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불사’는 없다…중앙일보·JTBC가 지켜야 할 것[미디어 전망대]
더 이상 ‘대마불사’는 없다. 큰 매체라고 안전하지 않고, 흑자라고 지속 가능하지 않으며, 신뢰도만으로 경영 위기를 돌파할 수도 없다. 최근 중앙그룹 사태가 그렇다. 지난해 흑자로 돌아서며 종합편성채널 최대 매출을 올린 제이티비시(JTBC)는 만기 차입금을 갚지 못해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했고, 국내 신문사 매출 1위에 오른 중앙일보마저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주요 계열사도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갔다. 견고해 보였던 미디어 제국의 추락은 깊고 빨랐다. 중앙그룹의 위기는 단기 유동성 위기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미디어 산업 모델의 붕괴와 확장 전략의 실패가 맞물린 결과다. 지난해 말 주요 계열사의 총차입금은 2조8천억원에 이르렀고, 계열사 간 과도한 지급보증과 단기 차입 구조는 한곳의 균열을 전체 붕괴로 키웠다. 특히 월드컵·올림픽 등 7천억원대 스포츠 중계권은 ‘승자의 저주’가 됐다. 라이브 스포츠를 선점해 플랫폼 우위를 점하고 재판매로 수익을 회수하려는 계산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방송 광고 시장은 위축됐고, 플랫폼은 시청자의 시간을 가져갔다. 그 배경에는 미디어의 태생적 모순이 자리한다. 미디어는 민주주의의 제도면서 동시에 이윤을 창출해야 하는 기업이다. 공론장의 책임과 자본의 요구 사이에서 미디어는 늘 긴장 관계에 놓인다. 과거 언론은 전파와 지면을 통해 독자의 주의를 광고주에게 팔았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 유통 권력은 포털, 유튜브, 오티티(OTT), 소셜미디어로 이동했고 생성형 인공지능(AI)까지 등장하면서 클릭 기반의 트래픽 수익 모델마저 흔들리고 있다. 콘텐츠는 언론이 생산하지만 데이터와 광고 수익은 플랫폼에 쌓인다. 레거시 미디어의 고전은 예고된 수순이었다. 한국만의 특수한 상황도 아니다. 워싱턴포스트는 제프 베이조스 인수 이후 디지털 전환과 신규 사업 확장에 나섰지만, 재정난으로 대규모 구조조정을 피하지 못했다. 디지털 저널리즘의 롤모델로 불리며 벤처 자본 유치와 상장까지 성공했던 버즈피드 뉴스 역시 트래픽 의존 수익 모델의 한계로 2023년 뉴스룸을 닫았다. 좋은 브랜드도, 막강한 자본도, 혁신적 포맷도 시장의 논리 앞에 선 뉴스룸을 지켜주지 못했다. 중앙그룹은 이른바 ‘링펜싱’(Ring-fencing)을 꺼내 들었다. 핵심 자산을 부실 위험으로부터 분리해 리스크 전이를 막기 위한 전략이다. 중앙일보가 기업회생 절차 대신 워크아웃을 택하고, 제이티비시가 자율구조조정 지원(ARS) 프로그램 신청을 회생 절차 개시에 앞세운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공장이 멈춰도 기계와 재고가 남는 제조업과 달리, 언론사는 발행과 송출이 멈추는 순간 신뢰와 브랜드라는 대체 불가능한 무형자산이 훼손된다. 따라서 연쇄 도산을 막고 매체의 핵심 기능을 유지하려는 보호막은 필요하다. 다만 그 보호막 안과 밖의 위계는 경계해야 한다. 어떤 매체는 본체가 되고 어떤 조직은 리스크가 되며, 어떤 노동은 보존되고 어떤 노동은 비용으로 치부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저널리즘을 기업 포트폴리오의 잔여 자산처럼 취급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제 대마불사의 시대는 저물었다. 뉴스의 공적 기능을 시장 수익에만 맡겨 온 낡은 비즈니스 모델도 한계에 다다랐다. 경계해야 할 것은 매체의 몰락보다 그 과정에서 저널리즘의 가치가 비용으로 환산되어 사라지는 일이다. 중앙그룹이 끝까지 지켜야 할 것은 중앙일보와 제이티비시라는 간판만이 아니다. 진실을 찾아 뛰던 현장의 사람들, 그리고 그들이 떠받쳐온 공적 책임이다. 위기의 시간을 버티는 동안 보호막 안쪽에 끝내 남아 있어야 할 것도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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