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트랙은 왜 시계 반대 방향으로 뛸까 [강석기의 과학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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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의 구조는 좌우대칭이지만 이동하려면 깡충거리지 않는 이상 대칭성이 깨져야 한다. 즉 왼발이나 오른발을 먼저 내디뎌야 하는데, 사람마다 무의식적으로 선호하는 쪽이 있기 마련이다. 이런 대칭성 깨짐 현상은 손을 쓸 때나 눈을 집중할 때도 나타난다. 그런데 대칭성 깨짐 방향성이 임의적이지 않아 각자 편한 쪽이 있다. 그런데 이상한 건 인구 차원에서도 치우침이 있다는 것이다. 즉 오른손잡이와 왼손잡이 비율이 5 대 5가 아니라 9 대 1 정도 된다. 오른손잡이가 생존에 유리해 선택됐다면 왼손잡이는 알비노증처럼 어쩌다 돌연변이로 나와야 할 텐데 이처럼 무시하지 못할 비율로 유지되니 미스터리다. 아무튼 사회 인프라 가운데 지하철 개찰구처럼 비대칭 요소가 있는 것들이 다수에게 맞춰져 있다 보니 소수(왼손잡이)인 사람들은 불편을 감수하고 살아가야 한다. 다만 비대칭 개인용품 가운데는 가위처럼 소수를 위한 게 따로 나와 있기도 하다. 물론 왼손잡이용 가위까지 준비한 고깃집은 흔치 않을 테지만. 최근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는 우리가 미처 몰랐던 대칭성 깨짐 움직임을 밝힌 스페인과 일본 공동연구팀의 논문이 실렸다. 사람들이 광장 같은 넓은 공간을 자유롭게 걸으면 시계 반대 방향으로 치우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개인에 따라 시계 반대 방향 또는 시계 방향으로 치우칠 수 있더라도 통계적으로 보면 상쇄될 것 같은데 그게 아니었다. 오른손잡이가 많은 것처럼 시계 반대 방향으로 치우친 사람이 더 많았다. 그렇다면 오른손(발)잡이의 오른쪽 팔다리 움직임이 미묘하게 커 걷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도는 것일까. 그런데 뜻밖에도 이런 경향성은 오른손(발)잡이냐 왼손(발)잡이냐와는 무관했다. 즉 왼손(발)잡이에서도 시계 반대 방향으로 치우친 사람이 더 많았다. 우측통행(스페인)처럼 문화적 습관의 결과일 가능성은 좌측통행인 일본에서도 같은 결과를 얻어 아닌 것으로 보인다. 학교 체육 시간에 육상트랙을 시계 반대 방향으로 달린 것 같은 경험이 무의식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 역시 일본 유치원 아이들도 시계 반대 방향으로 치우치는 것으로 밝혀져 배제됐다. 따라서 연구자들은 이런 치우침에 문화가 아니라 생물학적 또는 신경학적 배경이 있을 것으로 추측했다. 그런데 육상트랙을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도는 건 우연한 선택이었을까. 그러고 보니 스피드스케이팅도 마찬가지이고 야구 주자도 베이스를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돈다. 건물 계단도 내려가는 것보다 오르는 게 더 힘들기에, 올라갈 때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게 설계돼 있다. 흥미롭게도 올림픽 초기에는 육상트랙을 도는 방향이 대회에 따라 시계 방향일 때도 있었고 시계 반대 방향일 때도 있었다. 그런데 많은 선수들이 시계 방향은 어색하고 기록이 안 나온다고 불평했고, 1913년 국제육상연맹은 국제대회에서는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아야 한다고 규정했다. 그 뒤 트랙을 시계 반대 방향으로 달리는 게 왜 자연스러운가에 대해 연구가 있었다. 2013년 학술지 ‘국제교육 이(e)-저널’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여기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는데, 이 가운데 심장이 왼쪽에 있어서 그렇다는 가설이 그럴듯해 보인다.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아야 심장의 혈류 흐름이 원심력을 덜 받기 때문이다. 달리기와는 비교가 안 되겠지만 걷기도 이런 힘의 영향을 미미하게나마 받는 것 아닐까. 1913년 국제육상연맹 지도부의 고집 같은 어떤 사정으로 시계 방향으로 정했다면 육상 역사에 남은 선수와 기록은 지금과 전혀 달랐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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