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불송치 결정에 목숨 끊은 대학생…유족 “만취 상태 단 한 번 수사, 경찰 부실수사 밝혀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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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피해자 조사는 사건 당일 만취한 딸을 상대로 단 한차례만 이뤄졌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제라도 검찰이 경찰의 부실 수사를 바로잡아야 합니다.” 아르바이트를 하던 가게의 사장에게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며 고소한 뒤 사건이 불송치되자 이의신청서를 남기고 숨진 ㄱ(20)씨의 어머니 ㄴ씨가 17일 한겨레에 말했다. 대학생 ㄱ씨는 지난해 12월28일 아르바이트를 하던 주점에서 사장에게 성폭력을 당했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사건을 수사한 안산단원경찰서는 지난 2월18일 ㄱ씨에게 준강간 불송치를 통보했고, ㄱ씨는 사흘 만인 21일 불송치에 대한 이의신청서와 유서를 남기고 숨졌다. 준강간은 피해자가 술, 약물 등으로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서 이뤄진 강간을 말한다. 경찰은 피해자가 남긴 이의신청을 접수해 검찰이 수사 중이다. 지난 3월16일 검찰은 경찰에 보완 수사를 명령했지만 경찰은 4월7일 ‘불송치 의견’을 그대로 통보했다. ㄱ씨 유족은 부실한 경찰 수사를 지적한다. ㄱ씨는 술에 만취한 상태에서 사건 당일 한 시간여 조사를 받는 데 그쳤다. 피해 진술 3시간 뒤 해바라기센터에서 측정한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기준(0.08%)을 넘는 0.085%였다. 조사 당시는 혈중알코올농도가 더 높을 것으로 볼 수 있다. 피해자는 진술 조서에서 사건 발생 시각을 잘못 진술하기도 했다. 사건 직후 ㄱ씨와 통화한 친구 ㄷ씨는 “친구가 울면서 전화를 걸어 피해 사실을 말했다. 만났을 때 술 냄새가 심하게 났고 소리 지르기를 반복해 진정시키며 파출소에 갔다”고 말했다. 이도경 변호사(민변 여성인권위원회)는 “경찰이 피해자가 신고 당일 조사를 받기에 적절하지 않은 상태임에도 조사를 진행한 것은 문제다. 불안정한 상태에서 조사받은 피해자 진술과 객관적 증거 사이에 차이가 있다면 이후 피해자에게 다시 확인하는 절차를 거쳤어야 했다”고 말했다. 당초 경찰은 주점 사장인 피의자로부터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영상을 제출받아 수사했다. 당시 사건은 폐쇄회로텔레비전이 비추지 않는 사각지대에서 벌어져 사건 전후 ㄱ씨와 피의자의 움직임만 녹화됐다. 한겨레가 확보한 불송치결정서를 보면, 경찰은 ㄱ씨가 만취 상태에서 한 진술과 영상 속 상황이 맞지 않는다는 점 등을 근거로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당시 영상에는 피의자가 비틀거리는 ㄱ씨 뒤에서 겨드랑이에 양팔을 넣고 끌어안은 뒤 사각지대로 밀고 가는 모습이 확인되지만, 불송치 결정서에는 “피의자와 피해자가 서로 껴안고 볼에 뽀뽀하는 모습 등이 여러 차례 확인된다. 피해자의 정상적인 보행 및 외관 상태 등은 알코올의 영향으로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해당한다고 인식할 만한 상황으로 보기에는 어렵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유족은 경찰이 폐쇄회로텔레비전의 전체가 아닌 일부만을 보고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어머니 ㄴ씨는 “이미 술자리에서 사장이 딸을 따라다니고 먼저 껴안고 입을 맞추는 등의 모습이 여러 차례 보인다. 딸은 점점 눈이 감기고 제대로 걷지 못하며 만취한 상태였다”고 했다. 이에 유족 쪽 변호사는 준강간의 핵심 쟁점 가운데 하나인 ‘항거불능’ 상태를 판단하기 위한 증거 수집이 폐쇄회로텔레비전 외에도 있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족을 대리하는 성인욱 변호사(법무법인 서현)는 “피해자가 사건 직후 남자친구와 한 통화, 친구들에게 보낸 문자, 경찰서에 동행한 친구와 나눈 대화 녹음 등이 있다. 폐쇄회로텔레비전 영상만으로 명확하지 않다면 피해자의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 상태를 좀더 가늠할 수 있는 정황 증거들을 경찰이 수집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또, “2차가해를 우려해 피해자 조사를 1회로 끝냈더라도, 영상과 진술이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피해자에게 다시 진술할 기회를 줬어야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ㄱ씨의 휴대전화에는 사건 당일부터 사망하기 직전까지 일부 지인에게 피해 사실을 알리고 고통을 호소했던 연락들이 담겨 있다. 전다운 변호사(법무법인 지향)는 “피해자가 피해 당일 신고를 하기까지의 경위나 주변 사람들에게 어떻게 알렸는지 등 피해자의 진술을 보강할 수 있는 정황들이 있었을 것”이라며 “진술의 내용과 영상이 외관상 다소 달라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진술의 신빙성을 쉽게 배척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유족은 경찰이 ‘불송치’ 근거로 삼는 폐쇄회로텔레비전의 신빙성에도 의문을 제기한다. 어머니 ㄴ씨는 “저는 폐쇄회로텔레비전 관련 사업을 10년 넘게 해왔다. 11시44분20초에 딸이 누워있는 모습이 보이지만 바로 다음 장면이 11시51분17초로, 딸이 서서 걸어나오는 장면이 나온다”며 “움직임이 있을 때만 녹화되는 기기라 하더라도 움직임 시작 최소 3초 전후로는 녹화됐어야 한다. 기술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장면들이 있다”고 주장했다. ㄴ씨는 또, “폐쇄회로텔레비전에서 이미 딸이 만취한 상태로 보이지만 경찰은 이 부분을 전혀 수사에 참고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어머니 ㄴ씨는 “검찰은 부디 당시 경찰이 피의자의 주장만 받아들여 사건을 종결한 것은 아닌지, 정말 피해자를 보호할 의지가 있었는지 밝혀달라”고 말했다. ㄱ씨가 생전 마지막으로 남긴 불송치 결정 이의신청서에는 “폐쇄회로텔레비전 영상은 외형적 행동만 보여줄 뿐 저의 인지 능력과 판단 능력까지 확인할 수 없다. 사건 당시 동의 의사를 전혀 하지 않았다. 사건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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