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법원칙 위배”…정부, 촉법소년 나이 조건부 하향 꺼냈다 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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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형사미성년자(촉법소년) 연령 기준을 중대범죄에 한해 만 13살 미만으로 한 살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 법리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법조계 지적이 나왔다. 아동·청소년 복지 전문가들도 지나치게 여론에 편승한 결과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정부는 촉법소년 연령 안건을 30일 국무회의에 상정하지 않기로 했다. 원혜욱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9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특정 범죄만 중대범죄라고 보고 형사미성년자를 구분하겠다는 방침인데 조건을 붙여서 형법의 기본 원칙을 바꾸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며 “형법에서 조건부로 기본원칙을 바꾸는 입법례는 전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말했다. 현행 형법은 ‘14세가 되지 아니한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돼 있다. 신수경 변호사(민변 아동인권위원장)도 이날 이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 국회 토론회에서 “(나이는 만 13살 미만으로 같은데) 일부 범죄에 대해서는 책임능력이 있고, 일부 범죄에 대해서는 없다고 보는 건 맞지 않다”고 밝혔다. 소년 사법제도의 시장화 등 부작용이 커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신수경 변호사는 “이미 소년법 체계에선 다른 어떤 범죄보다도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차별적으로 사법적인 적용을 받고 있다”며 “죄명에 따라 형법이나 소년법이 적용될지가 달라진다면 재력이 있는 부모들은 죄명을 거래하는 데 사활을 걸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입법이 이뤄진다면,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여부를 다툴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소라미 민변 변호사는 “헌재에서 다퉈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통계상 근거도 부족하고, 형사미성년자 조건부 연령 하향에 일반적으로 적용돼야 하는 원칙을 무너뜨릴 만한 과학적 근거나 실증 자료가 충분했는지 등도 다툴 만하다”고 짚었다. 다만, 일부 법학자들은 헌재에서 “입법의 재량권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위헌 판정을 받기는 어려울 것이란 의견을 내기도 했다. 법 또는 시행령으로 규정될 ‘중대범죄’의 범위가 갈수록 넓어질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처음엔 살인, 강도 등 일부 강력범죄만 인정됐다가, 추후 사회적으로 이목을 모으는 촉법소년 사건이 나오면 다른 혐의가 추가되는 등 누더기가 될 수 있단 지적이다. 서보학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처음에는 입법이 최소한으로, 적용 대상을 제한해서 시작하지만 이게 점점 넓어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예를 들어 만 13살의 촉법소년이 차를 훔쳐서 돌아다니다가 사람을 치어서 사망하면 과실치사 사건이다. 그런데 그런 사건이 알려지고 형사처벌 범위가 아니라고 한다면, 여론이 들끓는다. 그럼 고의 살인이 아니라 과실치사도 적용 대상에 포함되는 등 계속 넓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촉법소년 연령 하향에 대한 반대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국아동복지학회와 한국청소년복지학회는 이날 성명을 내어 “전문가들이 참여한 두 달간의 객관적 숙의 절차를 정부 스스로 부정하는 행위”라면서 “정부가 설계한 공론화의 결과를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뒤집어엎은 현 사태에 분노를 표하며 국정 운영의 신뢰성과 국가의 책무성을 엄중히 묻는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어 “정부가 제시한 ‘중대 범죄에 한한 조건부 하향’은 마치 합리적 절충처럼 보이나, 그 실상은 만 13살 아동에게 전과자 낙인을 부여하고 교도소 구금의 길을 여는 일”이라며 “일시적 여론이 아닌 객관적 통계와 발달과학적 근거, 국제인권기준에 기반한 정책 결정의 원칙을 회복하라”고 촉구했다. 전문가들은 범죄를 저지른 아이들이 충분히 갱생하고 재사회화할 수 있는 환경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배상균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부모가 학대·방임하면서 범죄로 이어지는 아이들도 많다”면서 “교육, 심리치료, 소년원의 제대로 된 재사회화 프로그램, 실태조사 등 종합적으로 어느 정도 아이들을 재사회화 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진 상태가 돼야 책임도 물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처벌 강화가 아닌 가해자가 ‘피해자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회복적 사법 구조를 제도화하는 방식의 소년법 개정이 필요하단 의견도 나온다. 이날 국회 토론회의 발제자로 나선 강지명 성균관대 법학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현재 ‘반사회성이 있는 소년의 환경 조정과 품행 교정’의 목적을 갖고 있는 소년법의 목적조항에 피해자의 피해회복을 명시하고 조사 대상에 피해자의 피해, 재판공개 대상에 피해자를 추가하는 개정안이 필요하다”며 어떤 행동으로 피해가 발생했고, 피해 회복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하는 과정이 사법 전반에 걸쳐 녹아들어야 한다”고 짚었다. 촉법소년 연령 하향을 추진하던 정부는 한발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 성평등부는 애초 30일 예정된 국무회의에서 일부 중대 범죄에 한해 현행 만 14살에서 만 13살로 촉법소년 연령을 조건부로 하향하는 방안을 보고하려 했으나, 불발됐다. 성평등부는 기자단 공지를 통해 “촉법소년 연령 공론화 결과는 30일 국무회의 안건으로 상정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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