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핵 틀어쥔 북의 대남 ‘핵잠’ 비판, 적반하장 아닌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정부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 계획과 한·미 핵협의그룹(NCG) 등이 “조선반도 정세를 극도로 악화시키고 있다”며 “핵무력을 끊임없이 확대·강화하고 핵보유국 지위를 철저히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핵무기를 틀어쥐고 우리에게 핵위협을 서슴지 않는 북이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적반하장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북의 핵활동 ‘중단’을 실마리 삼아 북-미 대화를 시작하고 최종 목표인 한반도 비핵화를 달성하겠다는 정부의 대북 접근법이 현실화되기 어렵다는 사실도 다시 한번 확인됐다. 우리에게 결코 유리하지 않은 새로운 ‘전략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근본적인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의 23일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20~22일 열린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9기 제2차 전원회의에서 한·미가 “지역 내 무력증강 및 현대화 책동을 날로 노골화하면서 한국의 핵잠수함 보유까지 추진”하는 등 “조선반도 정세를 극도로 악화”시키고 있다며 “자위적 억제력을 보다 확대·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현실 인식에 기초해 이번 전원회의를 통해 “핵무력을 끊임없이 확대·강화하고 핵보유국 지위를 철저히 행사”해 가겠다는 ‘전략적 결정’이 내려진 것으로 보인다. 핵잠 건조, 핵농축 권한 확보 등을 통해 남북 간 핵균형을 조금이라도 맞춰 보려는 우리 시도를 꺾기 위해 앞으로 더 치명적인 핵무기를 만들면서 “한국의 완전 붕괴 가능성은 배제될 수 없다”(김 위원장, 9차 당대회) 따위의 핵위협을 이어가겠다는 의미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이후 북의 핵활동 중단을 시작점으로 삼아 북-미 대화를 재개하고, 이를 통해 최종 목표인 한반도 비핵화를 이뤄내겠다는 ‘단계적 접근법’을 시도해왔다. 19일 기자회견에서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만찬을 계기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장시간 대화를 나누며 이런 접근법을 설명해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북이 핵 중단은커녕 “핵무력 확대·강화”를 선언하고, 한동안 가능성을 열어뒀던 미국과의 대화 재개에 침묵함에 따라 이 계획이 파고들 틈새도 좁아졌다. 북한은 핵협상 중에 이란을 기습 공격해 지도부를 몰살하는 트럼프의 무도한 행태와 자신들에게 비핵화를 더 이상 압박하지 않게 된 중국의 모습을 보며 미국과 대화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을 가능성도 있다. 북한에 대한 낙관적 기대 대신 현실에 기반한 냉정한 해법을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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