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시대, 미국 없는 아시아 안보는 가능한가…‘플랜 B’를 상상하는 동맹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국제질서와 규범을 허물고 곳곳에서 전쟁이 벌어지는 시대에 ‘미국 없는 아시아의 안보는 가능한가.’
‘분열의 시대 협력의 재구상’을 주제로 외교부 등의 공동주최로 열린 올해 제주포럼에서는 미국의 변화 속에 미국의 동맹들이 어떤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할 수 있는지에 대한 토론이 주요한 화두가 됐다.
24일 오후 제주 해비치호텔에서 문정인 연세대 교수가 진행한 토론에서 일본 외교장관과 방위상을 역임한 고노 다로 의원은 ‘미국 없는 안보’를 의미하는 ‘플랜B’에 대해 “유럽에서는 플랜B가 가능할 수 있지만, 동아시아에서 플랜B는 불가능하며 미국은 동아시아 안보의 필수불가결한 존재”라고 말했다. 고노 의원은 “동아시아에 필요한 것은 (유럽과의 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플랜A+”라고 말했다. 그는 “유럽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면 나토를 태평양까지 확장해 나프토(NAPTO·나토+태평양)를 만들자는 구상이 나오고 있다”고 한국, 일본, 필리핀, 호주 등이 이에 동참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동아시아에서 일본과 한국이 경제뿐 아니라 안보 협력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개럿 에반스 오스트레일리아(호주) 전 외교장관은 미국에 매달리지 않는 플랜B의 필요성을 좀 더 강조했다. 에반스 전 장관은 “냉전 이후 확산됐던 협력과 희망은 이라크 침공, 무역전쟁, 빈부격차 등 미국의 실수로 사라졌다”면서 “한국, 일본, 호주,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중견국(미들파워) 국가들이 책임을 다해 이전의 질서를 복원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과의 동맹을 버리자는 것은 아니고 정보, 첨단 기술 등을 위해 계속 균형을 맞추려는 노력은 해야 하지만, 미국과의 동맹에 매달리지 말고 중견국들이 협력해 다자주의적 대안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중국에 대한 입장에서도 차이가 드러났다. 고노 의원은 “일본과 한국 경제는 냉전 시기와 달리 중국과 깊이 연결되어 있고 관계를 끊을 수 없다”면서도 “중국과 대화와 관여는 계속하돼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이 우리에게 의존하는 것보다 우리가 중국에 더 의존하는 상황이 지금의 상황을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아시아에 주둔하고 있지만 이미 예전과 달라졌다”면서 “동아시아의 안정을 위해서는 한일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이 외교장관이던 시절 강경화 장관과 최고의 파트너였지만 한일관계가 악화돼 현재는 역대 최고의 관계이고 이를 지속하고 향상시키고 싶다.
반면, 에반스 전 장관은 “미국 우선주의는 이미 대의를 잃기 시작했고, 중국의 굴기에 대한 좀더 이성적인 대응이 데탕트(화해)의 시작”이라면서 동아시아의 안정을 위해서는 중국의 역할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도 에반스 전 장관은 “북한에 대한 억지력은 계속 유지해야 하지만, 미국의 억지력은 과거보다 일관성과 신뢰가 없어졌다”면서 “한국과 일본이 힘을 합쳐 억지력을 유지해야 하지만 중국도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처럼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는 얘기하기 어려워졌고, 위험을 줄이고 핵을 감축하려는 논의가 훨씬 현실적이고 생산적”이라고 말했다.
고노 의원은 악화된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6자회담 같은 논의를 복원시킬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한반도 평화를 담보하기 위해서 6자회담이 최선의 메커니즘이지만 불행히도 시대가 바뀌어 중국과 러시아가 참여하지 않을 것이고 트럼프 대통령과 주위의 예스맨들도 하지 않을 것 같다”고 답했다. 그는 “한국, 일본 등이 중국에게 비핵화한 북한이 핵무장 북한보다 더 낫다는 것을 확신시킬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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