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아파트 사세요?”…결혼까지 ‘그사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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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급격한 집값 상승과 청년들의 자산 격차 확대로 ‘아파트 거주’ 여부 자체가 결혼 상대의 중요한 조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세태를 반영하듯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아파트를 중심으로, 같은 단지나 부동산 가격이 비슷한 인근 아파트에 사는 이웃끼리 혼인을 맺어주는 결혼중개업체가 성업 중이다. 성평등가족부가 매달 공시하는 결혼정보업체(결정사) 현황 자료를 29일 분석해보니, 2025년 이후 지난 5월까지 최근 1년5개월 사이 서울에서 영업을 시작한 결혼중개업체 67곳 중 41곳(61.2%)이 강남 3구에서 개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에는 대단지 아파트 주변에 터를 잡고 주민을 대상으로 영업을 펼치는 업체가 많았다. 2025년 이후 강남 3구에 개업한 41곳 중 아파트 단지 반경 500m 이내 사무실을 차린 업체는 29곳(약 71%)으로 나타났다. 아예 아파트 단지 내 상가에 입주한 업체도 여럿이다. 대표적인 곳이 지난해 6월 사업자 신고를 한 ‘원베일리노빌리티 주식회사’다. 애초 이 업체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 아파트 입주민 사이 결혼 상대를 찾기 위해 2023년 12월 결성된 모임 ‘원결회’에서 출발했다. 현재는 강남 3구 거주자로 가입 대상자를 넓혀 600명 넘는 회원을 끌어모았다. 송파구 가락1동 헬리오시티 단지 내 상가에도 최근 1년 사이 결혼중개업체 2곳이 문을 열었다. 이들 업체의 주요 고객은 아파트 주민을 결혼 상대로 원하는 당사자나 결혼 적령기 자녀를 둔 부모다. ‘이삭결혼정보’의 이옥자(66) 대표는 지난 2월 9510가구가 사는 헬리오시티 단지 내에서 영업을 시작했다. 이 대표는 “이 상가에서 6년간 김밥집을 하면서 부모들 부탁을 받아 소개해주다가 사무실을 차렸다”며 “100여명 되는 회원 대부분은 자녀와 비슷한 가정 형편이나 교육 수준의 결혼 상대를 바라는 입주민들”이라고 말했다. 대단지 아파트 밀집 지역 한복판에 자리 잡은 ‘개포골드매칭’의 안세라(활동명·44) 대표는 “헬리오시티와 원베일리에 결정사가 생기는 걸 보고 우리 동네에도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올해 1월 개업했다”며 “회원 대부분이 개포·대치·도곡·역삼동에 살고, 같은 동네에서 자란 상대를 바라서 다른 동네와의 매칭은 원활하지 않다”고 전했다. 결혼 조건으로 아파트를 우선시하는 경향은 최근 부쩍 두드러지는 추세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10년간 영업한 결혼중개업체 ‘해와달’ 김재진 대표는 “최근 강남 3구 집값이 크게 뛰며 경제력 있는 사위나 며느리를 보고 싶어 하는 고가 아파트 입주민 대상으로 명함 나눠주고 모임을 여는 신생 업체들이 많은 거로 안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이 강남 3구 밖으로 확산하는 조짐도 보인다. 최근 공개된 아파트 거주자 전용 소개팅 애플리케이션인 ‘아파팅’에는 출시 일주일 만에 1200여명이 가입했다. 아파팅을 개발한 신정환 커넥트서울 대표는 “주거 형태가 연애와 관계 형성 방식에도 영향을 미치는 시대상을 반영했다”고 개발 배경을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아파트 보유 여부나 어떤 아파트에 사는지가 신분의 지표로 작동하는 현실을 반영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함인희 이화여대 명예교수(사회학)는 “계층 구조가 공고화될수록 계급 동질혼이 강화되는 경향이 발생한다. 최근 집값 상승과 자산 격차 확대로 한국에서도 이런 모습이 드러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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