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 만에 첫 승’ 스코틀랜드…“뉴잉글랜드를 뉴스코틀랜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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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전체가 온통 푸른빛과 격자무늬(킬트)로 물들었다. 미국 보스턴 중심가를 가득 메운 수천 명의 스코틀랜드 축구 팬들이 백파이프 선율에 맞춰 행진하는 모습은, 이곳이 미국인지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의 어느 거리인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28년 만에 본선 무대에 올라 36년 만에 월드컵 첫 승을 거뒀으니 그 기분이 오죽할까. ‘타르탄 아미’로 불리는 스코틀랜드 축구 팬들의 열정은 미국 입국 전부터 유명했다. 폭스 뉴스에 따르면, 보스턴행 비행기에 탑승한 스코틀랜드 팬들이 기내에 구비된 맥주를 다 마셔버려 결국 맥주가 동났다고 한다. 이들은 미국 동부의 무더운 여름 날씨에도 불구하고 스코틀랜드 전통 치마인 킬트를 입고 입국하기도 했다. 스코틀랜드가 아이티와의 조별리그 C조 첫 경기(14일)에서 1-0으로 승리하자 팬들은 더 열광하고 있다. 역사상 최초로 토너먼트 진출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조별리그 1, 2위 뿐만 아니라 3위 12개 팀 중 8개 팀도 32강에 오르기 때문에 1승으로 얻은 승점 3점은 귀할 수밖에 없다. 스코틀랜드 팬들은 지난 15일(한국시각) 백파이프를 연주하면서 보스턴 레드 삭스와 텍사스 레인저스의 메이저리그 경기가 열리는 펜웨이 파크로 행진하기도 했다. 펜웨이 파크 내에서는 스코틀랜드 응원가를 부르면서 야구를 보기도 했다. 보스턴 글러브 등 현지 외신에 따르면 대서양을 건너온 3만명의 원정 팬과 현지 스코틀랜드계 주민 1만명 등 총 4만여명의 팬들이 보스턴 시내 펍을 점령해 맥주와 독주가 동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펍 주인들은 외신과 인터뷰에서 “성 패트릭의 날보다 매출이 3배나 뛰었다”거나 “스코틀랜드 첫 경기가 끝난 다음날 저녁에는 도시 전체에 라거 맥주가 바닥날 정도였다”며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시내 중심가에 있는 아일랜드 펍의 공동 소유주인 제니퍼 모나스테스는 야후 스포츠에 “사람들이 온갖 술을 다 마시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2차전 모로코전(20일)을 앞두고 현지 펍들은 비상용 냉장고를 추가로 들여놓고 주류 물량을 대거 주문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스코틀랜드의 재치 있는 응원 문화도 화제가 되고 있다. 현재 보스턴 시내 중심가의 주요 조각상 머리에는 주황색 교통콘(트래픽 콘)이 씌워져 있다. 이는 스코틀랜드의 글래스고 현대미술관 앞 웰링턴 공작 동상에 콘을 씌우던 스코틀랜드인들만의 유쾌한 전통이자 정체성인데, 이를 보스턴 한복판에 그대로 재현해 놓는 것이다. 현지 경찰은 “체포된 사람 없이 평화 분위기가 유지되고 있지만, 조각상에서 콘을 수거하는 게 주요 업무가 됐다”고 했다. 보스턴의 명물인 ‘프리덤 트레일’ 대신 킬트를 입은 백파이프 연주자가 새 명물로도 떠오른다. 이번 대회를 위해 보스턴을 찾은 83살의 스코틀랜드 팬 노엘은 “뉴잉글랜드를 뉴스코틀랜드로 개명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스코틀랜드 팬들의 시선은 이제 모로코전으로 향한다. 이 경기 결과에 따라 스코틀랜드 축구 역사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스코틀랜드 축구대표팀의 주장 앤드류 로버트슨은 “우리 팬들이 이 순간을 얼마나 오래 기다려왔는지 잘 알고 있다”면서 “팬들의 엄청난 열정이 팀에 고스란히 전해지는 만큼, 진정으로 환호할 수 있는 멋진 순간을 선물하겠다”고 했다. ‘스코틀랜드 없이는 축제도 없다’(No Scotland, No Party)는 슬로건을 가진 스코틀랜드 팬들. 지금 보스턴에서 가장 시끄러운 사람들은, 미국인이 아닌 36년 만의 승리에 취한 스코틀랜드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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