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지마비 산재에 ‘남 탓’ 현대엔지니어링…법원 “9억 배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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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는 순식간이었다. 2017년 4월 서울 강서구 신축 오피스텔 공사 현장에서 3층으로 인양 작업을 하던 소화배관이 지하 1층에 있던 안아무개(57)씨를 덮쳤다. 10m 위에서 떨어진 배관에 머리를 심하게 다친 안씨는 그날 이후 양쪽 사지가 마비되고, 인지 기능이 저하되는 피해를 입었다. 혼자서는 앉아 있는 자세가 불가능하고, 향후 일할 수 있는 노동력을 100% 상실했다. 인천지법 민사6-1부(재판장 윤현정)는 안씨와 가족들이 예방조처 의무 책임을 물어 시공사인 원청 현대엔지니어링과 하청 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피고가 공동해 안씨에게 9억40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지난 10일 판결했다고 18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안씨 쪽 패소 부분을 일부 취소해 배상액을 높였다. 안씨의 앞으로의 치료비와 병상에서 쓸 의료보조비, 간병비 등을 모두 합한 비용이다. 회사 쪽은 소송 과정에서 하청 기업 탓을 하거나 안씨 개인의 부주의로 피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중동포인 안씨는 2010년 중국에서 건너와 건설 현장에서 일을 해왔다. 한국에 온 지 7년 만에 발생한 사고는 안씨가 꿈꾸던 미래를 앗아갔다. 당시 안씨는 현장에서 일한 지 39일차밖에 되지 않았는데 해본 적 없던 배관 인양 업무를 맡았고, 구체적인 작업 관련 안전 사항을 교육받지 못했다. 회사 쪽은 소송 과정에서 하청으로 책임을 돌렸다. 당일 원래 계획돼있던 인양 작업기구가 작동되지 않아 작업계획서와 다른 방법으로 인양이 이뤄졌는데, 해당 결정이 하청에 의해 이뤄졌다는 취지다. 현대엔지니어링 쪽은 “위험하고 승인되지 않은 방법으로 작업한 것은 피고 광장이엠씨(하청업체)의 근로자들이고, 피고의 근로자들은 이런 작업 방법의 변경을 피고 현대엔지니어링에 알리지 않았다”며 “(안씨를 투입한 것도) 하청이 결정한 사안이고, 이 과정에서 현대엔지니어링은 관여하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관여할 어떠한 권한이나 의무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오히려 사업주로서 작업방식을 제지하거나 더 안전한 작업방식으로 유도했어야 하는데 이를 해태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작업계획서의 계획과 다르게 실시되었고, 그런데도 피고 현대엔지니어링의 관리감독자나 현장소장, 안전관리담당자는 중량물 취급 작업계획에 따라 작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작업현장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않은 채 방치했다”며 “공사의 총괄책임자인 현대엔지니어링에는 이 사건 작업 및 사고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나 지배 가능성이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짚었다. 회사 쪽은 또 “작업 시 추락 위험에 대비해 천장 구멍에서 떨어져 있어야 했다”며 안씨의 과실을 주장했지만 법원은 “(안씨는) 소화배관이 통과한 1층 구멍에서 약 4미터 떨어진 곳에 쓰러져 있었다는 것인바, 쓰러진 위치를 고려하면 안씨는 이 사건 당시 위 구멍과 상당한 안전거리를 확보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사고 이후 5년 뒤에 소를 제기했으므로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는 피고 쪽 주장에 대해서도 “(안씨의) 상태가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고 있는 상황에서 원고들로서는 병원으로부터 후유장해 진단을 받기 전 이미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그 손해를 인식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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