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느릿느릿 그리며 감각을 일깨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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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톤의 무채색 화폭 위에 로마문자의 윤곽을 드러나게 하는 회화 작업을 해온 소장 작가 이상엽(43)씨가 개인전 ‘고요와 수행’을 열어 근작들을 내보이고 있다. 서울 홍지동 갤러리 두루아트스페이스에 마련된 이번 전시는 ‘Life’(생활), ‘Love’(사랑), ‘Money’(돈), ‘Time’(시간), ‘Hope’(희망) 등 사람들의 삶과 행동에 얽힌 여러 영어 단어들을 두가지 시리즈의 제작 방식으로 화폭에 드러내는 틀거지를 띤다. 성긴 광목천에 모래 섞은 물감을 칠해 물성이 깃든 화면을 만들고 그 위에 물감 묻힌 문자를 붙였다 떼어내는 과정을 되풀이한 흔적들로 시간의 흐름을 느끼게 하는 텍스팅 시리즈, 수십여개의 작은 화폭들 위로 레이저로 자른 아크릴 단어 문자판을 일일이 칠하고 붙여 집적시킨 에크리튀르 시리즈의 작품들이 나왔다. 갤러리 쪽은 “빠르게 쓰여졌다 지워지는 디지털 시대의 속도에 맞서, 가장 느린 회화적 행위로 언어와 감각의 흔적을 붙잡는 작업들”이라고 소개했다. 23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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