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내성 대응, 이제는 이행과 성과의 단계다 [건강한겨레]

📌 Other 📰 South Korea 🕐 37 min ago

항생제 내성 대응은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다. 항생제는 폐렴, 요로감염, 패혈증 같은 세균 감염 치료의 필수 수단이며, 수술·장기이식·중환자 치료도 항생제가 제 효과를 발휘한다는 전제 위에서 가능하다. 그러나 세균이 항생제에 내성을 갖게 되면 감염 치료의 선택지는 급격히 줄어들고, 그 끝에는 ‘치료할 수 없는 감염’이라는 현상이 기다리고 있다.

최근 자료는 우리나라 상황이 매우 위태로운 수준임을 보여준다. 우리나라 인체 항생제 사용량은 2023년 31.8 DID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19.5 DID의 1.6배에 달한다. DID는 인구 1천 명당 하루 항생제 사용량으로, 31.8 DID는 매일 인구의 약 3.18%가 항생제를 복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항생제를 많이 사용할수록 내성균 발생 위험은 커지고, 내성균이 확산되면 실제 감염이 발생했을 때 사용할 치료제는 줄어든다.

강력한 내성균의 증가는 더 심각하다. 마지막 치료제 중 하나인 카바페넴조차 잘 듣지 않는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목(CRE) 감염 신고는 2018년 약 1만2천 건에서 2024년 약 4만2천 건으로 6년 만에 3.5배 늘었다. 내성 유전자를 다른 세균에 옮길 수 있는 카바페넴분해효소 생성 균의 비중은 2024년 CRE 신고의 78.3%까지 치솟았고, 같은 해 CRE 감염으로 838명이 목숨을 잃었다. 사망자의 약 86%는 60살 이상 어르신이었다. 이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2024년부터 연간 1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예측된다. 항생제 내성은 더는 생명과 의료계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보건안보를 위협하는 현실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10년간 제1·2차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 대책을 추진해왔다. 감시체계를 구축하고, 항생제 적정 사용의 필요성을 알렸으며, 사람·동물·환경을 함께 고려하는 원헬스 접근도 정책에 반영해왔다. 그러나 방향은 맞았으나 실행이 부족했다. 대책을 현장에서 작동하게 하는 예산과 인력, 부처별 사업을 국가적 성과로 묶어낼 관리체계는 충분치 못했다.

국제사회는 이미 계획보다 이행과 성과를 묻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2026년 5월 제79차 세계보건총회는 새로운 행동계획인 ‘항생제 내성 글로벌 행동계획(GAP) 2026~2036’을 채택했다. 이제 국제사회는 각국에 계획이 아니라 실제로 항생제 사용을 얼마나 줄였는지, 내성균 확산을 얼마나 억제했는지, 예산과 인력을 얼마나 투입했는지를 묻고 있다.

우리나라도 2026년부터 2030년까지의 제3차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대책을 발표하며 새 출발선에 섰다. 병원의 항생제 적정 사용 관리는 실제 처방 변화로 이어져야 하고, 농축수산 분야의 신중 사용 원칙이 현장 관행으로 뿌리내려야 하며, 환경 분야를 포함한 전 영역의 감시도 강화돼야 한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범정부 차원의 성과 관리 체계다. 항생제 내성 대응은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 식품의약품안전처,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기후에너지환경부 등 여러 부처가 따로 움직여서는 풀 수 없는 다부처 과제다. 부처 간 협의체 수준의 대응으로는 더 이상 속도를 낼 수도 없다. 국무총리급 범정부 관리체계를 통해 목표를 정하고, 예산을 통합 운영하며, 매년 성과를 직접 점검해야 한다.

항생제 내성은 조용히 진행되지만 그 결과는 결코 조용하지 않다. 치료할 수 있었던 감염이 치료되지 않고, 수술과 항암치료가 더 위험해지며, 고령자와 중환자의 생명이 위협받는다. 이제는 선언이 아니라 이행이고, 홍보가 아니라 현장의 변화이며, 계획이 아니라 성과다. 제3차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대책은 과제 목록으로만 남아서는 안 된다. 충분한 재정과 전문 인력 확충, 원헬스 기반의 부처 간 협력, 그리고 국무총리급 범정부 성과 관리가 뒷받침될 때 비로소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실효적 정책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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