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교육을 까는 성교육’ …약물·자해까지 담은 리얼 위기청소년 성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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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10대 여성 청소년이 물었다. “그 자체가 이상한 건 아니라고 생각해. 자신의 몸을 드러내고 표현할 권리가 있고, 이걸 이상하게 보는 시선이 더 문제 같아.” “엔(n)번방 사건이 생각나긴 해. 범죄에 악용될 수도 있지 않을까?” “이 문제가 어려운 게 위험 부담과 아슬아슬함이 도파민을 주는 요소기도 하다는거야.” 다른 청소년들의 다양한 대답이 돌아왔다. ‘야한 사진’을 문제로 낙인찍기 전에, 이를 올리고 싶은 마음을 읽어내는 성교육, 솔직하게 성에 대해 묻고 답하며 서로 배우는 ‘성교육을 까는 성교육’ 현장이다. 변미혜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 온 활동가, 타리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활동가, 한낱 인권교육센터 들 활동가, 호연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연구원 등 탈가정 여성청소년을 위한 포괄적 성교육 프로그램 ‘성교육을 까는 성교육’을 개발한 활동가와 연구자들을 지난달 29일 서울 관악구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 온 사무실에서 만났다. 포괄적 성교육은 생물학적 성에 기반한 행위를 넘어서서 사회·문화·권리의 측면에서 성평등한 관계를 형성하는 삶의 기술과 태도를 가르치는 교육이다. 타리 셰어 활동가는 “학교에서 가르치는 기존 성교육은 ‘금욕’과 ‘위험 예방’이 중심이어서 예방에 실패하거나 위험에 마주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를 알려주지 않는다”라며 “돈과 집이 ‘성’과 쉽게 연결되는 탈가정 여성 청소년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위험에 마주하거나 예방에 실패한 뒤 어떻게 할지를 상상함으로써 청소년과 현장 활동가들의 역량을 키우려고 했다”고 말했다. 프로그램 개발은 탈가정 위기 청소년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출발했다. 변미혜 활동가는 거리 등에서 만난 탈가정 여성 청소년이 언제나 조건만남이나 원치 않는 성관계 등을 쉽게 마주하고 빠져나오기 힘들다는 현실을 고려한 ‘성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다. 10년 전 지역아동센터 청소년을 대상으로 성평등 인권교육의 하나인 ‘성+인권교육’을 개발한 경험이 있는 활동가·연구자 동료인 한낱, 호연, 타리와 고민을 나누며 ‘새로운 성교육’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이들은 프로그램에서 섣부른 개입과 훈계를 뺐다. ‘집’을 잃어버린 탈가정 여성 청소년에겐 하루라도 몸을 누일 공간과 생활비, 정서적 교류를 할 수 있는 존재가 중요하다. 한낱 활동가는 “이들은 연애관계든, 연애 유사관계든 폭력상황이 생기거나 강제적 스킨십을 요구받아도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면서 “이는 곧 집의 상실을 뜻하기도 하고, 유일하게 자신에게 인정과 감정적 교류를 가끔이라도 주는 사람을 상실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어른’이 하는 개입과 훈계는 청소년에게 상처를 주거나 활동가들과 관계를 끊어버려 더 위험한 상황으로 가게 할 수도 있다. ‘툭 까놓고’ 이야기해보기는 그렇게 시작됐다. 지난해 11, 12월 두 기관에서 각각 5명의 탈가정 여성청소년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했다. 프로그램은 총 3차례에 걸쳐서 진행된다. 1회 ‘호기심과 변태’에서는 교육가와 참여자의 라포 형성에 초점을 두면서 성적 호기심과 질문의 중요성을 나누고, 2회 ‘연애와 권력’에서는 사랑, 성관계, 연애 등 관계 속에서 어떻게 권력이 형성되는지 살피고 3회 ‘비밀과 거짓말’에서는 자해 또는 약물의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자해·약물을 성교육의 일부로 다루는 것은 중요했다. 변미혜 활동가는 “최근 불법 약물을 복용하는 무리에 있던 한 청소년이 ‘나에게 이건(약물) 자해’라고 하더라”라며 “청소년들이 약물이 스스로에게 고통을 주는 ‘자해’로 인식하면서 빠져있어서 이에 대한 접근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호연 연구원은 “탈가정 청소년이 만나는 관계는 대부분 돈과 연결돼 있고, 그런 관계는 스스로에게 고통을 줄 때가 많다”며 “ 자신의 몸이 도구화되는 경험 속에서 고통·상처를 받게되는 상황이 생기고, 그 고통을 표현하는 방식의 하나로 자해를 하거나,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 약에 의존하기도 한다”면서 “성, 자해, 약물 모두 행위에 집중하고 ‘금지’를 얘기하는데, 이들이 왜 이런 행위를 하는지 삶의 서사와 맥락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자해·약물을 다루지만 무조건적으로 금지를 말하지 않는다. 호연 연구원은 “금지·통제 방식은 효과가 없다. 청소년들은 자해·약물에 유익이 있기 때문에 하는 것”이라면서 “이걸 다른 것으로 대체할 수 있는지를 찾고, 의존을 분산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우리가 교육하는 방식이다”고 말했다. 이렇게 성교육을 받은 청소년들은 처음에는 경계했지만 점차 ‘경계’를 풀고 시간을 더 늘려달라고 했단다. ‘몰입하게 되는 대화였다’ ‘스스로 말하면서 생각이 정리됐다’ 같은 평가가 많았다. 한낱 활동가는 “탈가정 청소년의 삶에 대해서는 어쩌면 그들 스스로가 가장 전문가다. 서로가 서로의 참고문헌처럼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청소년들도 재밌어 했지만, 우리도 그들로부터 많은 배움을 얻었다”고 말했다. ‘성교육을 까는 성교육’은 아직 파일럿 성격의 교육이다. 지난 4월에는 현장 활동가 40∼50명에게 설명회를 열어 프로그램 내용을 강화했다. 앞으로 두 차례 직접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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