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노조위원장 “성별 임금격차 해소, 임금공시·시정조치 동반해야”
“임금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은 숨겨진 불평등을 드러내 성별 격차를 줄이기 위한 교섭을 가능하게 합니다. 다만 실효성을 높이려면 정보 공개가 실제 시정조치와 연결돼야 합니다.” 이탈리아 최대 노동조합 총연맹인 이탈리아노총(CGIL) 페데리카 코키(Federica Cochi) 전문직노조 위원장은 23일 한겨레와 한 서면인터뷰에서 “성별 임금격차 해소를 위해선 임금정보 공개뿐 아니라 노사 교섭과 시정조치가 뒤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전문직노조는 변호사·회계사 등이 가입돼 있다. 코키 위원장은 24일 예정된 민주노총 주최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노조의 교섭전략 국제포럼’의 발표자다. 코키 위원장은 “이탈리아가 다양한 제도를 갖추고 있지만 여전히 차별이 존재한다”며 “성별 임금격차는 기본급보다 보너스, 성과급, 승진 기회, 재량적 평가 체계 등 잘 보이지 않는 영역에 숨어 있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투명성은 단순한 보고 의무가 아니라 (노사) 집단교섭의 도구가 돼야 한다”며 “불평등을 측정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시정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탈리아는 ‘동일보수법’(2006년 제정)에서 임금 차별을 금지하고, 2021년부터 50인 이상 기업의 경우 2년마다 남녀 노동자 현황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보고서엔 채용과 교육·훈련, 승진, 직급, 임금, 계약 형태, 해고·퇴직 현황 등이 성별과 직무별로 구분돼 담긴다. 기업의 노조 대표는 해당 자료를 볼 수 있다. 성평등가족부가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고용평등공시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어, 이탈리아 사례는 좋은 참고가 될 수 있다. 코키 위원장은 정보 접근권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차별금지 규정을 위반한 경우 소송이나 행정 제재가 가능하다. 하지만 현실에선 많은 노동자들이 차별을 입증하는 데 필요한 정보에 접근하지 못한다”고 했다. 코키 위원장은 “노동자 대표가 임금과 승진, 보너스 관련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어야 의미 있는 교섭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성별 임금격차 개선이 여성만을 위한 문제가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코키 위원장은 “여성은 돌봄 책임 때문에 저임금·시간제 노동에 내몰리고, 남성은 돌봄 참여 기회를 잃은 채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현실을 함께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성평등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더 많은 사람에게 권리를 보장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의 자유가 줄어들지 않는다”며 “모두가 존엄하게 일하고 돌보면서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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