정되었다는 거였다.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환호하며 머리 위로 올라간 두 손이 내 마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합격했으니 무를 수도 없었다. 입소 준비물을 하나둘 챙겼다. 입학식 안내문을 읽으며 내가 학부모가 된다는 것이 믿을 수 없다고 몇 번이나 중얼거렸다. 아이에게도 곧 친구들과 선생님이 있는 돌봄 시설에 다니게 될 거라고 말해주었다. 마치 내가 입학하는 것처럼 설레고 떨리고 분주했다. 2025년 기준 일본의 합계출산율은 1.14명이다. 1899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같은 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80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두 번째로 낮다. 인구 유지를 위한 합계출산율이 약 2.1명이라고 하는데 양국 모두 저출산이 심각한 나라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지내던 나는 아이를 낳을 생각이라고는 추호도 없었다. 아니, 아이라고는 관심조차 없었다. 지금은 지나가는 아이만 봐도 “어떡해, 너무 귀여워!” 하며 어쩔 줄 몰라 하는데 파트너는 어떻게 이렇게 사람이 변할 수 있느냐고 놀란다. 이유를 생각해보면 나의 일상에 아이와 함께 하는 경험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으로부터 몇 년 전, 파트너의 고향인 일본 후쿠오카에서 살기로 결심하고 바닷가 앞에 집을 구했다. 동네에 애정을 갖고 살아가면서 산책하고 동네 주민들과 인사하고 심지어는 바다에 밀려온 쓰레기도 주웠다. 같은 맨션에 사는 이웃 주민과도 가깝게 지냈다. 그중 가장 친한 이웃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포르투갈에서 하던 일을 접고 후쿠오카로 돌아온 친구였다. 임신 중이던 친구의 배가 점점 불러오더니 아들을 낳았다. 이제 막 세상으로 나온 아기와 함께 집 앞 바다를 산책하고 날이 좋을 땐 공원에 누워 햇빛을 받으며 시간을 보냈다. 아이가 뒤집기를 하고 바닥을 기고 앉고 걸음마를 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미음을 먹고 밥알을 삼키고 우유를 마시고 된장국을 먹게 되는 것을 보면서 숟가락도 거들고 지친 엄마 대신 산책도 시키고 설거지도 해주었다. 그러면서 깨달았다. 남자아이도 귀엽고 사랑스러울 수 있다는 걸. 맨션 옆에 있는 작은 놀이터에서는 매일 같이 동네 아이들이 모여 잡기 놀이를 하거나 공놀이를 했다. 초등학생들이었는데 지나갈 때면 친구의 아이 이름을 부르며 뛰어왔고 유아차를 둘러싸며 귀엽다고 소리를 질렀다. 아기가 걷기 시작하자 아이들은 그의 손을 잡고 미끄럼틀을 탔다. 그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이런 환경이라면 나도 낳아 키워보고 싶다고. 그즈음 나의 몸 역시 아이를 갖기를 원하고 있었다. 자꾸만 아이들과 청소년에게 시선이 머무르고 동네 아이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어느 날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을 때였다. 벽에 기대어 앉아 숨을 고르고 있는데 열린 창문 사이로 앞집에서 갓 태어난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반사적으로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했다. 깜짝 놀랐다. 한 번도 아이를 갖고 싶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다짐한 건 아니었지만 몸이 아이를 원한다는 걸 느껴본 적은 처음이었다. 나의 몸과 머리가 임신과 출산을 원함과 동시에 실질적으로 아이를 기를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졌다고 판단했다. 그렇게 일본 후쿠오카에서 아이를 낳고 기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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