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 이름은 달라도 처방의 뿌리는 ‘하나’다 [건강한겨레]
진료실에서 60대 환자가 약봉투를 꺼낸다. 혈당약, 혈압약, 고지혈증약, 수면제, 위장약. 병명은 다섯 개인데 하루를 사는 몸은 하나다. 그는 묻는다. “원장님, 저는 도대체 어디부터 고쳐야 합니까?”
지난 여섯 글에서 나는 당뇨, 치매, 심장병, 뇌졸중, 암이 완전히 다른 병이 아니라 세포 속 발전소인 미토콘드리아와 장 속 공급업체인 유익균의 동업이 깨지면서 생긴 서로 다른 그림자라고 말해왔다. 미토콘드리아와 장내세균은 각각 수십억 년, 수억 년의 시간을 지나 우리 몸의 오래된 동업자가 되었다. 병원에서는 병명이 나뉘지만, 몸속에서는 이 ‘오래된 회복 시스템 하나’가 흔들리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디서부터 다시 세워야 할까. 답은 세 가지 스위치에 있다. 하체는 에너지 스위치, 장은 면역 스위치, 잠은 회복 스위치다. 이 셋은 따로 움직이지 않는다. 모두 발전소와 공급업체를 다시 연결하는 길이다.
첫째, 하체를 써야 한다. 허벅지와 종아리는 단순히 걷는 도구가 아니다. 포도당을 태우는 거대한 창고이고, 피를 심장으로 되돌려 보내는 제2의 펌프이며, 온몸의 발전소를 깨우는 기관이다. 오래 앉아 있으면 근육 속 미토콘드리아가 식고 혈당은 올라간다. 반대로 걷고 계단을 오르고 스쾃을 하면 발전소가 깨어난다. 하루 30분 빠르게 걷고, 스쾃은 10개씩 나누어 하루 100개를 목표로 해보자. 무릎이나 허리가 약한 사람은 의자에 앉았다 일어나기부터 시작하면 된다. 몸이 움직이면 장도 함께 반응한다. 장의 연동이 좋아지고, 장내세균이 살아갈 환경도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 하체 운동은 근육만의 처방이 아니다. 장과 발전소를 함께 깨우는 신호다.
둘째, 장을 먹여야 한다. 장 속 유익균은 먹이가 있어야 일한다. 식이섬유를 먹은 유익균은 짧은사슬지방산 같은 물질을 만들고, 이 물질은 장벽을 지키며 면역의 과열을 낮추고 뇌와 혈관과 대사에 신호를 보낸다. 그래서 채소, 해조류, 콩류, 통곡물, 견과류, 발효식품을 조금씩 다양하게 먹어야 한다. 일주일에 30종 이상의 식물성 식품을 목표로 삼아보자. 핵심은 슈퍼푸드 하나가 아니라 다양성이다. 장은 한 가지 정답보다 넓은 생태계를 원한다. 이 연료는 장내세균만 살리는 것이 아니다. 장벽 세포의 미토콘드리아가 다시 태울 연료이기도 하다. 공급업체가 살아야 발전소도 제힘을 낸다. 다만 항암 중이거나 백혈구가 낮은 사람은 생채소와 발효식품을 주치의와 상의해야 한다.
셋째, 밤을 되찾아야 한다. 잠은 쉬는 시간이 아니라 수리 시간이다. 낮 동안 달아오른 교감신경을 가라앉히고, 혈압과 혈당의 리듬을 되돌리며, 뇌 속 노폐물을 치우고, 면역세포의 시계를 다시 맞춘다. 밤이 밝아지면 미토콘드리아는 정비 시간을 잃고, 장내세균도 하루의 리듬을 잃는다. 휴대전화 화면, 거실 조명, 늦은 업무, 밤늦은 카페인과 야식이 몸에게 계속 낮이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밤 11시 전후로 잠자리에 들고, 자기 전 한 시간은 빛과 화면을 줄이자.
물론 생활만으로 모든 병을 고칠 수는 없다. 당뇨약, 혈압약, 항암치료, 수술, 응급치료가 필요한 순간은 분명히 있다. 가슴 통증이 오면 응급실에 가야 하고, 뇌졸중 증상이 생기면 즉시 119를 불러야 하며, 암이 의심되면 검사를 미뤄서는 안 된다. 공생의학은 표준치료를 대신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표준치료가 작동할 몸의 바탕을 함께 보자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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