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품고 하나 된 전남·광주…수도권 견줄 ‘300조 경제권’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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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오후 1시께, 평소 한산했던 전남 무안군 전라남도청 앞 게양대 주변에서 노동자 4명이 분주하게 콘크리트 작업을 하고 있었다. 전남·광주 행정통합을 앞두고 전남 22개 시·군 깃발 옆으로 광주 5개구 깃발 자리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시공반장 김형신(59)씨는 “아침 7시부터 통합이 잘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작업하고 있다”며 “콘크리트 양생을 마치면 27개 깃발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작업을 지켜보던 전남도청 직원은 “통합 시아이(CI·로고 등 상징물)가 결정되지 않아 당분간 전남도와 광주시 깃발을 함께 게양할 예정”이라고 했다. 올해 1월2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양쪽이 한 선언에 이어 특별법 제정, 시민공청회, 통합 단체장 선출까지 전광석화처럼 진행된 전남·광주 통합이 1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으로 마침내 결실을 보았다. 이날 0시 이후로 양쪽 시민들은 과거에는 모두가 전남도민이었던 것처럼 이제는 함께 특별시민이 됐다. 통합특별시는 “서울특별시에 준하는 지위”(‘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설치를 위한 특별법’)를 갖고 인구는 317만명 규모로 출범했다. 지역내총생산(GRDP)은 약 159조원(2024년 기준)으로 경기(약 651조원)와 서울(약 575조원)에 이어 3위에 오르게 된다. 전남·광주에서는 원래 한몸이었던 두 곳이 다시 합쳐지는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선 공동체적 성격이 강한 곳을 갈라놓음으로써 발생한 행정력 낭비, 불필요한 경쟁, 교통 기반시설의 통합적 설계 제한 등이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전남과 광주는 광주 군공항 이전, 국가인공지능컴퓨팅센터 유치, 광주~나주 광역철도 광주 효천역 경유 등을 놓고 대립하는 모습마저 보였다. 통합하면 주요 광역 교통망 확충에 속도가 붙어 ‘60분 생활권’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각각 달랐던 복지 혜택도 더 나은 수준으로 누릴 수 있다. 통합 노력의 가장 큰 동력은 경제 발전에 대한 기대다. 수도권 1극 체제 심화로 지방 소멸 위기론이 커진 상황에서 전남·광주가 ‘지역 부활’과 균형 발전의 모범 사례가 될지는 중앙정부는 물론 전국적 차원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전남과 광주 인구는 1990년에 각각 251만명, 114만명이었으나 광주가 전남 인구를 흡수하는 양상을 보이며 2010년에는 전남 173만명, 광주 147만명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광주는 2015년 150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급속히 줄어 지난해 전남 178만명, 광주 139만명이 됐다. 통합은 두 곳 모두 내리막길을 걷는 상황을 타개하려는 몸부림이기도 하다. 전남·광주 쪽은 국토의 서남권에 수도권에 버금가는 ‘경제 지대’를 만들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정부도 통합특별시에 연간 5조원씩 4년간 최대 20조원 수준의 재정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1돌 기자회견에서 “통합을 하고 특별 우대를 하도록 법에 돼 있으니 혜택을 받게 돼 있다”고 했다. 광주연구원은 4월에 낸 보고서에서 2040년까지 100만 대도시권 3곳 형성, 경제 규모 300조원 달성을 통합특별시의 목표로 제시했다. 특히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가 지난 29일 800조원대라는 천문학적 규모의 반도체 투자를 발표한 것과 맞물려 통합에 대한 한껏 부풀어 올랐다. 이정록 전남대 지리학과 명예교수는 통합특별시 출범은 “수도권이나 부·울·경(부산·울산·경남)과 경쟁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그는 “삼성전자 등이 반도체 공장을 짓는 것도 ‘통합 선물’ 아니냐”며 “결국 성장하려고 통합하는 것”이라고 했다. 광주 첨단지구에 사는 이동훈(42)씨는 “행정 통합을 하면 교육수당 등 전남 지역 혜택을 똑같이 누릴 수 있다고 들어 기대하고 있다”며 “경제가 살아나 우리 자녀들이 잘사는 지역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둘러 한 통합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시민 불편 최소화를 위해 우편번호와 하위 행정구역은 유지되기 때문에 주소를 바꿔 쓰지 않아도 택배물이나 고지서 등을 수령할 수 있다. 전화번호 지역번호도 유지한다. 기존 신분증도 사용할 수 있다. 대중교통 요금체계도 당분간 유지된다. 전남·광주 교육청도 하나가 되지만 학군은 당분간 기존대로 유지하면서 시민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다. 통합특별시 쪽은 행정 통합의 일차적 성패는 시민 불편 여부에서 갈릴 것으로 보고 행정 서비스를 차질 없이 제공하는 데 집중해왔다. 전남도와 광주시는 공식 업무를 종료하는 30일 오후 6시부터 7월1일 아침 8시59분까지 495개 행정정보시스템 전환 작업을 진행했다. 각종 서류는 1일 오전 9시부터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명의로 발급된다. 조재술 전남도 통합기획담당관은 “6개월간 쉼 없이 달려왔다”며 “시민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행정 시스템 전환에 가장 신경 썼다”고 말했다. 전남·광주 통합 ‘실험’의 성공 여부는 최초의 광역단체 통합 사례를 지켜보는 다른 지역에도 큰 시사점을 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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