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된 미·이란 종전 MOU 보니…미국이 얻은 건 모호, 보상은 선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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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란의 종전 양해각서(MOU) 내용이 17일(현지시각) 공개되면서, 이번 합의가 사실상 이란에 큰 폭의 선제적 양보를 제공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미국 내에서 커지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막고 호르무즈해협 통항을 재개하기 위한 ‘중간 합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세부 조항을 보면 이란이 당장 내놓는 것은 제한적인 반면 미국은 해상봉쇄 해제와 원유 수출 제재 유예 등 즉각 이행을 약속하고, 동결자산 해제 절차와 재건기금 추진까지 최종 협상 의제로 열어두는 등 굵직한 경제적 유인을 앞세운 구조다. 미 고위 당국자가 이날 기자들과의 전화브리핑에서 공개한 14개 조항의 합의문을 보면, 가장 큰 쟁점은 호르무즈해협 조항이다. 합의문 4조는 미국이 서명 즉시 이란에 대한 해상봉쇄 해제를 시작해 30일 안에 완료한다고 규정한다. 반면 5조는 이란이 상업 선박의 안전 통항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되, 무료 통항은 “60일 동안만” 보장한다고 돼 있다. 향후 해협 관리와 해상 서비스 체계를 이란이 오만 및 걸프 연안국들과 논의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미 고위 당국자는 걸프 연안국들이 통행료 없는 접근이 보장되지 않는 합의에는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해상 서비스’라는 표현이 포함된 만큼 이란이 통행료가 아닌 별도의 비용을 부과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경제적 양보는 더 직접적이다. 10조는 미국 재무부가 이란산 원유·석유제품·파생상품 수출과 관련 은행거래, 보험, 운송 서비스에 대해 즉각 제재 유예를 발급하도록 했다. 이는 이란이 곧바로 원유 판매 수익을 회복할 수 있게 하는 조항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란이 이를 통해 연간 600억달러(약 91조원)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또 11조는 동결되거나 제한된 이란 자산을 “완전히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규정하고, 해당 자금의 최종 수혜자를 이란 중앙은행이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미국 당국자는 실제 자금 지급은 이란이 미국 입장에서 “선의의 행동”으로 보이는 조처를 취할 때 가능하다고 설명했지만, 문구상으로는 이란의 숙원인 자금 접근권을 상당 부분 확보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특히 최종 수혜자를 이란 중앙은행이 지정할 수 있도록 한 대목은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나 제재 대상 기업 등이 수혜자로 지정될 가능성을 열어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적극 방어했다. 그는 “우리 돈이 아니라서 언젠가는 돌려줘야 한다”며 “돌려주지 않으면 누구도 다시는 달러에 투자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장기전이 이어질 경우 에너지 가격 급등과 금융시장 충격으로 “경제적 재앙”이 올 수 있었다며 자신이 대공황 시기의 허버트 후버 전 대통령처럼 평가받고 싶지 않았다고도 했다. 이는 이번 합의가 군사적 목표뿐 아니라 중간선거를 앞둔 경제 안정 판단과도 맞물려 있음을 보여준다. 6조의 대규모 이란 재건·경제개발 기금도 논란거리다. 합의문은 미국이 역내 파트너들과 최소 3000억달러(약 450조원) 규모의 계획을 마련하고, 관련 금융거래에 필요한 면허·제재 유예·허가를 제공한다고 적었다. 미국 정부 자금은 들어가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지만, 미국이 제재 면제를 제공해 걸프국이나 민간기업의 대이란 투자를 가능하게 하는 구조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이란에 17억달러(약 2조5000억원)를 반환한 것을 ‘퍼주기’라고 비판해 온 그의 과거 행보와 배치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보 조항에서도 미국 내 강경파와 이스라엘의 반발을 부를 대목이 적지 않다. 1조는 미국과 이란, 그리고 현재 전쟁 중인 양쪽 동맹국들이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 군사작전을 즉각적·영구적으로 종료 선언한다고 돼 있다. 레바논의 영토보전과 주권을 보장한다는 문구도 들어갔다. 이는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전쟁 중인 이스라엘에 매우 민감한 조항이다. 뉴욕타임스는 이 문구가 향후 이란이 레바논에서 이스라엘군의 철수를 요구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핵 문제는 모호하다는 평가가 많다. 8조는 이란이 핵무기를 획득하거나 개발하지 않겠다고 재확인한다고 돼 있다. 그러나 이는 이란이 핵확산금지조약(NPT) 가입국으로서 이미 반복해온 입장이다. 합의문은 농축 우라늄 재고를 국제원자력기구(IAEA) 감독 아래 이란 내에서 농축도를 낮추는 ‘다운블렌딩’ 방식으로 처리하는 것을 최소 방법으로 제시했다. 핵물질 상당 부분을 국외로 반출했던 2015년 이란핵합의(JCPOA)보다 완화된 조건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란이 핵물질을 국외로 반출하지 않아도 돼 핵무기를 공식 보유하지는 않더라도 핵잠재력은 유지할 수 있게 된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란의 탄도미사일과 역내 대리세력 지원 문제는 사실상 제외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다른 나라들이 미사일을 갖고 있는데 이란이 갖지 못하게 하는 것은 조금 불공평하다”며 이란의 일부 탄도미사일 보유를 용인할 수 있다는 뜻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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