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둡지만 긍정적인 에너지, 겨울나그네’는 그런 작품”
“지금 우리 사회를 돌아보면 전세계적으로 일은 너무 많고, 소통은 너무 부족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 접촉이 줄어드는 결과는 결국 외로움이겠죠. 그런 차원에서 ‘겨울 나그네’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무엇인지 다시 알려주는 작품입니다. 그래서 이 시대에도 신선하게 다가옵니다.” 오늘날 독일 가곡의 최고 해석자, 리트(피아노 연주에 맞춰 노래하는 독일 예술 가곡) 500년 역사에서 디트리히 피셔 디스카우 이후 가장 중요한 바리톤으로 꼽히는 마티아스 괴르네가 오는 21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 전곡을 연주한다. 2006·2016·2024년에 이어 네번째로 국내 무대에서 연주하는 ‘겨울 나그네’다. 슈베르트를 가장 사랑하는 작곡가로 꼽은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의 반주로 펼쳐지는 무대라 관심이 더욱 뜨겁다. 18일 새벽 한국에 도착한 괴르네는 이날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전세계 과학자 2천여명이 모여있는 북극지방에서 공연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겨울 나그네’는 세계 어디서나 기적과도 같은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라며 “어느 지역에 있든, 어떤 문화와 언어를 갖고 있든, 어떤 상황에 놓여 있든, 청중이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주제와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이라고 예찬했다. ‘겨울 나그네’는 초등학생도 아는 6번 ‘보리수’가 포함된 슈베르트의 가장 유명한 가곡으로, 슈베르트가 짧은 생을 마감하기 1년 전 완성한 작품이다. 때이른 죽음으로 이끈 매독, 우울증과 싸우며 독일 시인 빌헬름 뮐러의 시 24편에 붙인 연가곡으로, 사랑의 좌절을 안고 홀로 겨울의 길을 떠나는 방랑자의 내면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괴르네의 벨벳처럼 따뜻하면서도 묵직한 서정을 가진 음색은 이 곡의 황량한 감정 세계와 가장 잘 맞아떨어진다는 평을 받아왔다. 하지만 어둡고 황량한 음악적 분위기와 달리 그는 ‘겨울 나그네’가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슈베르트 자신도 매우 힘든 삶을 살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냉소적으로 삶을 비관하기보다는 어떤 식으로든 희망을 찾으려 했던 것 같습니다. 음악 속 방랑자의 여정을 따라가면서 청중은 ‘나만 혼자인 것이 아니구나’라고 느끼게 됩니다. 그런 차원에서 저는 ‘겨울 나그네’가 시공을 뛰어넘는 보편성과 긍정성을 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괴르네는 리트 연주에서 전문 반주자보다 실력 있는 솔로 피아니스트와의 협업을 더 선호해왔다. 알프레드 브렌델, 크리스토프 에센바흐 같은 세계적 피아니스트들과 함께 무대에 오른 바 있다. 그는 “솔로 피아니스트들과 작업할 때 그들이 가진 개성과 기교 때문에 훨씬 더 흥미로운 결과가 나오곤 한다”며 “피아니스트가 제 마음을 아주 짧은 순간 읽고 곧바로 반응한다고 느껴질 때 엄청난 해방감을 느낀다”고 했다. 한국 오기 전 미국 뉴욕에서 선우예권과 했던 리허설에 대해서도 “서로 취향과 생각을 나누는 시간이었다”며 “앞으로 100살까지 함께 연주하면 좋겠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둘은 바이올리니스트 힐러리 한과 올해 6차례 협연을 더 펼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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