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니 시급보다 비싸”…쪼개기·저임금·차별 내몰린 청년 노동자
“제가 22살 때 샐러드 가게에서 일하던 중 배달음식을 (라이더에게) 잘못 보냈을 때 사장님이 제게 하셨던 말이 있습니다. ‘이게 네 시급보다 비싼 음식이다.’ 그 말을 듣고 화장실에서 한참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대학생 김유나씨는 30일 저녁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청년·학생 비정규직 증언대회’에서 아르바이트 노동자로 일하며 겪었던 경험을 이렇게 털어놨다. 그는 “카페에서 아메리카노를 500원에 판매하는 이벤트를 봐도 아르바이트생부터 떠오른다”며 “실제로 지인은 이벤트 기간 2시간 동안 커피 200잔을 만들었지만 보너스나 추가수당은 없었다”고 말했다. 쪼개기 계약, 근속연수 불인정,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 계약기간 중 해고, 초단시간 아르바이트. 이날 증언에 나선 청년·학생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고용 형태는 달라도 현장 곳곳에서 구조적 차별과 고용 불안이 반복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청년 당사자가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기구를 만들고 비정규직 남용을 막기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언제든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불안은 학교도 예외가 아니었다. 기간제 교사 김지은(가명)씨는 “학교가 정규교사의 휴가와 휴직 일정에 맞춰 계약을 세 차례나 쪼개 다시 작성하게 했다”며 “동료 교사는 정규교사가 조기 복직 의사를 밝히자 계약기간이 한 달 이상 남아 있었는데도 계약을 중도 해지 당했다”고 말했다. 이어 “정규교사의 휴직권이 중요하듯 기간제 교사의 계약기간도 존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도 장기근속이 제대로 보상받지 못한다고 호소했다. 우정사업본부 동서울우편집중국에서 공무직 우정실무원으로 일하는 박창근씨는 “임금을 최저임금 기준 시급으로 계산하다 보니 매달 급여가 들쭉날쭉하다. 호봉도 없어 20년 넘게 근무한 노동자와 임금 차이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한국철도공사 자회사 코레일네트웍스에서 15년째 근무 중인 김종호씨도 “열심히 일하고 경력을 쌓을수록 오히려 가치가 떨어지는 일터”라고 비판했다. 그는 전국철도노동조합이 지난해 더불어민주당과 ‘상시·지속 업무 직접고용’ 원칙을 담은 정책협약을 체결한 만큼 한국철도공사가 비정규직 직접고용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년 노동자들은 인공지능 도입에 밀려서, 5인 미만 사업장이라서, 아르바이트까지 15시간 미만 일자리만 넘쳐나서 어려움을 겪었다. 현대해상 자회사 콜센터에서 일하는 김수지씨는 회사로부터 “인공지능으로 (인원을) 대체한다며 (소속된) 팀을 정리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대학생 구본아씨는 “주휴수당을 주지 않으려고 초단시간으로 고용하면서 정작 일이 몰리면 더 나와서 일해달라는 요청을 받는다”며 “다른 아르바이트를 구하고 싶어도 근무 시간이 일정하지 않아 구하기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날 참석한 청년·학생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자신이 ‘쓰고 버리는 소모품’으로 취급되지 않도록 법·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계약직 초등학교 스포츠강사 정유리씨는 △기간제법에 무기계약 전환 예외 조항을 축소할 것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을 명문화할 것 △청년고용촉진 특별법을 개정해 ‘비정규직 감소’를 정책 목표로 명시할 것 등을 제안했다. 신수연 전국특성화고노동조합 위원장은 “학교가 취업 실적을 위해 학생들을 열악한 일자리로 내몰고 있다”며 “차별과 직장 내 괴롭힘, 부당한 처우 때문에 1년도 채 되지 않아 도망치듯 퇴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취업 이후에도 노동 상담과 권리구제, 직장 내 문제 대응 등 사후 관리체계를 마련하고 학교 노동교육도 의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성우 민주노총 전국정보경제서비스노조연맹 청년위원장은 청년 노동자가 정책 결정 과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청년고용촉진 특별법 시행령의 청년고용촉진특별위원회 구성 규정에는 노동계를 포함해야 한다는 조항이 빠져 있다”며 “청년 노동자의 목소리를 대변할 노동계 위원 3인 이상을 의무적으로 위촉하도록 운영 규정을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청년 일자리 노정 협의체’나 국회 차원의 특별위원회 등을 구성해 청년 노동자를 위한 보호망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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