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강팀의 조건과 주장의 품격 [김창금의 무회전 킥]
슈퍼스타 킬리안 음바페(27)는 1일(한국시각) 미국 뉴욕 뉴저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32강전 스웨덴전에서 선제골을 넣은 뒤 디디에 데샹 감독한테 달려갔다. 얼싸안고 기쁨을 누리는 둘의 모습에서 지도자와 선수 사이의 끈끈한 정을 엿볼 수 있는 것은 팬들에게는 또 다른 볼거리다. 프랑스 매체 비인스포츠가 전한 음바페의 행동에는 감독에 대한 응원이 담겨 있다. 이날 멀티골을 터트린 음바페는 “(감독에게 달려간 것이) 우리의 정신이고 디엔에이(DNA)다. 우리는 하나다”라고 말했다. 데샹 감독은 앞서 모친상을 당해 조별리그 3차전 노르웨이와 경기에는 결장했고, 이날 32강전에서 벤치로 복귀했다. 음바페는 “축구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그는 우리와 함께 있고, 혼자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음바페는 카리스마형 리더는 아니지만, 대회 5골을 기록하는 화력으로 팀 승리를 이끌면서 동료의 지지를 받고 있다. 6회 연속 월드컵에 출전한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39)는 조용한 리더십으로 팀의 구심점이 되고 있다. 지난 23일 조별리그 J조 2차전 오스트리아전 멀티골로 통산 월드컵 최다골 기록을 세운 그는 방송 인터뷰에서 소감을 묻자, “동료들에게 빨리 돌아가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소박하다. 메시는 조별리그 3차전 요르단과 경기에서도 골을 터트려 최다골(19골) 경신 행진을 하고 있는데, 루이스 스칼로니 감독에겐 메시의 활약이 천군만마와 같다. 메시처럼 묵묵하게 팀에 동기를 불어넣는 실무형 리더가 잉글랜드의 해리 케인(33)이다. 케인은 토마스 투헬 감독의 구상에 따라 잉글랜드 대표팀의 골잡이(이번 대회 조별리그 3골) 몫을 완벽하게 수행할 뿐 아니라, 골대를 왕복하는 헌신적인 수비 가담으로 팀 동력을 끌어 올리고 있다. 그렇다고 투헬 감독이 케인에게 특혜를 베푸는 것도 없는데, 바로 그런 관계 속에 팀 규율이 자리를 잡는다. 공격수가 아니지만 최후방을 책임지며 필드의 사령관 구실을 하는 선수로는 브라질팀의 마르퀴뇨스(32)가 꼽힌다. 루이스 엔리케 파리 생제르맹 감독 아래서 ‘팀 축구’의 진수를 맛본 마르퀴뇨스는 카를로 안첼로티 브라질 감독의 전술적 조력자 구실도 한다. 서로 마음을 열고 대화하는 마르퀴뇨스는 공개적인 자리에서도 안첼로티 감독을 열렬히 옹호한다. 일본 축구대표팀은 엔도 와타루의 부상으로 수비수 이타쿠라 고가 주장 완장을 찼다. 하지만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은 집단 지혜를 모아 팀 단합을 일궈냈다. 2010년 남아공, 2014년 브라질, 2018년 러시아 대회 주장이었던 하세베 마코토가 대표팀을 도왔고, 유럽파 1세대 격인 나카무라 순스케와 부상으로 낙마한 미나미노 다쿠미도 팀에 합류해 선수단의 심리적 멘토 구실을 했다. 한국에서는 32강 탈락의 침울한 분위기 속에 특별히 주장의 역할이 부각되지 않았다. 현지에서 선수들이 미디어 인터뷰를 거부하고 대립적인 모습을 보인 배경 뒤에 주장이 있었다면 바람직한 모습도 아니다. 귀국 전에 올린 손흥민의 개인 소셜미디어(SNS) 글에 2년간 함께 동고동락한 대표팀 코칭스태프나 지원 인력에 대한 최소한의 고마움 표시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한국 축구가 손흥민에게 너무 큰 기대를 걸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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