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인권위 간부 ‘보직 반납’ 6명째…“안창호 체제 보좌 못 한다”
육성철 광주인권사무소장이 23일 오후 국가인권위원회 간부 중 6번째로 보직 반납을 선언한 뒤 한겨레에 그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아침에는 대구인권사무소장으로 인사 발령을 받은 남경혜 정보화관리팀장이 ‘발령 철회’를 요구하는 글을 인권위 내부망 게시판에 올렸다. 안창호 인권위원장 사퇴를 요구하는 인권위 간부들의 ‘보직 반납’ 선언이 줄 잇고 있다. 지난 15일 김재석 군인권보호총괄과장을 시작으로, 윤채완 전 조사총괄과장(16일), 박광우 차별시정총괄과장(19일), 권혁장 기획재정담당관(22일)에 이어 이날도 과장급 2명이 보직을 내려놓겠다는 뜻을 밝혔다. 인권위 국·과장급이 30명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이미 간부 20% 정도가 보직을 걸고 안 위원장 사퇴 요구에 나선 셈이다. 인권위원장 지명 당시부터 편향성 논란을 일으킨 안창호 위원장은 임기 내내 사퇴 요구를 받았다. 특히 지난해 2월 내란 옹호 논란으로 번진 ‘윤석열 방어권 보장’ 안건 통과는 인권위 직원 42명의 ‘릴레이’ 사퇴 요구 글 게시로 이어졌다. 이후로도 특정 종교 및 성소수자 폄훼 발언 등에 대한 인권위 내부 제보가 이어졌고, 최근 서울퀴어축제 불참을 두고도 비판이 증폭했다. 보직 반납을 선언하는 글들에는 인권위 간부들이 그간 느낀 감정이 누적돼 있다. 육 소장은 이날 올린 글에서 지난해 광주에서 열린 5·18 기념식에 참석하려다 거부당한 안창호 위원장이 “나만큼 5·18을 잘 아는 사람도 없다”고 한 말을 언급하며 “안 위원장은 그런 식으로 혐오·차별 논란을 비껴가며 스스로 인권 전문가인 것처럼 행동한다. 성소수자들의 가슴에 대못이 박히든 말든, 인권위 직원들이 모욕을 느끼든 말든 개의치 않는다”고 비판했다. 전날 권혁장 기획재정담당관은 “위원장은 수많은 만류와 비판에도 의결권을 행사하여 윤석열 방어권 안건을 통과시켰다”며 “이는 내란 옹호 오명을 자초한 것이며 인권위의 독립성을 송두리째 훼손해버린 사건”이라고 짚었다. 공무원 사회에서 보직 반납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 인권위에서도 사무처 간부들이 집단으로 보직을 반납한 전례는 없다. 인권위 한 직원은 “안 위원장은 안팎의 사퇴 여론에 귀를 막아왔는데, 아직도 임기(3년)가 1년3개월 남았다는 점에 상당수 구성원이 절망하고 있다”며 “7월1일자 인사(22일 발표)를 앞두고 누적된 비판 목소리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사무처 수장인 이석준 사무총장이 위원장에 대한 직원들의 거센 비판을 외면한다는 인식도 보직 반납의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9일 확대간부회의에서는 한 간부가 “안창호 사퇴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인권위가 정상화될 수 있다면 알려달라”고까지 말했으나, 이 총장은 이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지 않은 걸로 알려졌다. 다만 일선 직원들 사이에선 간부들의 뜻을 존중하면서도 잇따른 보직 사퇴 ‘이후’가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인권위 한 10년차 직원은 “보직을 거부한 과장님들의 행동은 훌륭하지만, 그다음에 보직을 누가 차지할지 모르겠다”며 “안창호 위원장과 우호적인 관계를 가져온 직원들에게만 좋은 기회를 주는 게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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